나란 사람

(사실 이 글은 좀 더 정리를 해서 공개하고 싶었지만, 길게 끌면 글이 너무 길어지고 괜히 사색이 너무 추가될 것 같아서 우선은 지금 현재 떠오르는 생각만 먼저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블로그 시작한 지 3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많은 분을 (간접적으로나마) 만나뵙게 되었고, 물 흐르듯 스쳐 지나간 인연들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 다른 글을 통해 밝혔지만, 온라인 인간관계라는 게 그런 거겠죠? 지나치게 연연하다간 건강에 좋지 않을 테니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요. 물론 너무 물러선 사람을 붙잡을 수 없으니 조심해야 되겠어요.

처음 저를 (마이크로) 블로그를 통해 아시게 된 분들은 아무래도 제 캐릭터에 대해서 혼란을 일으킬만한 일들이 최근에 (연달아서)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효미니란 필명으로 만난 분이든, 루드란 필명으로 절 알게 된 분이든, 트위터에까지 그 인연이 이어진 것이라면 아무래도 정신없는 일이 종종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특정 이모티콘과 감정표현의 남발로, 그리고 프로필사진으로 사용된 정체 모를 조커 분장의 아이 사진 덕분에 장난꾸러기 조커캐릭터로 아주 찍혀버렸으니 말입니다. 이젠 조커라는 별명으로 절 기억하시는 분들이 더 많으신 것만 같습니다. (아, 사진의 주인공에겐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 때문에 피해를 받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가 알게 모르게 장난기는 많은 편입니다. 다만, 그걸 표현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적을 뿐이죠. 소심해서 마음을 여는 경우가 드물다기보다는, 장난을 쳐도 되는 상대와 그래선 안 되는 상대를 구분하는 데에 있어서 까다롭다는 것뿐이죠. 마음을 열 때는 한없이 엽니다. 다만, 진지해질 때는 너무 진지해지고, 그리고 진지해지는 경우가 장난치는 경우보다 훨씬 많아서 오해를 많이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 주위에는 선을 그어 놓고 그 이상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90%.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9%, 그리고 부담없이 대화를 나누는 1%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가 그리 넓지 않아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상대도 사실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 것 같아요. 그나마도 저의 농담을 감각 있게 받아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다행입니다. 물론 최대한 선을 넘지 않게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약간은 뜬금없지만) 저란 사람, 알고 보면 (장난을 치지 않을 때는) 많이 잔혹하고, 냉정하고, 차가운 남자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짜 조커라는 캐릭터가 제겐 딱 맞는 캐릭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냉혹함 말입니다. 특히 냉소적인 제 캐릭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서 쉽게 변할 일도 없습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는 말은 가끔 저한테 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르겠군요.

갑자기 글의 방향이 서늘한 쪽으로 흘러가 버렸군요. 저 자신 스스로 “나는 냉혹한 사람이다.”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은 씁쓸하네요. 한편으로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이고, 냉소적인 모습 모두가 어떻게 보면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릅니다. 그걸 어떻게 다스리는지는 자신에게 달린 것이겠죠. 그리고 전 가끔 그 다스림에 실패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가끔 잠시나마 제 장난을 받아주시는 분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속된 말로 정신줄을 놓고 스스럼없이 대하고 싶은 분들도 몇 분 계시지만, 그게 저 혼자만의 바램으로 되는가요. (웃음)

이쯤에서 글을 마무리 지어야 할 텐데, 냉소와 유머가 뒤섞여버린 (하찮아 보이는) 본문을 읽고 있자니 99% 부족해 보여서 쉽게 손을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나란 사람은 냉혹한 미소를 지닌 남자가 되는 걸까요? 아마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정리해 버리기엔 이미 전 (강을) 건너 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리에서 그리고 가슴에서 감성을 밀어내려니 차디찬 심장밖에 남질 않는군요. 자랑스럽지 않지만, 그것만이 (지금의 제겐) 최선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묵묵히 걷고 있습니다.

10 Replies to “나란 사람”

  1. 잔혹하고, 냉정하고, 차가운 남자.. 라… 나랑 많이 비슷하구료. (친구들이 자주 그렇게 부름) ㅜㅜ
    조커사진 꼬마한텐 나도 미안하다능.. 얼굴에 graffiti 를 해놨으니… ㅜㅜ

    1. 실제로 남한테 드러내는 적은 거의 없어서, 잔혹하다는 소리는 거의 못들어본 것 같아요. 다만 내 자신은 제가 제일 잘 알뿐이죠. 🙂

  2. 딱 조커?
    내가 나를 보는 거랑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거랑 또 다르죠. 일단 위에 효민 형아가 쓰신 글은 기억해놓지요. : )
    효민님에게 트위터 뽐뿌질한 사람이 바로 저이거늘 요새 이런 글을 보면 괜히 그랬나 싶기도 하고.. 흑흑…. 이러곤 또 창 닫으면 금방 잊는답니다. ㅋㅋ
    오늘도 아침 6시 40분에 고독을 씹으면서 제 블로그에 댓글을 쓰셨더구만요!

    1. 트위터를 하게 된 계기는 이드님 블로그 (paperinz.com)에 올라왔던 DestroyTwitter 클라이언트를 써볼려고 시작했는데, 이렇게까지 스패밍을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 2달만에 6000+ 트윗이라니… 참 저도 혼잣말을 너무 즐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시차는 (일광절약 시간제 때문에) 13시간 차이가 난답니다. 동부시각으로 5시40분에 올린 댓글이에요 😀

  3. “많이 잔혹하고, 냉정하고, 차가운 남자” 여기서 남자를 여자로 바꾸면 저도 되는 말.
    근데 조커 프로필사진이 본인이 아니라니!!!!
    본인인줄알았는데요 ~_~

    1. 읔 ㄴ..농담이시죠? /털썩
      그러고 보면 많은 분들이 제 사진인줄 착각하고 계시는 건 아닐까요… ;ㅅ; /먼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