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6일] 시간의 중심에서..

2004년 4월 16일 날씨: 상념속에 빠져 뜬 구름 잡기엔 너무나도 좋은 밤

‘있지도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진 않는 지,
있지도 않는 문제를 억지로 만들어 내려 하진 않는 지,
스스로 불필요한 문제거리들을 만들어 내진 않는 지,
새로운 상념을 만들어 내기 위한 상념에 잠기는 나…’

사람은 눈이 앞에 달려 있기에
자연스레 주위를 둘러보게 되고, 뒤를 돌아보게 된다.
문득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마치 현실이 멈춰 있는 내 자신을 주위로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다’

폭풍의 눈에선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고요하기만 하듯
쉴새 없이 흘러가는 시계 바늘도, 정작 가운데에선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미동하지도 않는다.
나 자신도 마치 시계 바늘을 고정하는 고정핀 처럼,
바쁜 시간의 흐름 속에 언제나도 변함없이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진실은 또는 사실은 인간의 머리에서 내뱉어 질때 더이상 진실이 아닌 것이 된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 지, 마냥 걷고 싶어졌다.
혼자서 언제고 소리 없는 고함을 질러댈 순 없기에,
물론 다른 누군가의 시간도 나 자신의 비논리적인 상념들로 뺏을 수 없기에
혼자서 걷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다,
문득 떠오른 게 있다면, 내가 여느때 하는 생각들의 논리성이었다.
생각 자체에 논리를 부여하려 하는 게 우습게 느껴졌었고,
옳고 그름을 판단 할 수 없는 나 자신과의 대화였기에,
쉽게 우울해지게 마련이라,
진전 없는 토론아닌 토론은 끝이 보이지 않았었는데…

몸은 땅에 매어있음을 무의식중에 본능적으로 표명이라도 하듯
평소 감히 하늘 바라보며 걷지 못하였지만,
오늘밤만은 달랐다.
하늘은 넓었고 높았으며, 간혹 보이는 구름은 그 운치를 더해주어서
차마 닿을 순 없지만, 놓치고 쉽진 않았기에
무리해서라도 짧으나마 하늘 바라보며 걸어보았다.
녹아드는 내 몸을 느끼며, 정처 없이 걸어다녔다.
목적지 없이,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될대로 생각하면서.

‘더이상 현실을 바라보는 관망자가 아니라, 직접 느끼는 체험자가 되고 싶다’
길을 걷다 눈에 띄는 신문 판매박스.. 박스라고 부르는 게 옳은 표현이려나,
한번도 뭐라 특별히 이름을 붙여 그들을 불러본 적이 없기에.
마치 텅빈 내 마음을 대변이라도 해 주듯, 그 안은 비어있었다.
왠지 모르게 글을 읽고 싶어졌다.
뭔가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분산될거 같은 심경이었기에,
글을 통해 나의 존재, 내가 살아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싶었기에.

‘나무는 억지로 향기를 품지 않으려 해도 향기가 나지만,
인간은 누구나 같은 향을 내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매일 스쳐 걸어가던 나무들이었지만,
오늘밤만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보기로 했다.
막 돋아 나는 새싹들을 바라보며, 개개별 나무의 향기를 느끼면서
끝내는 커다란 수양 버들 나무 아래 주저 앉고야 말았다.

‘마치 가지 사이로 보이는 저 별처럼,
인생의 손잡이(문고리) 도 저렇게 잡힐듯 말듯 또는 보일듯 말듯 하지 않는가
뻗으면 잡힐 것 같고 고개를 조금만 가누면 보일 듯 한 저 별처럼
나는 언제 닿을 지 모를 인생의 손잡이를 향해 끝없이 걸어가고 있지는 않은가’
무슨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을 까
가지 사이로 보일락 말락 은은하게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억지로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려 해보았다.
스스로 되새겨 볼 틈도 없었다. 단지 되짚어 보며 떠오르는 대로 내뱉을 뿐이었으니.

‘수많은 기회중 나는 어떤 기회를 손에 쥐고 있는 가…
혹시나 분에 넘치게 가득 쥐고 있는 건 아닌지,
단지 눈 앞에 보이는 기회만 놓치지 않으려 하는 건 아닌지..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면 이렇게 많은 기회들이 있는 데….’
수없이 뻗어져 내려온 가지를 바라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저 많은 것들중 어떤 걸 선택하면 될까.
한꺼번에 다 잡을 순 없을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번에 많은 걸 시도해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짧게는 몇십년 길게는 수십년 묵은 자연도 감당못할 나인데,
하물며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살아온 ‘인생’이라고 쉬울까.

‘나는 절대 스스로가 여유롭다고 생각하지 않는 다.
다만 나는 초조함,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 여유를 찾으려 노력할 뿐이다’
홀로 애태우는 내가 그리도 가여웠는 지,
송구스럽게도 주변에서 거북스러워 하는 듯 하다.
늘 웃는 모습 보여주려 하다, 오늘따라 심각해진 모습으로 있으려니
그들에게 너무나도 방해가 될거 같다.
단지 너무 피곤해서 그런걸까.
평소에 너무 많은 걸 홀로 쌓아 놓고 있었던 것일까…

‘대화가 필요하지만,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한다
단순히 나 자신만의 비논리 적인 생각의 해결을 위해
바삐 뛰어가는 그 누구하나 차마 잡을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설혹 섭섭해 할지는 모르겠으나, 차마 용기가 나지 않는 다.
단순한 내 비논리적인 망상들로 누군가의 시간을 빼앗는 다는 건,
참 이기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간혹 심각해 지고 싶고, 로맨틱해지고 싶고, 자유로워 지고 싶은 생각들은
혼자서만 묻어 놓을 수 밖에 없는 듯,
편히 털어 놓고 허심탄회하게 동조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직은 나 자신 밖에 없는 걸까.

‘시끌벅적했던 하루가 지나가고 칠흑같은 어둠이 찾아오면,
사람은 누구나 눈을 감고 또다시 혼자가 된다…’
밤은 깊어가고 눈꺼풀은 무거워져 간다.
차디 찬 밤 내음 덕분에 상쾌한 기분으로 잘 수 있을 듯…
비록 그것이 나 혼자만의 밤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