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감성시대: 온라인 친구란 모래성과도 같으니

내게 있어 온라인 친구란?

서론에 앞서 미리 밝힙니다. 행여라도 본 글을 읽고 실망감을 안게 되거나, 개인적인 감정싸움으로 번질 것 같다 싶으신 분들에겐 글을 읽지 마시길 권해 드립니다. 특정인을 향한 제 감정이 아니라, 포괄적인, 제가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긴 글임을 다시 한번 밝히고 싶습니다. 폭탄 발언 비슷한 느낌도 드는군요. 제가 냉소적인 인물임은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직 모르셨다면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강조 해드리고 싶습니다) 행여라도 제 캐릭터에 대해 오해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노파심에 강조 드립니다.

prescript.
퇴고에 퇴고를 거쳐 글을 조금 더 다듬어 볼까 생각해봤는데, 계속 고치다간 처음에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들이 왠지 퇴색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그만뒀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들은 다른 글에서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약없는 기대감만 살며시 걸어봅니다.

글은 접어두지 않습니다. RSS는 부분발행이고, 페이지 뜨자마자 보일 내용은 그리 냉소적인 부분은 없으니, 끝까지 읽으시는 것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body.
인파가 북적대는 거리를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걸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소란스런 광장에서 마치 자신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 있으신가요?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 다들 아시죠? 가지면 가질수록 뭔가 허전한 그런 감정이 있는 겁니다. 부자라고 다 행복할 수 없는 건 다 그만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겠죠. ‘난 돈만 있으면 다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또는 ‘돈만 있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생각들은 단순히 “바램”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소망들도 지금은 다 현실 속에 흩어져 버린 추억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편으론 군중 속의 고독이란 단어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많은 이들에겐, 일부러 자각하려 노력하지 않는 한,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될 그런 스쳐가는 바람 같은 감정이긴 합니다만. 감성적인 저는 섬세하니까요. (웃음) 실제로도 저는 인간관계에 꽤 인색한 편입니다. 가끔 후회하곤 하지만, 흘러가는 물과 바람을 억지로 막지 않듯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두지 않습니다.

조금은 (어떻게 보면 많이) 멍청한 짓이기도 하지요. 사람 人이라는 것이 두 명이 기대어 서 있다는 모양에서 나왔다고도 하지 않습니까. 평생 전봇대마냥 혼자서 우직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인간관계에 좀 더 적극적이지 않은 것평생의 실수라면 실수이고, 고쳐야 할 숙제라면 숙제이겠죠. 사실 어떻게 보면 전봇대에 비교하는 것은 그를 무시하는 행동인지도 모릅니다. 홀로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선을 통해 전 세계의 다른 모든 전봇대들과도 연결된 것이 바로 저 앞에 서 있는 전봇대인데 말입니다. 제가 굽히고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동급으로 취급하니, 전봇대가 화를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서론이 조금 길어져 버렸네요, 온라인상에서의 인간관계라는 게 오프라인까지 이어져서 그 끈끈한 정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으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대부분은 모래성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쌓고 있을 때는 즐거울지 모르지만,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언제 무너질지 모를 그런 모래성 말입니다. 냉소적이다고 생각되십니까?

전 술 몇 잔으로 두터운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두텁다는 것이 조금은 애매한 단어이긴 하니, 굳이 선을 긋자면 아무래도 피가 묻은 자루를 짊어지고 가더라도 마다하지 않을 그런 사이랄까요? 어느 정도는 과장이 가미된 관계이긴 할 수 있습니다만, 전 그런 관계야말로 “모래성이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행여라도 피가 묻은 자루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하 링크된 글을 읽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오래전 우화로 읽은 것 같은데, 정확한 출처를 기억할 수가 없군요. http://www.ccdailynews.com/section/?knum=104684 또는 http://softwant.com/itgi/np-index.php?np=018)

오래전에도 관련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만, 온라인은 가면무도회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웃는 가면이든 우는 가면이든 희노애락이 깃든 가면을 그때그때 바꿔 들고선 마치 자신의 진심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 말입니다. 희미하게 웃는 가면 뒤에 실제로는 온갖 인상을 다 써가며 욕을 하고 있는지, 슬픔이 그득한 가면 뒤에선 실제로는 상황을 즐기며 비웃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글자에서 드러나 보이는 감정을, 그대로 모두 믿으시는 건 아니겠죠?

온라인에서 출발한 오프라인 모임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2시가 되자 마법에 풀리면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신데렐라는 단순히 동화에 불과합니다. 종이 쳤다고 해서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다고 해서), 가면무도회가 끝난 것은 아니며, 설혹 가면을 벗었다고 한들, 모든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보이는 가면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면이 더 무서운 법이거든요.

모니터가 꺼지면,
이제껏 온라인으로(만) 만나뵌 많은 분께서 친절하게 너무나도 잘 대해주셨습니다. 저보다 연배가 높은 분들이 대부분임에도 의견을 존중해주시고 짓궂은 장난도 적절히 받아주셔서 제가 (솔직한 심정으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미 밝혔듯이 출신도 출신이지만 내성적인 성향이 강한지라 실제로는 표현도 서툴고 조금은 무뚝뚝한 편 (지극히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입니다. 물론 가까운 지인들에겐 장난도 치고 하지만,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쓴소리를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사이는 몇 안 됩니다. 제가 온라인에서 이제껏 보였던 감정과 행동은 거짓은 없었지만, 과장이 많았고, 허물없이 제 모습을 100% 모두 보여 드렸던 적은 없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이리하리라 믿습니다만, 만약 그렇지 아니하고 제가 이제껏 한 말로 인해 제가 괘씸하다고 생각되신다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심심한 사과를 드리고 싶습니다만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말고는 각자의 판단에 맡겨야겠지요.

모니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남이 되는 그런 사이가 허다합니다. 제게 있어선 온라인 친구란 바로 그런 관계인 것 같습니다. 화면이 켜져 있는 동안에 열심히 쌓아뒀던 모래성도 화면이 꺼지면서 조용히 스러져 버립니다. 물론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흔적이 남아 있기에 다시 화면이 켜지면 아무렇지도 않게 조용히 다시 성을 쌓아나갑니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교류가 없다면, 파도에 휩쓸려가는 모래성처럼 온라인상의 관계도 조용히 흩어져 버립니다. 현실에 치여 진정한 愛를 잊었다고 지적하신다면,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는 답변을 해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을 통해 희로애락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디지털적인 감정인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으론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감정이랄까요.

postscript.
사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말이 온라인에 국한되어 있는 말은 아닙니다. 억지로 접목시킨 것만 같아 어색한 글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네요. 제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는 사실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왕 시작한 글, 오프라인에서 “군중속의 고독”으로 인해 받는 느낌에 대해 간략히 적어보려 합니다. 뭐 굳이 이런 공지 같은 글을 억지로 결말에 갖다 붙일 필요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글이 대화체로 되다보니 혼잣말이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버리는군요. (웃음)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들)은 누군가요?
과연 그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을 떠올려 줄까요?

8 Replies to “디지털 감성시대: 온라인 친구란 모래성과도 같으니”

  1. they all come and go like stream of water.
    the one that you’ll think of and of you in the morning is and should be your family.
    so you need to go out and find that special someone… soon~ 이렇게 블로그질 할때 데이트나 해주셈!!! ㅋㅋㅋㅋ
    (yeah.. look who’s talking)

    하지만.. 술 몇잔으로 사이가 두터워질 수 있다는건 보여주겠음. 어서오시오. 내가 가든… ( . .)

    1. ㅎㅎㅎ LA 음식점 사진을 가끔 올리실 때면 조금 부럽습니다. 사실 여기도 한국 음식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왠지 별로 안내키더라구요 😀

      가족이라, 제 스케쥴에 맞출 수 있는 분들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인데 말입니다 😉 근데 악착같이 모아야 되는지라, 한편으론 그냥 세월아 네월아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어요. /먼산

  2. 우아 그남자의하루.. 블로그가 느끼해졌당…버터버터.

    온라인이던 오프라인이던 it’s what you make out of it i think
    오프라인으로 먼저 알게된사람들도. 그래서 오래알더라도. 사실 되게 이상한 사람이였거나 안좋게 끝났던경우가 있었는뎅.
    온라인에서 만나서 가끔씩 만나서 속마음 다 털어놓은 정말 친해진친구도 있구요 (물론 아직 단한명뿐이지만ㅎㅎ)
    life is funny. i also think it’s funny how you meet people you need in life.

    근데 글 진짜 잘써요. 우아. 부러워.

    1. 사실 그렇긴 합니다. 🙂 오프라인이라고 반드시 온라인상에서 만들게 되는 관계보다 반드시 나으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친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가끔 엄청 멀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역시 인간관계라는 게 쉬운 건 아닌가 봅니다. 😉

      글은… you’re just being too kind, lol. 제 글 계속 읽다보면 부족한 점이 한 두군데가 아닌걸요. 채찍이라 생각하고 좀 더 열심히 써야 겠습니다! 😀

  3. 효민이 형이 저보다 연배가 높은데도 잘 해 주셔서 저도 정말 고맙게 생각한답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오프라인 관계도 자칫하면 무너지기 십상인데 하물며 얼굴도 모르고 술 한 잔 기울이지 않은 온라인 관계야 오죽하겠어요. 효민형 생각에 많이 공감합니다. 아마도 22세기 블로그 가셨다가 글감 물어오신 거 같으니 제가 쓴 댓글도 보셨겠죠? 그렇게 온라인 관계는 모니터를 끄지 않아도 클릭 몇 번이면 단절되고 맙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붙잡고 그 이유를 들어 볼 수나 있지만, 이건 뭐 어디다 하소연 할 데도 없고. ㅎㅎ 그저 허탈한 웃음만. 아하하하하하

    1. 허허허허 (우선 모른척하고) 온라인상에선 절교라는 것이 참 쉽죠?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는 게, 바로 이럴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

      그나저나 (생뚱맞지만) 오드리님이야말로 제가 알고 있는 “베일에 싸인” 몇 안되는 분들중 한 분이십니다. ㅎㅎ

  4. 좋은 글 잘 읽고 내려왔다가 오드리님 댓글보고 급정색
    헉 효미니님이 오드리님보다 형이어써요?!!?!?!?!?

    1. -_-;; 으음, 오드리님이 저를 “효민이 형”이라 부르시고, 제가 오드리님을 “오드리 언니”라고 부릅니다. (응?)

      그나저나 레이님이 친히 방문해주시다니, 요즘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그득해요! (웃음) 요즘 많이 바쁘시죠? 근데 바쁜게 좋은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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