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고

아침 출근 길에 날씨는 온화한데 하늘은 우중충하네요. 우산을 챙겨나오길 잘한거 같긴 한데, 비가 오는 둥 마는 둥 찔끔찔끔 내리길래 우산을 접었다 폈다 결국 귀찮아서 접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어느 정도 걸었다 싶었더니 안경에는 서서히 빗방울이 다다닥 붙어 있고, 상의 코트도 촉촉히 젖기 시작하더군요. 진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무심코 걷기만 하다가는 옷 다 젖을 것만 같아서 더 빨리 걸었습니다. (응?)

뛰거나 걷거나 비를 맞는 양은 똑같다는 과학적인 내용은 잠시 뒤로 접어두기로 하고, 다시 비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스스로가 겪어나가는 경험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마치 유사(流砂)처럼 서서히 빠져들어가며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무심코 지나치던 일들이 후에 크게 되돌아 온다거나 하는 것들은 다들 경험해 보셨으리라 믿습니다.

비가 오리라는 것을 예측할 수는 있었습니다. 기상예보도 충분히 보았고, 우산도 챙겨 나왔기에 옷이 젖을 이유는 없었어요. 다만 부슬 부슬 내리는 겨울비를 우습게 봤다가 생겨난 일이였으니 부주의했던 제 잘못이 큽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을 다 예측할 수 없지만, 다들 너무나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예방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뭐 어때 괜찮겠지 싶어 술기운에 혼자 들떠 운전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온가족이 웃고 즐겨야 할 새해에 친지를 잃고 장례식 속에서 울음과 눈물로 한해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제 사랑이야기를 썼더니, 사랑에 관련된 생각도 드네요. 조그마하게 시작해서 마음 전체에 둥지를 틀고 앉아버리는 그런 사랑말입니다. 알듯 말듯 따스한 감정이 어느새 두근거리는 뜨거운 애정으로 변하고 결국엔 활활타오르는 열정이 되듯, 마냥 방심하고 있다가는 온통 쿵쾅거리게 될 가슴앓이에 몇달 몇년을 끙끙 거리고 있어야 될지도 모르거든요. 🙂

위 모든 것이 조금만 더 생각하면 예측가능한 결과들인데 부주의하게 지나쳐버리기에 발생하는 일들입니다. 2007년에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라는 말이, 부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오늘도 솔로로 밤을 지샙니다. (응?)

추-
사람이 무서워 사랑을 하지 않는 것인지, 사랑이 무서워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이 내용은 다음 기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