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와서 나 잘되는 것은 정녕 국가를 위한 것인가?

적어도 ‘내’가 잘되길 바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지, 국가를 위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간접적인 영향에 의해 국가의 위상이 드높여지는 것은, ‘내’가 잘되고 나서 일이지 않겠어요.

얼마전에, http://codmedia.tistory.com/, CodMedia님의 블로그댓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생각이 정리되지 못한 댓글이라 되려 의견을 전달하기는 커녕 더 혼란스럽게 해드린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드는 군요. 그런 일도 있고, 이제껏 생각해왔던 것들도 있고 하니 이 기회에 짧게나마 정리해서 글을 써나가려 합니다.

이미 여러번 밝혔지만, 캐나다 이민 와서 산지 벌써 9년이 되어 갑니다. 그동안 단순히 지식 부분만이 아니라 문화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느낀 것과 배운 것을 모두 정리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테고, 간단히 이민자 또는 타지인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만 짚고 넘어가도록 할께요.

우선 이민이나 유학을 이유로 타지에 나와서 사시는 분들 갖가지 심정을 지닌 체 살아가시리라 믿습니다. 열등감이 생길 수도 있을 테고, 되려 우월감이 생길 수도 있을 겁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간에, 자신이 가지는 감정을 항상 민족에 연관시키려 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왜냐구요?

처음 이국의 땅을 밟으신 분들, 그 나라 현지인들에게 어떻게든 좋은 인식을 심어주려고, ‘나는 좋은 사람이다’ 이기 이전에 ‘한국인은 좋은 사람’ 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하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주위 한국인들의 추태가 부끄럽게 여겨지고 동시에 한국이라는 이름에 X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국에 왔으면 나처럼 바른생활이나 하지, 왜 현지인들에게 눈총받을 짓이나 하고 있냐 라는 거지요. 하지만, 타지에 나와서 만약 나라는 존재 이전에 민족을 내세우시는 분들은 이미 현지인들에게,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 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은 자연스레 좋던 나쁘던 Stereotype (이하 스테레오타입)을 낳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선입견과 거의 동일하게 치부될 수 있는 스테레오타입은 결국 차이점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현지인에게 좋은 인식을 주려면 절대 나는 너희들과 다르다 라는 부분을 강조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굳이 상대방이 연연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까?

9년동안 여기 살면서 느낀거지만 점점 제 자신이 현지에 동화되어 가는 것을 느낍니다. 길거리를 걸어갈 때 결코 사람들이 저를 ‘어 한국인 또는 아시안’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결국 저도 사람일 뿐이니까요. 그냥 ‘거리에서 스쳐지나간 사람 A’ 가 되는 거지요.

일전에 위 CodMedia님의 글에 댓글로 제가 교육 이야기를 꺼낸 일이 있었는데,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대개의 고등학교에서 학년 우수상이든 졸업 우수상이든 대부분의 경우 아시아 계열의 학생들이 받곤 합니다. 선천적이든 개인적인 문제든, 자연스레 Asian (이하 아시안) 학생들은 똑똑하다 라는 선입견이 곧잘 생기곤 한답니다. 덕분에 성적이 높은 한국인이나 중국인들은 ‘당연하다’ 라는 평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학생이 뛰어날 수는 없는 법이지요. 뒤쳐지는 학생들도 있고, 방황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학생들을 보고, 왜 너는 한국인이면서 공부를 잘하지 못하냐 하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모든 중국인이 쿵푸를 할 줄 알고 서커스단에서 처럼 훨훨 날라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궁극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이지, 그 사람의 민족배경이 그를 뛰어나게 만들었다는 식의 생각을 모든 사람이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해외로 유학 나온 학생들에선 딱히 뭐라 할말 없습니다. 대개가 이런 학생들은 아예 똑똑하던가 아니면 놀자판이니, 머나먼 타국에서도 잘하는 학생들은 한국에 남아있었어도 잘할 학생들입니다. 그리고 돈이 많아 노는 학생들은 어딜 가든 놀게 마련이구요.

하지만, 방황하는 학생들 중 (방황한다는 표현이 그나마 제일 부드러운 것 같아서 뽑아봤습니다) 실제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유학이나 이민온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듭니다. 보통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해서 완벽하게 익숙해지기란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정도 걸립니다. 시간이 제일 좋은 보약인지라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해서 안되던게 갑자기 잘 될리가 없습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붕 떠다니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런 학생들은 오히려 한국에 있었으면 더 잘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괜히 유학붐에 떠밀려서 시간 및 돈 낭비하기 일쑤니 안타깝지 않을 수가 없군요.

위와 같은 경우의 학생들은 결국 해외 유학붐에 한마디로 말려버린 피해자들이라 생각됩니다. 이 부분에 대한 것은 본 글의 주제와 약간 거리가 있으니 다음 기회에 정리하도록 하죠.

결론은, 해외 나와서 한국을 알리겠다는 생각을 하시고 계신다면, 다시 한번 고려해보셨으면 합니다. 해외에서 자신이 잘해서 주위로 부터 인정 받는 것은 한국인이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인정받고 있음을 말입니다. 자신이 한 일을 통해 한국인 전체가 인정받길 원하는 것은 이미 스스로가 한국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만들길 원하고 있다는 겁니다. 좋은 선입견이든 나쁜 선입견이든, 그 자체가 모든 이에게 적용이 되지 않기에 선입견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물론 인정 받는 다는 것은 좋은 것이지요. 대신 인정 받았다는 것으로 한국인의 기상을 살렸다고 우쭐댈 것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생각이지요. 결국엔 자신이 쌓아올린 기상을 다른 패배자들이 무너뜨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유학나와서 공부하시는 분들, 절대 주위에 연연하지 않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주위 한국 사람들이 소동을 일으킨다고 해서 부끄러워 하실 필요 없으며, 주위 한국 사람들이 잘한다고 괜스레 자신까지 우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 이라는 나라가 있기 이전에, 한국인, 국민 하나하나가 존재하기에 한국이라는 국가가 만들어 질 수 있는 겁니다. 진정으로 한국의 기상을 널리 떨치시고 싶으시면, 제발 공부 열심히 해서 한국 기업에 취직하세요. 해외에서 공부해서 해외 다른 나라 기업에 취직해서 백날 백번 실적올려봐야 자신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이지, 한국인 자체 나가아서 한국 자체의 위상이 드높여지는 건 아닙니다.

끝으로, 댓글 다시기 전에, 오는 의견 안막지만, 제가 반드시 모든 사람의 의견과 일치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주세요. 그리고 길게 쓰다 보니, 앞 뒤가 제대로 안맞는 거 같은데,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 Replies to “해외 나와서 나 잘되는 것은 정녕 국가를 위한 것인가?”

  1. 그다지 나도 미국온지 6개월이 되어가지만 한국인이라서 한국이라는 나라때문에 연연해 한적은 별로 없는거 같은데…… 워낙 한국 사람이 많이 사는 동네에 있다보니 그런걸지도…

  2. 흐흠.. 그런가요..제 얘기는 그런게 아니었는데..제가 여기까지 와서 한국을 알리겠다는 생각은 한 적 없습니다. 절대로요. 저도 당연히 나라보단 개인이 먼저지요. 아마 제가 한국인 하나하나의 행동에 민감한 건 그 사람이 정말로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기 때문이 아니라, 키위(뉴질랜드현지인)들의 한 마디에 민감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a. 키위들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아시안을 볼 때마다 ‘That Asian.. fucking stupid…’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그 키위가 밉다기 보단 그 아시안이 미운거죠.

    그런데 사실 아시안의 존재만으로도 여기 현지인들은 불쾌할 수 있고,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일부는 그런 것 같고요.

    그리고, 주위 한국인들 때문에 부끄러워할 필요도, 우쭐할 필요도 없죠. 너는 너고 나는 나 아닙니까. 그래도 외국에 나와서는 그래도 조금은 조심하면서 살자. 그 간단한 주장입니다, 제 말은 =ㅅ=…

    어쨌든 저도 앞뒤 안 맞는 댓글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1.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다는 말씀하신 것을 제가 아무래도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들려 한다는 것으로 받아 들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까? 너때문에 나까지 나쁜 놈 취급 받게 생겼잖아 가 되지 않을까요?

      어찌 되었든, 이 글은 단순히 codmedia님의 글에 쓴 댓글의 연장뿐만이 아니라, 길게는 일반적으로 유학/이민 오신 분들을 대상으로 쓴 글로 봐주시면 되겠네요. 그리고 단순 댓글 수준의 글이 아니기에, 트랙백은 함부로 날리지 않았습니다. 지적하신 대로 codmedia님이 말씀하시려던 의도 자체와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3. 저의 경우 계속 국제학교를 다녀왔기 때문에 가끔 ‘한국인 아이들은 이런데..’ 나 ‘한국인 아이들은 공부 잘한다던데 왜 저 애들은..’ 선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게 됩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국제학교를 다녀서 초등학교 첫학기 이후로는 영어가 안되서 친구 못사귄 적은 없어서, 지금도 특별한 일 아니면 한국애들은 상대 안합니다. 특히 중고등학교에 올라오니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괜히 한국에서 이상한 문화만 가지고 와서 분위기 망쳐놓고들 말이죠. (어떤 학교들은 고학년들이 구석으로 후배 데리고 가서 ‘교육’도 시킨다고 합니다. 후배들은 학교에서나 학원에서 선배들 보면 꼭 고개 숙이고 인사하고 늘 존댓말 쓰지요. 제가 보기에는 어이가 없고 그 후배들이 불쌍할 뿐입니다.) 대부분 non-한국인 학생들은 이런 detail 에까지는 신경 안쓰는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제 개인을 위해서 늘 노력하면서 가끔 좀 문제되는 한국인 학생들에게 충고를 줍니다. (사실 그래서 얼마전에 욕좀 먹었습니다 -_-)

    1. 선후배 간의 철저한 위계질서는 어떻게 보면 좋은 거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나쁜 관습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가 해외로 나오면 굉장히 어색한 경우가 많이 있다죠. 특히 나이 많은 사람을 성이 아닌 단순히 명(名, first name)만으로 부른다는 것은 아직도 제게는 약간 어색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문화적 차이는 단순히 이상하고 나쁨을 떠나서 교육 과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아시리라 믿습니다.

      남을 충고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Yuyudevil님의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하지만, 단순히 인성 자체가 ‘발랑 까져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오해는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여지네요. 모든 사람을 자신에게 맞게 교화하는 일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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