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0일] 별볼일 없는 밤..

2004년 4월 20일 날씨: 비온 뒤엔 언제나 쌀쌀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필요한 곳이 있지 않을까
그 장소를… 나는 찾았는가, 그렇지 아니하면 아직 헤매이는 것인가.
정처없이 떠도는 나그네 신세를 벗어나진 못하는 것인가…’
어제와 또다른 오늘 밤은 문득 떠오른 것이지만,
주위가 유난히도 밝게 보인다.
별조차 보이지 않고 은은하던 가로등 불빛 마저 눈부시게 느껴지는 오늘은,
속내 마음… 다 비추는 듯한 불빛을 피하며
마치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기에 이곳을 벗어나려는 듯
이내 발걸음을 서두른다.

‘사람 인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며 서있는 데,
나는 한가운데서 두 팔을 벌린 체 고목처럼 서있는 듯한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남에게 어깨 기대어 본 적이 언제였을 까…
이제껏 언제나 홀로서기만을 고집해 온 기분이다.
결단코 자립심 운운하며 우쭐대자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어 쉬어봤으면…
나를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으련만…
혼자서 몽상아닌 몽상을 할 때면,
곁에서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함께 미소지을 수 있는 사람이 그리워진다.
결국 나는 홀로 나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맞장구 치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침묵은 나를 외롭게 하고, 고요한 정적은 나를 심란하게 하지만,
조용함은 언제나 나를 평안하게 한다.’
나는 언제나 왁자지껄 즐거운 대화 나누길 좋아한다.
단순히 대화 내용의 재미 보단,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공감대 형성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대화는 침묵을 낳는 법,
결국 혼자가 될 것이라면, 처음부터 혼자가 더 나을법도 하지 않은가.
아니면 어느 정도의 외로움과 허전함은 필수 불가결한 것인가…

‘스쳐지나가는 연인, 잊었다고 믿었던 그 사람, 아니 잊어야만 했던 그 사람
이제는 행복해 보이는 그 모습에 씁쓸한 미소지으며 발걸음 옮기려 하지만,
차마 마음 속, 내리는 비 피하지 못하여, 잔뜩 젖어버린 가슴 부여잡으며
그 사람 뒷모습에서 끝내는 눈을 떼지 못한다.’
나는 노래를 들으면 언제나 홀로 상상을 하곤 한다.
그 순간 순간 가장 적합한 장면을 떠올리는 데, 주로 슬픈 장면이 주를 이룬다.
많은 내용이 비와 연관이 되고, 죽음으로 결말이 지어지기도 하는 데,
하지만 결코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만들어 내는 장면들만은 아니기에
가끔은 정작 나 자신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무심결에 바라고는 있지 않은 지 궁금해진다.
과연 나는 비극적인 사랑을 원하는 것인가… 비극적이기에 더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사랑을…

‘나를 깨우는 목소리,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목소리,
한시라도 귀를 떠나지 않는 목소리, 그리고는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목소리…’
수많은 한탄 속에서도 역시 내가 아직은 깨어 있음을 알려주는 그대들 소리는,
나의 위치를 다시금 실감나게 해주고, 하루의 시작을 즐겁게 한다.
시작이 반이거늘, 벌써 반이 즐거우니, 이 어찌 기분좋지 아니한가.

‘인간은 한순간의 일에 집착하며 살아가지 않는 가,
결국 시간에 있어서 현재란 존재하지 않고 이내 과거가 되어 버리는 것을…
언제까지 과거에 연연해하며 살아갈 것인가.’
뱉어 버린 말은 과거가 되어 버린다.
과거에 미련을 두기 보단, 가까운 미래, 앞으로 꺼낼 말에 대해 신경 쓰는 게 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