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자연의 부조화

언제부터였을까, 비둘기를 닭둘기라 부르며 번잡한 도심 한가운데에 지저분하게 돌아다니던 비둘기들을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고,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갈매기들이 여기저기서 땅에 떨어진 프렌치 프라이를 집어 먹는 장면이 너무나도 익숙해졌네요. 매케한 공해속에서 살고 있거나 아주 정신없이 혼란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오늘 문득 길을 걷다가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24/7, 전자기기없이는 더이상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학과 문명에 물들어버린 저이기에 참 위선적인 생각일 수도 있어요. 정신없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불만을 표해봐도, 결국 제 자신도 언젠가는 차를 몰고 다니게 되지 않겠어요. 차 소음과 매연에 투정을 부린듯 다 부질없는 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토요일, 간만에 집을 나서 봤습니다. 화사한 햇살은 없어도, 봄을 기대하며 산책겸 슬슬 걸어봤어요. 사실 기분 전환삼아 나온 거지만, 우중충한 하늘과 정신없이 지나가는 차들을 보니 우울한 생각만 계속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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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잔디위의 작은 새라, 별로 크게 문제가 될 부분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주변을 다 둘러봐도 이상하게 생각될 문제는 없을 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침울한 분위기가 저로 하여금 슬픈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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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끔은, 무수히 엮어있는 도로위로 날아다니는 새들과 죽음을 무릅쓰고 도로를 횡단하는 다람쥐/청솔모들을 볼때면, 제 손에 쥐어진 문명의 이기가 가끔은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2 Replies to “문명과 자연의 부조화”

  1. 여기서도 아주 가끔 너구리나 청설모는 봅니다만, 워털루엔 그런게 더 많죠. 그러고보니 지하철 타는 역 안까지 비둘기들이 들어와 있는걸 본 적이있는데 너무 놀랐었다는..

    1. 도로를 건너려고 안간힘을 쓰는 청솔모를 볼때면 차에 치이진 않을까 언제나 조마조마하네요. 얼마 남지 않은 풀숲과 나무들을 오가며 ‘인간사회’에 익숙해져가는 동물들을 보노라면 세상이 너무 혼란스럽게 여겨집니다. 그래도 위선적인 생각이겠죠? 저도 인간이고, 나름 자연을 훼손하는 데 한 몫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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