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타인을 반드시 도와야 한다는 것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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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키가 큰 나무에 새둥지를 발견하는 것은 색다른 일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길을 걷고 있는데, 어미새가 구슬피 울고 있고, 바닥에 떨어진 새끼새가 다친체 죽어가고 있다면, 과연 난 어떤 행동을 취할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우선은, 냉정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무시하고 지나쳐갈 수 있습니다. 둥지가 높은 나뭇가지위에 놓여 있다면 새끼새를 들어서 올려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요. 위험을 무릅쓰고 나무를 타기란 너무 큰 희생을 요구하게 됩니다. 잔인하지만, 약육강식의 자연 생존법칙을 따져봤을 땐, 떨어진 새끼새는 내버려 두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새끼새를 어떻게든 도와주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둥지가 너무 높아서 감히 올려둘 수 없다면, 스스로 또는 동물병원을 통해 새끼새를 치료해주면 되지 않겠어요. 어느 정도 나아지면, 키워서 날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님 아예 동물보호소 같은 데 맡길 수도 있겠네요.

살다보면 생판 모르는 남을 도와줘야 할 경우가 간혹 생기게 됩니다. 때에 따라 도움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을 테고, 돕지 않고 회피할 경우엔 손가락질 받고 덤으로 욕까지 먹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든 것이 현실인데, 희생을 강제하며 남을 구하라고 요구한다는 것은 조금 억지스럽지 않을까요?

끝으로, 제 자신에게 그리고 본 글을 읽으신 모든 분들에게 살며시 질문을 던져봅니다. 아직은 직접 마주친 적이 없지만, 만약에 실제로 눈 앞에 새끼새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제게 새끼새를 치료해야 할 ‘의무’가 생길까요? 만약 무시하고 지나쳤다면,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리며 고민해야 할까요? 이처럼 남을 돕는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할까요?

4 Replies to “길을 걷다가. 타인을 반드시 도와야 한다는 것이란…”

  1. 가치관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현재상황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지요. 제 친구는 길에서 홈리스아저씨가 피자 사먹을 돈을 구걸하니까 피자가게에 데려가서 3불짜리 피자 한조각을 사주더군요. 홈리스한테 돈을 줘봐야 대부분 술이나 마약을 사니 피자가게 따라가는 사람에게만 얼마되지 않더라도 선의을 배푼다는 거지요.

    1. 오 그거 진짜 좋은 방법이네요. 단순히 돈을 쥐어주는 것보다는… 직접 먹을 것을 제공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어요.

  2. 자신의 개인적인 역량에 따라 사람은 서로를 도우면서 사는게 맞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강요해서도 안되고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욕할부분도 못되는 개개인의 기준일테지만요. 효미니님에겐 모르는 남을 돕는것이 당연한가요?

    1.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제 스스로는 되도록이면 주변을 많이 둘러보려 노력합니다. 누군가 힘이 들어하지는 않는지, 폐가 되지 않는 한도내에서 내가 힘이 되어줄 수는 없는 지 말이에요.

      하지만, 부끄럽게도 전, 생각한 만큼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는 타입입니다. 길거리의 쓰레기들을 보면서 혀를 차고 불만을 표해도, 막상 직접 줍는 경우는 열에 하나 정도 일까요? 그래도 혼자서 무언가를 처리하는 데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횟수는 좀 드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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