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합니까?

요즘 시끌 시끌한 글들을 보자니 너무도 답답해서 이렇게 한 자 써봅니다. 꽤나 쓴 소리가 될지도 모르니 자신은 도덕적으로나 범사회적으로나 천연동굴의 수천년 묵은 수정처럼 투명하다 싶으신 분들은 양심에 털이 안났는지 한번 더 확인해 보시고 살포시 “뒤로가기” 클릭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다시 한번 경고하지만, 아래 본문은 “난 어떠한 악담도 감당할 수 있다” 고 믿으시는 분들만 읽으시길 바랍니다. 전 아랫 글을 읽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그 어떠한 정신적인 충격과 고통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물론 제 생각에 반대하시는 분들의 댓글은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단순 비판이 아닐 경우에만 말이에요.

단도직입적으로 행복합니까?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며, 기준이 다양하다는 등의 변명은 전부 집어치웁시다. 예, 아니오 식의 단답식으로 답하라면 자신있게 난 행복하다 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이런 저런 변명으로 답변을 회피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억지로 강요하게 되면 결국 나오는 답변 중에 하나가 있죠. 바로 그나마 이유라고 들 수 있는 가장 흔한 기준인, 팔다리 성하고 건강하며 밥 세끼 굶지 않고 살고 있으니 행복합니다, 라는 답변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전세계 67억 인구중에서 지금 눈 한번 깜박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백명, 수천명 그리고 수만명이 아사하고 육체적인 장애로 인한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음지 아닌 음지내에서 벌어지는 광경들을 생각해보면, 편안히 배 두들기며 지금 본문을 읽고 계실 모든 분들은 “행복” 한겁니다, 어떻게 보면 말이에요. 안그런가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이유로 행복한 사람중 태반 이상이 타인의 고통을 100%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니 진심으로 자신의 일인냥 공감할 수 없습니다. 별 문제 없이 태어나서 건강하게 지금껏 자라왔으니, 장애라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직접 피부로 느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제발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려고 하지 맙시다. 자신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장애인에 관련된 경험이 있다고 한들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겁니다. 괜히 종교와 도덕을 들먹일 필요도 없어요. 이상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어중간한 생각으로 괜히 상대를 괴롭히지 말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가장 상황에 적합한 결정을 내리면 되는 겁니다.

예, 저는 낙태 찬성론자입니다. 인간의 생명의 존엄함? 하하, 진정으로 인간을 “존엄”하게 여긴다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에 대해서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개개인이 하는 행동 부터 고쳐야 할겁니다. 아직 세상의 빛을 받지도 못한 태아에 대해서는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면서, 막상 이 아이가 태어난 후의 일은 왜 더 큰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겁니까? 단순히 복지시설의 증진이 문제가 아니라, 과연 육체적인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있는 겁니까?

태어날 때 멀쩡한 아이들도, 환경오염물질을 통한 각종 피부병과 점점 혼탁해지는 공기 덕분에 기관지 관련 질환에 시달리는 마당에, 태어날 때부터 건강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겁니까? 과연 어느 쪽이 옳은 겁니까? 살기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과, 부모로서는 가슴 아프지만 최선의 방책이라 여기고 미연에 고통을 방지하는 것중 어느 쪽이 옳은 겁니까?

부모가 낙태를 결정했다면 그래서 과감히 태아를 포기했다면, 자신들의 선택으로 인한 죄책감으로 시달리더라도 잠시 고통받는 것은 부모가 되겠지만, 억지로 태아를 출산하게 되면 고통받는 이는 한사람 더 늘게 됩니다. 두 사람 고통 받는 거랑 세 사람 고통 받는 거랑 이왕 고통 받는 것, 거기서 거기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하고 육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를 아무 스스럼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건강하게 나아주지 못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자식은 자식 나름대로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 뿐일 겁니다. 과연 그 가정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련지는 감히 상상이 안갑니다만, 마냥 화목하지만은 않을 것 같군요.

멀쩡한 사람도 납치해서 불구로 만들어 버린다는 글도 심심찮게 많이 보았고, 자기 한 몸 제대로 간수하기 바쁜 세상인지라 참 각박한 광경도 많습니다. 불구가 된 몸으로 동냥을 다니는 사람들이나, 그들을 마치 바닥에 붙은 껌딱지 마냥 하찮은 존재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들이나, 세상 참 생각만큼 “깔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낙태를 걱정하며 찬반론을 펼칠 것이 아니라, 낙태를 하게끔 만든 현실을 바꿀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멀쩡한 경우엔 왠만해선 장애 태아가 나오지 않아요. 우습게도 돈많은 재벌가에서 장애아가 나왔다는 소리는 못들어봤습니다. 이미 비밀리에 낙태를 한 것인지, 아니면 돈발로 부모가 튼튼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장애 태아로 고생받는 것은 대부분이 일반 서민이나 돈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짐을 지게 만들려는 겁니까?

환경 호르몬을 걱정해야만 하는 현실도 문제지만, 문제를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사회도 문제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낙태가 문제가 아니라, 낙태 자체를 조장하게 한 현실이 더 큰 문제입니다. 자신은 희생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맙시다. 서슴없이 매연을 뿜어내는 차를 운전하고 다니며, 여기 저기 쓰레기를 버리는 인간 이란 존재가 참 부끄럽게 여겨지지 않습니까? 사람은 스스로 생산해내는 능력은 없으면서 언제나 소비만 합니다. 과장하자면, 내가 마시는 산소 한모금으로 인해 누군가가 한모금 덜 마시게 될련지도 모를 일이고, 자신이 내뿜은 이산화탄소와 각종 오염 물질은 다른 누군가에게 해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추-
행여라도 오해하시는 분 계실까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실련지는 의문입니다만) 다시 밝힙니다만, 트랙백은 스팸 문제도 있고 해서, 본 블로그의 모든 글에 막아둔 상태입니다. 단순히 본 글만 막은 것이 아니니 오해마시길.

2 Replies to “당신은 행복합니까?”

  1. 사실 기본적으로 저 역시,, 그 생명이 탄생해서,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그걸 감당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긴 합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라면, 낙태에 찬성하는 입장이였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어떤 분의 말씀을 들으니, 생명이 탄생하고, 세포 분열을 거듭하고, 그래서 장래에 장애가 있을거라 판단하려고 하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그걸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때에는 이미 일반적인 낙태 시기는 한참을 지나야 한답니다. 그분은 단호하게, 완벽한 개체가 된 생명을 ‘낙태’라는 커다란 이름 아래에 인정하자고 하는 것은, ‘살인’을 하자는거랑 비슷하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생각이 복잡해지기도 합니다. 정말 생명으로 인정한다면 말이죠. 그걸 거꾸로 생각하면, 지금 장애가 있는채 살아가는 생명에게.. ‘그렇게 힘들게 사느니, 죽는게 낫지 않겠냐?’라고 권유하는거랑 뭐가 다른가 말이죠.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1. 자의에 의해서 목숨을 끊는 경우라면 전적으로 본인에게 모든 것이 달렸다고 믿습니다만, 아무래도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 같네요.

      하지만, 낙태의 경우엔,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피해를 입는 것은 부모와 뱃속에 들어 있는 태아라고 봅니다. 태아의 경우엔 자신의 의사를 표출할 수 없는 관계로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볼 수도 있겠어요. 한편으로는, 살아남아서 기나긴 고통을 받느니 애시당초 빛을 보기 이전에 생을 마감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힘들게 사느니, 죽는게 낫지 않겠냐?” 라고 권유하는 것은 타인에게 상황을 100%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임을 생각해보면, 부모가 낙태를 결정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되네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막상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을련지 의문이긴 합니다만, 어느 정도는 낙태에 찬성하는 바이기에 잠시 끄적여 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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