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에 안경인 세상

강열하게 타오르는 저녁 노을은 아름답고, 우중충한 구름덮힌 하늘은 밉고, 비와 태풍을 동반하는 허리케인은 원망스럽습니다. 대지를 적셔 새로운 생명의 창조를 돕는 봄비는 사랑스럽고 뜨거운 열기를 적셔주는 여름 소나기는 고마울 다름이지만, 폭우와 홍수를 저주하고 때로는 극심한 가뭄에 고통받는 것이 현실이며 우리네 마음입니다. 다 같은 자연현상이지만 이토록 천차만별인 사람 마음. 결국 제 눈에 안경인 것이 세상살이 아닐까요?

왜 문득 다소 엉뚱해 보이는 서문을 꺼내었냐 하니, 사람이란 게 참 간사합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어요.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상대를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을 가진 분은 아예 없거나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인생을 다 살아야 비로소 인생무상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열이면 여뎗, 아홉은 모두 최후의 그 날까지 누군가를 헐뜯으며 탐욕에 잔뜩 취한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 눈에 안경이라 합니다. 남 욕하는 사람들 자신은 잘난 것 하나 없을 경우가 수두룩하고 비록 남에게 눈꼽만큼도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왔다는 사람들도 결국은 못한 건 없지만 잘한 것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해(폐)가 되는 행위의 기준을 자신의 잣대에만 맞추지 말고, 좀 더 폭넓게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아니 자신 스스로를 먼저 그 잣대에 맞춰봅시다. 담배 핀적은 있습니까? 담배 연기로 타인에게 폐암의 계기를 제공한 적은 없나요? 길거리에서 침을 뱉은 적은 없습니까?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휴대폰 통화를 한 적은 없나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린 적은 없습니까? 아니 한번이라도 길거리의 쓰레기를 주워서 휴지통에 버린 적이 있습니까?

자신의 잘못은 보이지 않고 타인의 잘못만 크게 보이는 것은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감추고 싶은 부분이 많다는 의미도 되겠네요. 자신이 공격받기 전에 먼저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 말입니다. 모두가 “내가 잘못했네”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 “네가 잘못했어” 쪽으로 밖에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헐뜯기에 급급합니다.

가면뒤에 숨어서 히히덕거리다가 돌아서면 금새 표정이 바뀌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면 전 이미 세상 이치를 모두 깨달아 버린 것만 같습니다. 지겹도록 본 것이 위선이기에 더이상 놀랄 것도 없어요. 모두가 안경을 쓰고 있다면, 저라고 쓰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다만 제가 쓰고 있는 안경은 모두를 경계하는 안경입니다. 제가 안경을 벗어던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 상대방은 저의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일테지요.

ps.
그다지 전개성없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냥 요즘 대선 관련 글도 많이 보이고, 길을 걷다가 얼굴 찌푸려지는 광경을 볼때면 항상 서글픈 생각만 드네요.

2 Replies to “제 눈에 안경인 세상”

  1. 나 하나만이라도 ‘잘’ 하면 내 주변이 변하고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손해 보거나 상처 받지 않으려는 마음이 똑같은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곤 합니다. 부끄러운 일이지요.

    1. 손해라는 사실을 알면서 행동에 옮기는 용기를 가지는 일이 참 힘든 것 같아요. 이런게 삶이고 인생이라 변명아닌 변명을 할때면 어렸을 때 동경하던 어른의 모습이라는 것이 참 힘들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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