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은 자격지심 – 내 블로그의 주체성을 찾아보자

평소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십니까? 읽는 이의 행복을 위해서? 단순한 자기 만족으로? 나중에 다시 쓰일지도 모른다는 저장 용도로? 또는 자신의 낚시글에 낚여서 오는 사람들 덕분에 끝없이 올라가는 방문자 카운터를 보는 쾌감을 위해서? 광고 수익을 위해서?

무슨 이유이든지 간에, 반드시 하나쯤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야, 에너지 낭비할 이유가 없지 않겠어요.

인터넷에서 글쓰는 나 자신

벌써 8여년. 이민온지 9년이 되어 가네요. 그동안 말투도 많이 바뀐거 같고, 한글 사용에 있어서도 많이 서툴어진 거 같습니다. 실제로도 단어를 하나 떠올릴 때 영단어가 한글보다 먼저 떠오를 때가 많습니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민자에다가 전공도 전공인지라, 한글 제대로 쓰기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아도 먹고 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거든요.

더군다나 상업적인 블로그도 아니고, 개인적인 블로그에서 문법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철자 한두개 틀리는 거 다들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글쓴이도 무심코 흘려버리고, 읽는 이도 딱히 지적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뭐랄까 암묵적인 약속이라고 해야 하나요?

네가 그렇게 잘났냐?

인터넷 게시판에서 종종 보게 되는 광경입니다만, 문법과 철자 오류의 지적에 민감하게 대응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보통은 어디 어디가 잘못 되었네요 하면 두가지 반응이 나오게 됩니다. 하나는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경우와, 다른 하나는 뭐 그렇게 구태여 따지고 드냐는 경우입니다.

물론 지적하는 사람의 말투가 거슬리는 경우도 간혹 있겠지만서도, 공개된 장소에서 모자란 사람으로 취급받기 싫어서 나오는 자연스런 반응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람이 살다가 실수도 할 수 있는 법, 너그럽게 실수를 감싸주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 사람이면 당연히 한글을 제대로 써야하는 게 아니냐는 식의 따끔하게 지적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하는 건지, 어느 쪽이 옳은 지 아직 모르겠네요.

그때 그때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때 그때 다르다고 함은, 문법이나 철자가 틀려도 될 때가 있고 안 될때가 있다는 겁니까? 아니면 죄 없는 자 돌을 던지라 하는 식입니까? 누군가를 추궁하고 싶은 게 아니라, 어디에 선을 그어야 하는 건지 진짜 궁금합니다.

내가 글 쓰는 방법

왜 제가 문법과 철자에 대해서 집착하고, 서두부터 민감하게 꺼냈냐 하니, 항상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면서 반 이상의 시간을 검색하는 데 투자합니다. 무엇을 검색하냐고요? 바로 철자와 문장의 쓰임새, 문법 등을 검색하지요.

실은 항상 궁금한 게 있으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제가, 글을 작성함에 있어서도 딱히 다를 게 없습니다. 쓰고 있는 문장이 맞는 지, 단어의 철자는 제대로 되었는 지 궁금해서 못견디겠다는 겁니다. 덕분에 블로그에 장문의 글 하나 올릴 때마다 철자 확인을 위해 온라인 사전 (예, 야후) 을 펴두고, 가끔 띄어쓰기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서 문장을 검색까지 하게 됩니다. 제가 단어 단위로 끊어지게 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왠지 단어가 끊어지는 것은 철자법과 띄어쓰기에 어긋나 보이는 것만 같아 불만이거든요.

혼자서 난리법석

요즘 들어와서 생각한겁니다만, 과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조금 길다 싶은 글을 하나 쓸 때마다 많게는 1시간 동안 혼자서 끙끙대며 글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니, 별 읽히지도 않을 글 하나에 괜히 힘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입니다.

문장의 앞 뒤는 맞는 지, 퇴고에 퇴고를 반복하는 건 보통이고, 가끔은 처음 의도했던 내용과 완전 다른 내용을 쓰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애시당초 글의 방향을 잘못 잡은 것도 아닌 데, 지웠다 추가했다 혼자서 난리법석이죠.

블로깅은 자격지심

결국 이런 결론이 나오네요. 블로깅은 자격지심이라, 누가 뭐라든 내 마음에 들면 된다. 실제로도 블로그에 완고하게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내세우시는 분 많으십니다. 타인이 반박했을 때, 자신의 마음에 안들면 가볍게 ‘반사’ 해줄때도 있고, 좀 대화가 되겠다 싶으면 응수해줄 수도 있는 것 처럼요.

제가 글 하나 하나마다 일일히 문법, 철자 신경쓰며 글을 쓰는 것도 결국 자격지심인것 같습니다. 분명 제가 100% 완벽하게 제대로 다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누가 크게 신경쓰지도 않을 사소한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결국 자격지심이에요.

블로깅은 화룡점정?

여러 고명하신 분들의 블로그를 보자면, 단어 사용 수준이 이미 제가 감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신 분들이 많습니다. 똑같은 내용을 담은 문장을 쓰더라도, 확연이 차이가 나는 것은 생각의 깊이 차이도 있겠지만 얼마만큼 깔끔하게 글을 쓰냐는 것에도 큰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생각하는 것과 글로 쓰는 것은 별개니까요.

저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을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왕 읽는 글이라면 잘 쓴 글을 읽지 뭐하러 시간 낭비해가며 똑같은 내용을 담은 글을 여러번 읽습니까. 여담이지만 이런 생각 때문에, 열었다 문 닫았던 웹사이트가 꽤 됩니다. 아무리 해도 시작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활성화 할 방도가 보이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왜 글을 쓰는가? 저는 남에게 읽혀지는 글을 쓰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통해서 제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의 소양을 개발하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눈을 감고 글을 쓰지 않는 이상, 자신의 글을 제일 먼저 읽게 되는 사람은 결국 자신 아니겠어요. 그리고 스스로가 쓴 글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공개’ 하게 되는 거구요. (항상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렇기에, 이 블로그는 제게 있어 하나의 도화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글을 수백번 고쳐 쓰고 난 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게 되는 곳이 이 곳 블로그니까요. 메모장이든 웹에디터든 하나의 미완성 작품으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던 제 글들이 블로그에 포스팅 됨으로서 완성작으로 탈바꿈 하게 됩니다.

나의 블로그는 이렇다

매일 백여명이 넘던 방문자 카운터에 들뜬 기분으로 글을 써가던 초기 시절과 카운터 보기를 거부하며 통계를 믿지 않는 지금 현재, 솔직히 제가 글을 쓰는 진정한 이유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많은 분이 제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면 당연히 좋기야 하겠지만, 그것이 제가 글을 쓰는 궁극적인 이유는 아니었으니까요. 텅빈 오선지에 음표를 하나 둘 달아가며 작곡하던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는 단순히 누군가가 내 음악을 들어줬으면 하는 심정에 작곡을 했던 게 아닐 겁니다. 마찬가지로, 글을 쓰고자 하는 주체 못할 욕구를 달래기 위해 몇시간을 투자해가며 오늘도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여기까지 글을 썼으면 이제는 마무리 지을만도 한데, 위에서 부터 차례대로 주욱 훑어보니 왠지 문맥이 안맞는 것 같습니다. 뭔가 매끄럽지 못한 거 같아요. 이제 와서 또다시 뜯어 고치자니 염두가 안납니다. 그냥 이렇게 뒀다가, 누군가 지적해 주시면 그때 다시 퇴고해볼까 싶네요. 😀

19 Replies to “블로깅은 자격지심 – 내 블로그의 주체성을 찾아보자”

  1. 제가 볼때 이정도면 충분하죠!

    저는 글들을 대충 훝어보는 스타일이라.
    맞춤법 신경안쓰고, 문법신경안쓰고,,
    무엇을 전달할려고하는지만 파악하면 패스하거덩요! ^^

    충분히 무슨말씀을 하는지, 이해가 되게 잘쓰셨습니다.

  2. 글에 반박할말이 없자 그냥가긴 자존심이 허락지않고
    그러니 딴지거리를 찾다가 맞춤법갖고 늘어지는 애들이
    종종 있죠^^ 그런 애들은 무시하면 되구요

    근데 저도 맞춤법에대해선 한마디 하는편인데요
    심각할정도로..매우 다수의 한국인이 틀리는 맞춤법이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틀리는 부분이기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다 신경을쓰고 고쳐나가야할부분이라 생각이 되어 지적하는
    편입니다..
    제가 보기엔 문법세대가 아닌 어린친구들이라 예상은 해보는대요
    낫 낳 낮을 구분 못해 사용하고 안 과 않의 위치를 제대로 넣지
    못하는 등 한두명 틀리면..아 그냥 실수인가보다 싶은데..
    정말 가는곳곳 커뮤니티마다 다들 저걸 제대로 못써버리니..
    그때부터 그 틀린것을 보면 부글부글 끓는겁니다..
    그래놓고 일본어는 어찌나 잘가져다 쓰는지..”스고이” 라느니
    “카와이” 라느니..분통이 어찌 안터지겠습니까..
    어이를 어의로 쓰는 어처구니는 이제 포기했구요;;

    근데 요즘은 지적도 잘 안합니다..담부터 제대로 신경써서
    써보라는 의미인데..절대로 고치지 않더라구요..
    그것도 일종의 자존심..허세부리는건지..
    외국에서 8년이나 사신님이 훨씬더 맞춤법에 등하시니..
    요즘애들 영어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한글부터 좀 제대로가르쳐야
    될거 같습니다..

    1. 실제로, 타지로 조기 유학 간 학생들에게 (특히 초등학생 이나 유아) 모국어를 (예를 들어 한국어) 먼저 제대로 가르친 후의 성적이나 언어 능력을 봤을 때, 모국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보다 높게 나왔다는 글을 일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지적해주신 대로, 한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 ‘외국어’를 감히 말하려 한다는 것이 어째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만 같군요.

  3.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사실 저 한국에 살고 대학생이지만, 맞춤법 정말 못합니다. 어렸을 때 시험쳐서 빵점도 맞아봤고, 지금도 맞춤법이 무섭습니다.^^

    저도 엉망인 것을 알지만 누군가 적하면 짜증이 나게 마련이죠. 하지만, 않하는 것보다 낮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맞춤법에 관심이 있으시다니 제가 이용하는 사이트를 남기고 갑니다.
    http://urimal.cs.pusan.ac.kr/urimal_new/
    국어평생교육 :: 우리말 배움터입니다.

    1. 유익한 사이트 감사드립니다.
      이제 블로그에 글 올릴 때마다 바로 방문할 수 있도록, 옆에 사이트 링크에 달아놨어요. 🙂

  4. 안녕하세요. 댓글을 타고 건너왔습니다.
    자격지심이라, 그런 면도 확실히 없지 않아 있는 듯합니다. 그만큼 블로그는 개인에게 있어 다양한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100% ‘개인’에 의해 운영되는(팀블로깅 등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매체라는 건, 그렇기 때문에 사람 하나하나마다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트랙백을 슬쩍 붙혀 둡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1. 어이쿠, 죄송합니다. 제가 트랙백을 보내려 했는 데 되려 받게 되었네요. 😛 방문 감사드립니다. (꾸벅)

      예 말씀하신대로, 광활한 인터넷에서 ‘나만의 공간’ 이라는 것이 참 메리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러한 연유로 싸이월드나 마이스페이스나 여타 블로그가 크게 활성화 되고 있는 거겠지요.

  5. 영어 문법은 기를 쓰고 외우고 고치려 하는 민족이 한국 사람인듯 보이는 요즘 세상인데….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중에 하나로 항상 대두 되는게 냄비정신 이기도 한데 한글날만 되면 나오는 기사는??? 인터넷 상의 무절제한 언어파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이라던가…. 한글의 아름다움을 외치는 글들을 보는데 왜…. 정작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들 남일 취급하며 신경들을 안쓰는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전 남들과 토론하며 이야기하는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언제나 신문을 읽으면서도 혼자 생각하기 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 내용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곤 합니다. 근데 요즘 인터넷 뉴스에 대한 답글을 보고 있으면 우선 짜증부터 납니다. 왜 그리 한국 사람들의 시각이 삐뚤게 변한건지 우선 부정적인 시각으로 모든 기사를 바라봅니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또한 한 의견이긴 하나, 반수 이상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를 아파합니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을수록 글에 맞춤법, 단어 사용 등의 오류가 심각합니다. 남을 배려할수 있는 마음부터 네티즌들은 길러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좀 밖으로 새긴 했지만 저 또한 많이 생각하는데 전화하는 시간보다 메신저로 친구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많아진 저는 (외국에 있다보니….) 가끔 영어식 문장구조로 얘길 하는 제 모습을 보곤 합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주어 동사 목적어 순으로 쓰곤 하는군요. 한글은 영어처럼 틀에 박힌 문장구조를 가지고 있진 않습니다.(제 생각입니다.) 어느 나라보다 자유로운 문장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영어를 공부하고 있으면 한글이란 언어가 가진 다양한 표현들과 창의적인 문장구조들은 영어라는 언어보다 훌륭하다고 항상 생각됩니다. (물론 한국적 사고에서 자라고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이지만 말입니다.) 글쓴이는 제 친구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민간지 9년이 되어가고 저도 못본지 9년이 되어간다는 말인데 저보다 한글에 대한 애착도 많고 저보다 글도 잘씁니다. (예전에 쓰던 시 등을 생각하면 이녀석 공학도가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글을 읽다보니 한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많이 드는군요. 다른 나라의 말과 문화에만 익숙해지려 했던 제모습이 말입니다.

    1. 아이 자식, 눈에서 땀이 날려고 하잖아.

      평소에 생각하던 거지만, 뉴스 미디어라는 게 참 사람의 감성을 무디게 만들어 가는 것 같아. 전쟁으로 사람이 수백, 수천명 죽어가고, 자연재해로 셀 수 없는 인명피해가 나는 기사가 나오다가도 금새 또다른 분위기를 담은 기삿거리로 뉴스가 진행되니 진정으로 무언가를 공감하기가 참 힘들어져 간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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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 글 읽고 중대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한글 맞춤법에 신경 써야 한다는 사실!
    저도 님꼐서 말씀하신 현상을 인터넷에서 발견하고는 합니다.
    한글 역시 신경 써서 공부해야 할 엄연한 한 나라의 언어입니다. 자기 나라 말이라고 얕보고 대충 쓰고 공부 안하는 태도….. 문제 있다고 봐요.
    중국과 일본이 지금 자기네 나라 말을 세게에 전파하려고 상당히 노력 중이라더군요. 공자학당과 일본어학당으로 말이지요.
    우리나라도 우리 말을 공부하고 널리 전파하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충분히 잘 쓰신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글 써보면 자기 맘에 꼭 들게 정리하는 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실감하고는 해요. 작가들 치고 쉽게 글 쓰는 사람 드물다고 하더군요.
    자기 글에 정성을 기울이는 분이라면 누구나 그럴 겁니다. 자신감을 가지셔도 될 거예요.

    1. 칭찬 (이라고 받아들여도 되겠죠?) 감사합니다 🙂
      ‘나’는 제대로 실천하지 아니하고 괜히 남에게 계몽하는 건 아닌가 괜시리 조심스럽네요. 단 5분의 연설을 위해 1주일을 준비하는 것 처럼, 글 하나 하나 신중하게 써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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