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7일] 회상에 젖을 때면

2004년 6월 7일 날씨: 후덥지끈

낮 내내 가게를 지키며 책 읽었다, 팔굽혀펴기 했다.
혼자서 열올리며 허덕거렸다.
여름이 되면 겨울이 그립게 되고,
겨울이 되면 다시금 여름이 그립게 되는 심리는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요즘 읽는 책이 뭔고 하니 (그래봤자 읽기 시작한지 이틀정도 밖에 되지 않은 듯 싶지만)
다빈치 코드 – 얼마전 다 읽은 – 를 쓴 작가가 쓴 글인데,
그가 밝히길 다빈치 코드의 전편이라 하였다.
이미 그의 실력은 톡톡히 읽은 바, ‘Angels & Demons’ 이라는 그의 책 또한 가히 놀라울 정도로 흥미로웠고,
한마디로 대단했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책 자체 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것인데,
책을 읽으며 나는 세세한 내용 하나 하나를 다 따지기 보다,
전체적인 흐름을 즐기며 읽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에서 나오는 명칭이나 등장 인물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심지어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 실생활도 그리하지 않은가 싶다.
일분 일초 한시각을 살아가면서 머릿속에 담아두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스쳐지나갔던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었는지.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 가슴에 담아두었던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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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30일] 눈보다는 마음

2004년 5월 30일 날씨: 햇살 그리고 눈부신 하루

그야말로 완벽한 주말이다.
내 일과와는 관련 없이, 날씨만은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가게문을 들락거리며 기지개 펼치며 따스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니,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좋은 시간 어느새 다가버리고, 누가 그랬던가 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빨리 간다고,
곧 저녁이 되었다. 어둑어둑해지는 시간과 함께 밤은 무르익어 가고,
하릴 없이 채널을 돌리던 나는, 곧 눈에 띄는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Iron Chef.’
먹는 거라면 가리지 않고 잘 먹으며 대부분의 음식을 다 좋아하는 나로선,
요리 채널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이윽고 이어지는 심사원들의 음식 맛보기.
소량의 음식을 저리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라면, 나도 혀로 음식을 음미해보고프다,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제껏 먹어왔던 음식이 내 혀를 심하게 할퀴었거나,
혀의 심기를 끼쳤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배부르게 먹기 보단, 혀가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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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29일] 하루살이 인생 = 해의 삶

2004년 5월 29일 날씨: 산책하기 좋은 밤

오늘 같이 날씨 좋은 날이면, 산책을 어찌 안할소냐?
하는 말은 좋다만, 뭐 실은 부른 배를 소화 시키기 위해 출발하게 된 산책이었다.
이제는 약간 배가 부른 달도 구름 한점 없는 저녁 하늘을 화사하게 비추고 있었고,
간혹 날라다니는 날파리떼에 굉장히도 귀찮긴 했지만서도,
저녁 노을 진 은은한 호수 물결도 나에겐 싱그럽기만 했다.
눈에 띄는 날파리떼를 보며, 하루살이 생각을 해보았다.
혼자서 중얼 거린 말은,
신이 나에게 무언가를 질투할 수 있게 허락한다면,
하루살이들을 질투할 지도 모른다고.
그들에겐 내일이 두렵지 않기에,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동경하는 해,
그런 해와 함께 태어나고 죽는 삶은 얼마나 경의로운가.

얼마를 걸었을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순히 간간히 달 보며 호수 쳐다 보며, 저만치 떨어져 있는 섬 쳐다보며,
거의 정신 없이 걷고 있는데,
부두 아닌 작은 선착장에는 저녁 노을을 낚는 사람들이 서있었다.
자신의 일부를 포획하는 이들마저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자연의 신비란,
가히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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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25일] 소리없이 찾아오는 그대는

2004년 5월 25일 날씨: 기상청은 거짓말쟁이

운전면허시험을 보고 보스턴 피자에서 파스타류를 먹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운전면허 시험을 본 내용이나 음식을 먹은 내용 자체는 너무 진부한거 같아 쓰지 않는다)
식당에서 주문을 할 시 가장 빨리 나오는 것은?
아마 계산서이지 않을까 싶다.
후후 좀 비꼼이 적잖아 없지는 않지만, 적당히 거짓말도 아니지 않은가.
아 물론 음료수도 빨리 나온다고 우기는 햏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 아니겠나.

가게를 지키고 있나니, 손님이 들어와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는 그 한 말 그자체에 큰 의미를 둔 것은 아니고,
연상작용에 의해 생각난 것이 기억에 남는다는 것이지.
그 생각이 뭐고 하니, 아니 손님이 한 말부터 시작해야 하겠군.
‘이 비, 네가 주문한건가?’
이 비슷하게 말하지 않았었나 싶다.
그 당시에는 웃고 넘어간 일이지만…
돌아서서 다시 생각해보니 가슴 아련한 연상이 되었다.
비… 누구도 주문하지 않았는데 내리지 않는가.
마치 사랑처럼, 그 누구도 주문하지 않았는데 소리 없이 찾아 오곤 하지 않는가.
사랑 = 비 와 같다는 공식이 무조건 성립하라는 건 아니지만,
대략 비슷한 점은 적잖아 없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치도 않은 곳에서 찾아와서는 잔뜩 가슴 시리게 하고는,
다시금… 붙잡을 수도 없는 곳으로 떠나 가버린다…

[2004년 5월 24일] 오감에 약한 사람

2004년 5월 24일 날씨: 연휴의 마무리도 비와 함께

문득 생각이 든다.
인간은 참으로도 오감에 약하지 않은가.
청각 시각 촉각 후각 그리고 미각,
이 오감과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기억속에서 잊혀지는 게 아닐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던가.
부정하려 해봐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 않을까.
이제껏 알고 지내왔던 수많은 사람들도 대부분 내 기억에서 잊혀진지 오래지 않은가.
깊이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아득한 옛 추억이기에
섣불리 무엇하나 쉽게 건져내려 해봐도 이제는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흔히들 말하는 여섯번째 감각, 눈에 띄지 않는 감각이다.
영화로도 한번 출시되어서 영을 보는 감각 비슷하게 나온 거 같은데,
이래나 저래나, 흔히들 말은 하지만, 쉽게 찾아 볼 수는 없는 그런 감각이지 않을까.
아니면 너무나도 가까이 있기에 망각하고 있는 감각은 아닐런지…
그래서 생각나는 것은, 그 여섯번째 감각은 마음이지 않을까.
오감에서 멀어져버린 시간도 마음에 묶여버린 이상 언제나 제자리를 맴돌듯,
잊혀졌다고 치부해 버렸던 추억들도 새록새록 되살아 나는 걸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가 있는 건 분명한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단순히 나 자신을 위로하려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쉽게 버릴 수 없는 기억들이 여전히 주위를 맴도는 듯 하다…
청각 시각 촉각 후각 그리고 미각, 이 오감은 잊고는 버릴 수 있어도…
여섯번째 감각만은 쉽사리 버릴 수 없는 나이기에,
오늘밤도 무거운 추억속에 묻힌체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