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3일] 비로 쌓아가는 환상의 성

2004년 5월 23일 날씨: 연휴의 시작은 비와 함께

비가 온다… 빗방울 그 자체에서 매력을 찾으라면 힘든 일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것이 어우러진 비가 오는 장면에서 매력을 찾으라면 의외로 낭만적일지도.
비는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주진 않았다.
어릴적 빗속에서 뛰어 놀던 추억이나,
진흙탕이 되어버린 땅에 물길을 만들어가며 그렸던 추억이라면야
언제나 회상하기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이미 잉크 자국 마른지도 한참은 더 지나버린 나에겐
그들은 어릴적의 추억일 뿐…

나에겐 언제나 단지 비에 대한 환상만 그득할 뿐,
마땅찮은 추억이라곤 그리 아니 하나도 없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언제나 비가 오는 날이면,
추억을 회상하기 보다, 끝없이 솟아오르는 환상의 성만 쌓아 올릴 뿐이다.
문득 시상이 떠오를 법도 한데…
좀 더 상념에 묻혀 있고 싶은 생각에 펜을 잡고 싶은 엄두는 나지 않는다.
마린블루스에서 나온 한 장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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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19일] 아 미련 많은 그대는

2004년 5월 19일 날씨: 정체불명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미련이 많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미련을 안고 살아간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어딘가에 굴러다니던 주워온 물건들도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예전부터 간직해 왔던 (어떻게 입수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물건이 태반이다)
물건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약간의 편집증이 있는 나로선,
버리지도 못할 물건을 양손에 들다 못해 가슴에 부둥켜 안은 체
언제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이다.
뭐랄까,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하는 나로선,
돌멩이 하나도 살아 숨쉬는 듯하다.
덕분에 여기 저기 갖가지 모양의 자갈들이 즐비하다. -_-;

나는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
미신 또한 개인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게 마음에 들어서인지,
행운의 증표 등 무언가를 할때면,
행운의 상징으로 명명한(내 마음대로) 어떤것이든 꼭 하나씩 들고다니곤 한다.
예를 들자면, 내가 태어난 해(연도)에 만들어진 동전이라든지,
목걸이 류도 좋은 예가 되겠다.
후훗 그러고 보면, 남모형 (굳이 성명은 밝히지 않겠다) 이 밑바닥에 그림 그린,
커피컵 세개 또한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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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13일] 그대도 저를 사랑하게 될것입니다, 제가 그대를 사랑하기에.

2004년 5월 13일 날씨: 쪼꼬렛을 녹히는 열기

무더운 날씨를 이기고자 에어콘을 켜고 가게에 앉아선
‘마린 블루스’ 를 읽기 시작했다.
이 책 또한 아끼고 아껴서 읽을려고 했지만,
뭐 딱히 읽을 거리가 없기에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한장 한장 넘겨가며 마음으로 읽다보니,
(그렇다 의외로 책을 빨리 읽을 수가 있었던 건,
마린 블루스는 네칸 만화 이기 때문이지)
간혹 가슴에 와닿는 이야깃 거리가 눈에 띄었다.
그 중 지금 당장 떠오르는 것은,
글라디에이터 에서 나오는 한 장면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었는데,
황제가 된 동생이 누이에게 하는 말,
“누난 날 사랑하게 될꺼야, 내가 사랑하니까”
작가는 사랑 받지 못한 자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그를 동정하였다.
진심으로 그 심경을 이해할 수 있기에 그런 것 아니었을까.
그 외에도 많은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있었는 데,
구구절절히 다 늘어 놓자니 팔만 아플거 같다.
실제로 느껴보지 않고 말로만 논하는 건 이제는 무의미하지 않을까.

가슴 시린 사랑… 나는 커플을 부러워 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찾아 가려 애쓰는 이들을 동경한다.

[2004년 5월 7일] 아. 그대는 망상가라

2004년 5월 7일 날씨: 서늘한 날씨는 나를 산책가로 만들고

맑고 높은 하늘은 결국 나를 바깥으로 끌어내고야 말았다.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은 자연스레 내 발걸음을 옮기게 하였는데,
금빛 물결, 그렇다 금빛 호숫물은 내 시선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으며
유난히도 소란스런 물결은 나의 두 귀를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간혹 지저귀는 새소리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여기 저기 돌리기에 바빴고,
드넓은 하늘과 호수의 만남은 언제나 내 마음을 편안케 한다.
덕분에 내 마음은 더욱더 자연을 동경하게 되었다.

약간 들뜬 기분에서 일까, 주위 사물들이 좀 더 정확히 보인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던,
(정확하게는 예전에도 그런 모양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무가 눈에 띄었다.
비스듬하게 뽑혀선, 반죽은 나무가
(신기하게도 죽은 것 같은 나무에 여전히 푸른 잎이 돋아 있으니, 살아 있는 건 분명하지 않을까)
거의 쓰러질 듯 전선에 걸친 채 ‘누워’ 있으니,
보는 나로 하여금 안쓰럽게 하였다.
947… Lake Road North 였지 아마, 하하 947 이라는 숫자는
끝까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내내 되새겼었다.
왠지 모르게 그 비스듬한 나무가 중요한 일처럼 다가 왔기에,
결코 쉽게 넘겨선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아마 시청이든 어디든 전화를 해야 하진 않을까.
내일 모레는 주말인데, 응답은 없을 텐데…
고민은 또 시간 속에 파묻혀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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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5월 4일] 눈물을 마시는 새

2004년 5월 4일 날씨: 하키 ‘보기’ 에는 좋은 날씨

하루가 평범해져만 가는 나로서는 더이상의 상념도
마땅한 이야깃 거리도 매일 같이 생각나지 않는다.
매일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쥐어 뜯으며 그 날 하루 일을 되 씹으며 고민하기 보다는,
좀 더 편안한 이야깃 거리로 글을 써나가는 건 어떨까.
낮동안 책을 읽던 중,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눈에 띄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다 언제나 그렇듯이 세상 모든 일은, 내가 제대로 기억한다면… 으로 시작한다.)
요는 눈물은 몸에서 내보낼 정도로 해악이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눈물을 마시는 새야 말로 여러 종류의 새중에서
특히 독약을 마시는 새 보다 일찍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한 귀 한귀 읽어가며 속으로 되새기며 생각한다는 게,
실지로 우리는 눈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가.
얼마나 몸에 해가 되는 것이기에 우리는 내보낼 수 밖에 없는 가.
눈물을 아끼지 않아야 오래 사는 것일까.
물론 그렇게 단적으로 받아들일수 만은 없는 노릇이지만,
울고 싶을 땐 실컷 우는 것 또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무심한 생각도 문득 든다.
‘남자라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세 번 눈물을 흘린다’는 말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