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산다는 건 – 6. 대학, 그 신입생활

“대학가면 다를 줄 알았어요.” – X시, B군의 푸념

저도 다를 줄 알았습니다. 대학이란 동경의 대상이었거든요. 물론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해 본 것이 아니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못해보고, 마냥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이 절대 암울했다거나 한 것도 아닌데, 그저 환경이 바뀌길 바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미래를 꿈꿨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실제로 대학이란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며 사회를 향한 문턱이란 생각이 드네요. 물론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꼭 대학만이 사회를 향한 문턱인 것은 아니긴 합니다. 요즘 추세를 보면, 대학을 나와야만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니 문턱이라고 단정짓기엔 좀 부족해 보이긴 해요. 굳이 갖다 붙이자면 ‘좌정관천’임을 깨닫게 해주는 곳이랄까요? 억지스럽게 보이긴 해도, 제가 신입생때 느낀 점중 하나랍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옛말 하나도 틀릴 거 없습니다. 어디서 얼마나 잘났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끼리끼리 모이고 뭉치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에요. 자신이 입학때 우수한 성적으로 커트라인이 높은 과에 들어왔다면,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수많은 학생들도 ‘똑같이’ 올라온겁니다. 되려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도 있게 마련이에요. 범인(凡人)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거든요. 이 부분은 세계 어딜가도 다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든 캐나다에서든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대학이란, 이런 현실을 체험하게 해주는 곳이거든요.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그런 내용을 원하시는 게 아니겠죠. (웃음) 제가 경험한 사례를 예로 들어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배우다/깨다

어디 어디에는 인종차별이 없다는 것은 순 거짓말일겁니다. 완전히 인종차별을 없애기란 (제 생각에는) 아주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하다 못해서 특정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조금이라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해외생활이거든요. 일례로 특정 민족은 냄새가 많이 난다던가, 누구 누구네는 놀기를 좋아한다거나, 누구는 몰려 다니면서 시끄럽게 떠든다거나 등등, 모든 것을 다 언급하기엔 결국 제 얼굴에 침뱉기일거 같아서 누구를 지칭하거나 하진 않을께요. 요는 다양한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알아야 할 것, 몰라야 할 것 모두 다 알게 된다는 겁니다.

왠만한 것들은 다 알고 있었던 것들이니까, 제가 신입생때 배웠던 또는 깨버렸던 선입견을 대라면 바로 백인을 바라보던 사고방식입니다.

저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하신다면, 저는 제가 순수한 박애주의자는 아니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를 특별히 차별하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타인을 대함에 있어서 그/그녀가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대우는 해준다는 생각을 하며 살거든요. 그 대우가 선입견에 의해서 때로는 적게 또는 많게 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오른뺨을 맞았으면 왼뺨을 내밀만큼 착하진 못하거든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GTA지역이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등학교 생활을 4년반동안 하면서 느낀점이라곤 아시안계열 특히 한국계열이 학교 성적에서만큼은 월등하다는 거였습니다. 물론 소수의 학생이었긴 했지만, 이민/유학을 와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데도 성적이 좋게 나오는 것은 (조금은) 자부심이 생기는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대학은 달랐습니다. 한국 사람이라고, 아시안 계열이라고 꼭 1, 2등을 하는 건 아니었어요. 가끔 아주 (미친) 천재같은 사람들도 보긴 했지만, 평균적으로는 열세였습니다. 누구한테 밀린거냐구요? 백인한테요.

사실 어떻게 보면 자존심 상하고 기분 나쁜 일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학교 공부에서는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밀리고 있으니까요. 순수 영어만 빼고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말예요. 제가 순수 학구파가 아니기 때문에 열성이 부족해서 제 스스로가 치고 올라가지 못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잘해주길 바라는 안이한 마음을 가졌는 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적어도 공대생 중에는) 제가 가지고 있던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이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

아아, 물론 다들 열심히 했었고, 지금 이 시각에도 한국인 대학생들의 많은 수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더이상 누군가가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은 옛날 말 또는 고등학교까지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저는 냉혹한 현실을 체험했고 깨달았습니다. 공부 방식이 틀렸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교육 과정에 대한 생각을 이 글에서 다루기는 힘드니까, 예전에 썼던 글을 살짝 링크합니다. 차후에 좀 더 깊이 다루게 될지도 모르죠.)

근데 백인들은 놀때도 참 잘 놀더란 말입니다. 단순 문화적 차이라고 보기엔 뭔가 다른 특별한 게 있는 것 같은데… 유전자에서 차이가 나는 걸까요?

천재는 다르다

언어의 장벽이었을 까요? 아니면 끼리 끼리 모였기에 다들 저만큼은 되는 실력이거나 그 이상인 탓일까요. 해도 해도 안되는 부분이 가끔은 있었습니다. 진짜 ‘토가 나온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될줄은 몰랐어요. 들어도 읽어도 써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이해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그들을 천재들이라고 불렀습니다.

인종을 불문하고, 아주 특출난 사람들이 가끔 있었습니다. 강의시간에 독특하거나, 한층 더 깊이 파고 들어가는 질문을 하는 그들은 날때부터 잘난 것일까요? 부럽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천재들의 반 이상이 백인이었는데… 진짜 어렸을 때 우유를 많이 마셔서 그런걸까요? 그저 제 자신의 한계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게 강의를 아무리 들어도 들어도 (가끔 졸기도 했지만) 이해가 안되는 건,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수업만 듣고 그것도 필기는 하나도 안하면서 한방에 이해하는 그들을 보면 저는 그냥 좌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거의 엄친아을 실제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orz

지역구에서 전국구로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는 지역구로 다닙니다. 잘못된 표현을 쓰는 걸 수도 있는데,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고등학교 생활이라는 것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걸어서 한 두시간 내에 존재하는 이웃 고등학교들이 전부일 수 밖에 없었던 고등학교 생활에 비해, 대학교는 전국 그리고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이었거든요. 맥마스터가 그리 큰 학교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럽쪽에서도 사람들이 교환학생으로 오고 캐나다 전역에서도 몰려 왔거든요.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캐나다는 인종 전시관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캐나다 반대편에서 왔다는 말에 놀랐었지만, 지구 반대쪽인 홍콩이나 대서양 너머 영국에서 왔다는 말엔 더 놀랐습니다. 아마 비단 맥마스터뿐만이 아니겠죠. 어느 대학이든 유학생들이 많을겁니다. 그래도 전 신기했어요. 뭐하러 여기까지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의대가 좋다는 말을 듣고 왔다는 사람들을 보면, 공부에 대한 열성이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만한 열성이 없이는 살아 남을 수 없는 곳이 대학이기도 하지만요.

신기한 것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데도 금방 또 쉽게 뭉친다는 겁니다. 다들 너무도 스스럼없이 그룹을 맺고 친구로 사귀게 되고 말예요. 기숙사별로 뭉쳐서 게임을 할때의 열정을 보면 감탄밖에 안나옵니다. 서양은 개인주의해도, 팀을 위해서 희생해야 할 때면 얼마든지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하달까요. 누가 특별히 강요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클럽활동

뒤늦게 와서야 지인들 사이에서 클럽을 하나 만들어 볼 걸 하는 농담 반 진담 반인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 드라마 클럽 같은 거 말이에요. (웃음)

세계 어딜 가더라도 대학교에서 클럽활동을 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을 겁니다. 운동관련도 많고, AV (Audio/Visual)관련도 많고… 종교관련도 많아요. 민족관련도 많은데, 주로 아시안 특히 (캐나다에선) 홍콩/중국 쪽이 강세죠. 물론 한국사람들도 나름대로의 클럽을 만들어서 활동을 하고 합니다. KSA (Korean Student Association) 은 어느 대학을 가든 있을 테고, 기독교쪽도 클럽이 몇개가 된답니다.

항상 아쉬웠던 점을 들라면, 몇안되는 한국 사람들이 여러 그룹으로 쪼개져서 지낸다는 겁니다. 다들 과나 배경이 다르기에 쉽게 뭉칠 수 없는 탓도 있겠지만, 기독교 부분만으로도 클럽이 2~3개나 되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1.5세와 2세를 나눈다고들 하지만, 그것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문화적 차이를 공유해서 융합할려고 노력을 해야지, 무조건 나눈다고 되나요. 이건 뭐 아주 조선시대 파벌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파벌로 나눠져서 서로 헐뜯고 뒷담이나 까대는 건 흉합니다. 좀 아쉬워요.

끌어주고 밀어주기

제가 3~4학년이 되어서야 깨달은 것인데, (여타 학교는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후배간에 끌어주고 밀어주기가 참 부족합니다. 여기서 끌어주고 밀어주기란 게, 단순히 족보를 (시험지 묶음) 물려 받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는 시스템을 말하는 겁니다. 멘터링 시스템이 일례로 들 수도 있겠는데, 제가 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 이 부분은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솔직히 후배가 모르는 게 있으면 나서서 선배를 찾아다녀야 되는 데, 뭐 그런 것도 없고. 다들 뭐하러 대학을 온 건지… 아무래도 이 부분은 차후에 좀 더 자세히 쓰게 될 거 같군요.

잊을 수 없는 추억들

이런 저런 불평 불만을 주르륵 많이도 썼지만…
대학생활에 있어서 가슴 시리고, 가슴 뜨거웠던 아련한 추억들의 대부분은 신입생때 경험했습니다. 사교생활에 익숙치 않은 제게 소수이지만 좋은 친구들과 형들을 만나게 된 것도 신입생때였고, 가슴 시린 경험을 한 것도 신입생때였어요. (철이 없었던 탓인지) 성적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시기인지라 좀 더 자유분방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사는 것이, 꼭 신입생 1년을 최대한 만끽하라는 겁니다. 적어도 제게 있어선 신입 1년동안이 최고였거든요. (웃음)

사실 더 쓰라면 길게 길게 더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내용을 정리하지 않으면 뒤죽박죽이 될 거 같아요. 거기다가 최대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글을 쓰려니 많은 부분이 절제되어야 하는 문제도 있어요. 혹시라도 생각나는 일화들이 있으면, 그냥 그때 그때 간략하게 쓰게 될 거 같습니다. 진짜 대놓고 글을 막 쓸려니 애초에 본 블로그의 (무례한 루드씨라고 간판을 달고 있음에도 분명히!) 색깔을 그리 잡은 게 아니라서 많이 힘듭니다. 음주 포스팅이라도 하면 모를까요. (웃음) 뭐 자서전을 쓰려는 게 아니니, 아주 날림으로 해 먹어도 다들 이해해주시겠죠. 아니에요? 아님 말고요.

공대생으로서의 경험 자체는 따로 쓰게 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공대출신이니 다른 과 보다는 더 자세히 다룰 수 있거든요. 🙂

6 Replies to “해외에서 산다는 건 – 6. 대학, 그 신입생활”

  1.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여러 인종이 섞인 곳에서의 인종차별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사람일지라도 겉보기에 나와 다른 점은 분명히 있는 것이고, 그에 따른 이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니까요. 같은 피부색끼리도 이질감을 느끼는데 하물며. 단지 그 이질감을 받아 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의 문제겠죠. 저는 너그러이 받아 들였습니다. 아하하
    이보다 조금 짧게 포스팅 수를 늘이면 더 괜찮을거 같은데, 어찌 생각하시는지. 🙂

    1. 글이 좀 길어졌죠? 다음부터는 횟수를 늘리고 글 내용은 조금 더 짧게 해야 겠어요. 쓰는 저도 힘들고, 말이 안되는 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힘드실테니, 짧은 글이 좋겠죠? 😛

  2. 흠… 맞는 말씀이신것 같아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백인들이;; 동양인들보다
    월등히우수했었답니다… 수학도 한국인보다 잘하는 백인이
    둘이나 되었구요;;; 물리 화학계열은;;
    따라가는것 조차 힘들정도로 잘하던애들이 많던 저희 고등학교
    였습니다.. 근데 대학 와보니.. 더 심하더군요;;ㅠㅠ
    백인애들 놀때는 놀고 할땐하고 그런거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더라구요..ㅋㅋ 가끔보면… 제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것이 좀 안타깝기도 하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기 언어니까 알아듣기가 조금더 쉽지않을까요?
    이해하기도…
    참…. -_-;; 한국인의 파워는 고등학교가 끝인가 싶습니다..;;
    물론 대학 오셔서도 잘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직 막 과 1등이런분들은 없으신듯….휴ㅠㅠ
    열심히 해봐야겠어요ㅋㅋㅋ 백인애들좀 꺾어 보기위해:)ㅋ

    1. 🙂 대학에서 한국인이 항상 뒤지는 것은 아니에요. health/life science (의대) 쪽은 한국학생들이 이름을 날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무래도 공대쪽만 좀 힘들어 하는 거 같아요 ㅜ_ㅡ
      화이팅입니닷! 😀

  3. 무서운 천재들 가끔 있죠. 제가 알던 놈 한명은 공대 과목을 (thermo, fluid) 미드텀 전날 textbook만 읽고 시험 보면 무조건 90% 이상 -_-;

    저희 학교에 나사 프로젝트에 참여하시는 fluid 교수 한분이 계신데 그 교수님 왈 “난 너희가 초딩때 1+1=2 를 당연히 이해했던 것 처럼 대학 다닐 때 교수가 칠판에 몰 적든 당연하게 생각했다” -_-;;;; 정말 무서운 말이죠.

    1. 헉 iF님 댓글을 깜박했네요 =0=; 댓글 달았는 줄 알았는데 orz

      사람마다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게 분야도 다르고 레벨도 다른가봐요. 수학적으로 뛰어난 사람도 있고, 문학적으로 뛰어난 사람도 있고… 개인적으론 음악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많이 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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