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블로그를 하지 않는다?

부자는 블로그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일전에 들은 적이 있습니다. 흔히 들리는 빌 게이츠가 길을 걷다가 바닥에 떨어진 $100 지폐를 줍기 위해 멈춰서지 않는다는 말과 비슷한 개념이지 않을까 싶어요. 블로그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지만 블로그로 부자가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 같습니다. 적어도 물질적으로는 말이죠.

이제껏 글을 쓰면서 항상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습니다. 포스트의 길이에 따라서 시간 투자가 비례하는 편이라서 조금 긴 글을 쓴다 싶으면 시간이 꽤나 걸리는 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타는 있지 않나, 잘못된 정보가 적히진 않았는지 그리고 문법 또는 맞춤법에 제대로 썼는지 퇴고에 퇴고가 이어지거든요. 물론 이렇게 신경을 써도 양질의 글을 쓰기란 (적어도 제게 있어선) 어렵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쓰는 글이란, 대부분의 경우 글쓴이가 차후에 다시 들여다 보기 위해서 쓰기 보다는, 아무래도 타인을 위해서 즉 남이 읽어주길 하는 바램에서 쓰게 됩니다. 결국 자신의 입맛에 맞게 쓴 글을 오독(誤讀)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애꿎은 몇몇만 난독증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죠. (가끔 글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댓글을 달아서 화를 자초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블로그엔 남을 위한 글을 써야 합니다. 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출발하는 블로그에 남을 위해서 글을 써야 한다니, 주객전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이지만, 남에게 읽혀지는 글이라는 요지를 잊으면 안된다는 겁니다. 글이 공개되는 순간 더이상 그 글은 자신만의 소유가 아니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고, 때로는 그들의 생각을 바꾸게 되거나, 아니면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이어져서 토론및 토의로 이어질지도 모르거든요. 누가 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글을 쓸 뿐이다 라는 독불장군식의 필자들도 있습니다만, 솔직히 시간낭비 아닙니까?

예, 시간낭비 아닙니까? 블로그를 1인미디어로 지칭하여 하나의 대중매체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블로그를 통해서 광고를 하고, 생각을 피력하여 대중을 움직이려는 것 자체에는 별로 반대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낭비가 아닌 경우는 극히 소수에 불과한 거 같아요.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서 얻는 이득이 미비하다는 겁니다. 제가 언급한대로 남에게 읽혀지기 위한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서 다른 수많은 글들과 페이지를 뒤적거려야 하는 시간 투자가 어떻게 보면 많이 아깝다는 생각이 가끔은 들지 않습니까?

광고를 통해 돈을 번다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이미 많은 프로그램과 특정 브라우저를 통해서 광고를 아예 없애버릴 수가 있습니다. 포탈사이트에서 광고를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일반 블로그의 광고는 볼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블로그로 자기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시는 분들 (적어도 제가 그랬습니다) 제 소견으론 차라리 책 한줄 더 많이 읽고, 신문 한장 더 많이 읽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책도 전부 다 읽었고, 신문도 전부 독파해서 남는 시간에 블로그 하신다고요? 한번 더 생각하신 뒤에,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 똑같은 대답을 하실 수 있으신가요? 지구상에 존재하는 195개국의 모든 소식을 다 완파하고 계신 겁니까? 아니 그게 무리한 요구라면, 이제는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하는 인터넷. 이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그날 그날의 소식및 기사를 모두 다 독파하고 계신 겁니까? 미국을 뒤흔들고 있는 3대 자동차기업 CEO들의 개인비행기 사용문제로 일침을 받은 이야기나,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투어 모두 (예, 판매되지 못한 차들이 딜러샵에 남아도는 관계로 물량조절을 위해서 공장을 닫는답니다) 공장 문을 닫고 있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미국 소식만 예로 들었었는데, 사실 국내/외 모든 소식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자신에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식은 최대한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거에요.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늘, 내일 하면서 당장 눈 앞에 있는 일로 전전긍긍해서는 발전이 없다 이 말입니다. 아니, 절대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해줄 수 있는 입장이라는 건 아닙니다. 본문의 상당수가 제 자신에게 가하는 일침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블로그에 대한 주제로 글을 써내려갈려고 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좀 더 광범위한 내용으로 커져버렸네요.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야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들도 있긴 하지만,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내 Director(이사정도 인가요?)와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꿈꾸고 있는 이상을 위해서 제대로 된 시간 투자를 하고는 있는지 등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제가 알아야 할 것들과 해야 할 것들은 너무도 많은데, 변하질 않고 하던 일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나아가질 않는 것 같아요.

변화를 원하고 요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변화하길 원하고 노력하지만, 결국엔 전혀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구요. 저는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을 싫어합니다. 안정적인 탄탄한 생활도 좋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다면, 그리고 내일이 오늘과 같다면 끔직하지 않습니까?

이 글을 마지막으로 본 블로그는 급변화 모드로 들어가게 될 겁니다. 텍스트큐브는 블로그 전체 삭제는 베타기간동안 제공하고 있지 않으니 아마 정녕 정리를 원한다면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오늘 내일 갑자기 사라지진 않을겁니다…

8 Replies to “부자는 블로그를 하지 않는다?”

  1. 잉? 이게 먼 소리래요? 급변화, 삭제라니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여자친구 생기신 겁니까? 제 블로그 광고때문인가요? -_-

    1. =0=; 누구 탓이라기 보단 그냥 심경에 변화랄까요.
      연말에 약간 바쁘게 치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여자친구 생긴 건 아니에요 -_-;;

  2. Ruud님이 새로이 만드신 곳에 처음 답글 달아 보네요. 그런데 이 글을 읽어보니 제가 너무 시간낭비 많이 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하지만 굉장히 열정적인 Ruud님의 태도는 종이 신문의 기사보다도 더 제게 의미가 있답니다.

    1. 가즈랑님의 블로그는 제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자주 들렸던 곳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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