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 Revolution 감상 후기

이미지 출처 – http://www.margaretcho.com/shop/dvd_vhs_cd_page.htm

누구든 (또는 꽤 많은 분들이) DVD 표지를 보시면 바로 친근감(?) 이 드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유명한 체게바라 사진이니까요.
물론 원본과 비교했을 때 약간 카리스마가 떨어지긴 하지만, 자신의 유머를 혁명으로 승격시키려 한 것은 칭찬해줄만 합니다. 마가렛 조, 이하 마가렛의 사이트에 본영화와 관련된 사진과 설명도 자세히 잘 되어 있네요. 스탠드업 코미디 쇼를 영화라 부르기는 좀 껄끄럽긴 하지만, 매번 쇼 쇼 하기도 그러니 그냥 영화라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영 껄끄러워서 그냥 쇼라고 부르도록 하죠.

구글에서 살짝 검색을 해보니, 호평과 악평이 갈리는 걸 볼 수가 있었는 데요. 저는 전문가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점 유념하시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무슨 위인전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그녀의 일생 및 세세한 뒷배경 이야기는 안하겠습니다.

전반적인 무대 구성 / 의상

극 초반에 벗어버릴 의상이라면 애초에 왜 그런 옷차림을 했는 지 알 수가 없네요. 물론 의상으로 관객을 웃길 그런 코미디는 아니었습니다만, 그래도 자신의 쇼 이름을 ‘Cho Revolution’ 이라 명할 정도였다면 좀 더 뭔가 강렬한 의상을 쓸 수 있진 않았을 까 싶네요. 아니면 차라리 평범한 캐쥬얼로 입어도 상관 없었을 거 같은 데 말입니다. 당연하게도(?) 옷을 벗어제낀다는 건 아닙니다. 제 말에 혹해서 그것때문에 보실 분 있으시다면 지금 당장 말리고 싶습니다.

무슨 옷이었는 지 궁금하시면, 그녀의 웹사이트에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 운운한 뒤 부터 이미지 퍼오는 것도 진짜 필요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왠만해선 사이트 링크 거는 것으로 대신 하겠습니다. http://video.margaretcho.net/margaret_cho_photos/revolution_the_movie/index.htm

그 외엔 딱히 뭐라 평할 부분이 없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걸 염두해 둔다면, 무대를 크게 꾸밀 것도 없으니까요. 도구와 의상을 사용할 즉흥 코미디가 (Improvisational Comedy) 아닌 이상 실제로 무대위 자체는 썰렁합니다. 단지 마이크와 물 두개가 놓여진 의자가 있을 뿐이에요. 뭐 그렇다고 무대장치가 없음을 비난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 무대 위에서 스폿라이트를 받는 것은 주연인 마가렛이었지, 화사한 무대장치가 아니니까요.

여성 코미디언

일반적으로 여성 코미디언은 그들만의 특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자신들(여성)에 대해서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특히나 Sex Comedy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여성분들이 더 적극적이시더라구요. 물론 다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적어도 제가 보아온 스탠드업 코미디들이 대부분 그랬더라는 겁니다. 그래도 저는 이것을 여성들이 가진 장점이며 무기라 여깁니다. 여성이라고 결코 주눅들거나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되려 침대위에서 주눅이 드는 건 남성 아니겠습니까? (응?)

마가렛은 쇼를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초반부의 난잡하고 19금스러운 부분은 제가 Sex Comedy 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거부감이 들 때도 있더군요. 특히나 자신의 지위를 매춘부에 비교한 것은 조금은 극단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유머는 유머로 받아들여야 겠지요. 더군다나 제가 그녀의 삶을 신경써줘야 할 처지는 아니란 말입니다. -_-;

어쨋거나 마가렛의 침대 위 재연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에서라도 한국에서는 방송될 것 같지가 않네요. DVD라도 출시 되었는 지는 모르겠네요. 아시는 분?

직설하다

제 생각으론, 북미/유럽 문화의 장점이라면 불만이 있다면 스스럼 없어 꺼내 놓는 것입니다. 특히나 정치 쪽 문제는 직설적인 것이 딴지일보 뺨을 후려 갈기는 정돕니다. (너무 직설적인 표현인가요 -_-;) 대중의 반응이야 어찌 되었든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유머화 시키는 것은 이제는 당연한 게 되었는 지도 모르겠어요.

마가렛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중반부에 돌입 하자, 미국 정부에 관한 불만을 스스럼없이 드러냈습니다. Dixie Chicks 그룹이 대중의 강경한 반발을 이겨내야 되었던 점을 이야기 하면서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개개인의 자유라는 것을 역설했답니다. (실은 좀 더 직접적인 표현을 썼던 거 같은데, 예를 들어 연예인이라든가, 기억이 안나네요 -_-;) 사담 후세인과 부시 미국 현대통령의 X대결 비유는 꽤나 적나라 했습니다. 😛

한국문화를 말하다

한국태생이며, 부모님이 한국인이기에 그녀는 한국문화에 익숙합니다. 대부분의 이민자/전아시아계 코미디언들의 공통점중 하나가 문화를 배경으로 한 유머에 능통하다는 것인데요. 이번 쇼에서는 그리 많이 꺼내놓진 않았네요. 일례로 Russell Peters 라는 진짜 좋아하는 코미디언 중 한명은 대부분의 시간을 문화에 대한 내용으로 소비하는 데에 비해 마가렛은 조금 더 종합적이였다고 해야 하나요. 아무래도 문화에만 집착하지 않는 마가렛의 태도가 그녀를 이제껏 뛰어난 코미디언으로 남게한 이유가 아닐 까 싶습니다. 한가지 주제에 집착하면 식상해지기 마련이니까요.

한국문화에 대해 꺼낸 몇안되는 이야기 중에, 쌀로 풀을 대신하는 대목에선 살며시 미소를 짓게 되더군요. 저 또한 어릴 적, 밥풀로 종이등을 붙이고 한 적이 더러 있었으니까요. (할머니 보고 싶어요 ㅜ_ㅜ) 대신에 과장 섞인 한국식 영어 발음 흉내내기는 약간 눈쌀 찌푸려지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그저 개인적인 반발감일지도 모르겠네요.

혁명은 나의 꿈

그녀가 혁명을 주도하는 정치가는 절대 아닙니다. 삐뚤어진 사회 시선을 제대로 잡아보자 하는 생각에서 나온 단어가 혁명이라지요. 이미 예전부터 익히 들어왔던 부분입니다만, 마가렛은 극단적인 다이어트에 대해 엄청 싫어라~ 합니다. TV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깡마른 몸매를 동경하는 10대 소년 소녀들을 각성시켜주고 싶어해요. 마가렛 본인도 쭉빠진 몸매를 가진 건 아닙니다. 어렸을 적 발레 까지 했다던데, 아마 아버지의 ‘가장 뚱뚱한 발레리나’라는 차가운 말 한마디에 삐뚤어졌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실은 쇼 중반부에 그녀가 직접 ‘뚱뚱한 발레리나’ 라는 말을 들은 후 Eating Disorder (섭식 장애) 에 걸렸다고 직접 말합니다만 진실은 본인만이 알뿐이겠죠.

세상의 시선을 바꿔보자는 그녀의 당찬 포부, 마가렛은 자신의 포부를 혁명이라 부르짖습니다. 바로 여기서 ‘Cho Revolution’ 의 베일이 벗겨지는 장면이죠. (앗 스포일러인가요?) 단순히 웃고 넘기는 유머를 넘어서서 관객으로 부터 진심어린 개선을 요구합니다. 저도 과체중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메마른 바람 불면 휙 날아갈 듯한 그런 몸매를 선호하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그런 저이기에 그녀의 부르짖음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끝으로

코미디언이란 참으로 쉬운 직업이 아닙니다. 책도 많이 읽어야 되고 정세에도 밝아야 되고 말도 잘해야 되는 등,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종합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정적인 코미디언은 수명이 짧게 마련입니다. 항상 움직이는 가만히 서있지 않는 코미디언이야 말로 진정한 코미디언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마가렛 조는 결코 단순한 여성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주장이 뚜렷하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행동에 옮기기 까지 하니, 그녀의 명성은 쉽게 얻어진 게 아님을 한 눈에 알 수가 있습니다. 그녀의 유머가 재밌냐구요? 웃기냐구요? 유머를 받아들이는 것은 항상 개개인에 따라 틀린 법이기에 제가 재밌었다고 해서 다른 분들도 반드시 재밌어 해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문화의 차이까지 따져보면 위 공식은 더 복잡해지는 군요.

1시간 반가량의 러닝타임. 감상하는 내내 계속 웃었던 것만은 아니지만 간간히 터져나왔던 폭소를 생각해 보면 DVD 를 샀던 게 결코 아깝지만은 않네요. 😀

여기까지 읽으신 분 계실려나. 왜 제가 이런 장문의 글을 썼는 지는… 여기까지 쓰고 나니 저도 딱히 이유를 알 수가 없군요. (대체 왜 쓴거야 버럭!) 그래도 가끔은 글 쓰는 연습이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말입니다… oT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