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문화 그리고 국가, 그리고 거울

요즘 올블로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댐에 가로 막혀 있던 물이 작은 구멍을 통해 서서히 흘러나오다가 곧내 온 댐을 허물어버리며 무서운 기세로 쏟아져 내려오는 거센 물길 같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모두가 자신의 글에 연관 태그/키워드를 달게 되다 보니, 올블에 올라오는 글의 (적어도 메인에 게시되는 글들) 2/3가 선교단 피랍사건 이네요. 뭐 다들 답답해서 한마디 하시는 거겠지만, 전반적인 큰 틀을 보지 못하고 뉴스 미디어에 놀아나는 것만 같아서 씁쓸합니다.

여기저기서 글을 읽다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드네요. 의문이 가는 부분도 많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참 많습니다. 우직하게 상대방의 종교와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만을 관철시키려 하면 항상 문제가 생기는 법이지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의 지위가 어찌되었든, 의도가 어찌되었든 규칙과 법을 따르는 것이 맞는 겁니다. 중동지방의 일부 국가들은 이미 기독교의 선교활동등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도 그 중 하나입니다. 기독교의 궁극적인 목표가 어찌되었든, 타인의 문화와 법은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무작정 교화를 위해서 선교활동을 나서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군요. 이미 평화축제건도 있고, 왜 이리도 욕을 작정하고 사서 먹으려고 하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순수한 의미에서 도우러 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배고픈 사람 빵하나 더 주고 교회를 믿으라 하는 것이, 사탕발림 말투로 지지자를 늘려가는 (흔히 다들 욕하는) 정치인과 다를바가 뭐가 있습니까. 진정 남을 돕기 위해 타지로 나가는 것이라면, NGO를 통한 좀 더 질서가 잡혀 있는 활동을 권하고 싶습니다.

더욱이 이슬람교와 기독교는 결국 같은 맥락 아닙니까? 두 종교가 모두 같은 신을 믿는 것이고, 코란과 성경의 내용도 전체적인 흐름 자체는 비슷한 것으로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 무슬림인 분 (인도인)이 계시는 데, 역사적 배경을 들어보니, (예수에 대한 시각은 다르겠지만) 종교적인 문제로 서로가 싸울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굳이 무슬림을 기독교쪽으로 개종시키려 애쓰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선교란 되려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상대로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가끔 보아하니, 이슬람교도 측이 기독교도 측 보다 훨씬 더 절실하고 교리도 철저히 지키는 것 같더군요. 집 밖으로 나서기 이전에 자신의 가정내 단속부터 잘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요? 남을 개종시킬 시간에 자신의 교도들 정신교육이나 좀 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조건 ‘믿습니다’ 한마디면 천당가는 줄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짜 한심합니다.

그리고 국가가 말리면 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맙시다. 종교가 국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만, 한나라의 국민이면 싫어도 따르는 시늉이라도 좀 보여주세요.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리는 데 끝까지 가는 건 무슨 배짱이며,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며 한 나라의 대사는 안중에도 없이 무작정 다 포기하라는 게 말이나 됩니까? 범죄와 타협하지 않는 것은 국민이 평화롭게 사는 곳이라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당사자라면 그런 말이 나오겠냐고요? 첫째로 만약 제가 진정으로 절실한 기독교인이라면 순교를 택할테지요, 그리고 둘째로 제 평소 생각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전 현재 전세계 인구의 엄청난 숫자에 불만이 많은 편입니다. 만약 제가 어쩔 수 없이 죽을 위치에 놓였다면 (후회는 많겠지만) 스스럼없이 죽음을 맞이할 겁니다. 특히 나 한명 살리기위해 큰 희생이 필요할 정도로 제 목숨이 국가에 큰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안합니다.

자 이제 살짝 방향을 틀어봅시다. 올블로그에서 피랍사건과 연관된 글중에서 70% 정도가 감정 섞인 불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터넷상에서의 제3자 욕하기란 참 쉽지요. 자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들도 아닐테고, 얼굴도 보이지 않겠다 뭐 쌍기역, 쌍시옷, 온갖 된소리가 섞인 글이야 참 쓰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거울 보고 다니나 모르겠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거울은 보십니까? 잔뜩 찌푸린 얼굴로 쌍욕을 퍼부을 때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 거울로 보신 적이 있습니까? 감정섞인 불만을 그것도 넘지 말아야할 선을 이미 한참은 넘어버린 글들을 보면, 과연 글의 필자들은 자신은 얼마나 순수하고 깨끗하기에 그러는 지 참 궁금하군요. 죄없는 자 돌을 던지라고, 국가에 세금만 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는 건 아니었으면 합니다.

군중심리 때문인가요? 사람이 사람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은 우르르 대중이 모여있을 때만 볼 수 있더군요. (육체적인 또는 무력적인 우위에 서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대일 대면에서 상대방에게 감히 손가락질 할 자신 있으십니까? 아무리 욕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남의 목숨을 가지고 함부로 그러는 거 아닙니다. 길거리에서 칼에 찔려 있는 데, 다들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냉대한다면 슬프지 않겠습니까? 왜 냉대하겠냐구요? 뭐 이유야 갖다 붙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자동차를 가졌다면 매연공해의 주범, 담배를 핀다면 간접흡연을 통한 각종 암발생의 주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린다면 환경오염의 주범, 이런식으로 하나 하나 따져보면, 진짜 다들 감히 말하듯 ‘산소’가 아까운 사람들 참 많을 겁니다. 왜 자신은 항상 깨끗하다고 믿는 겁니까?

탁상공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성을 떠난 공허한 토론/토의가 아니라, 탁상공론이라 밀어부치며 무작정 무시해버리는 시각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블로그라는 것이 희미하던 시절, 지금처럼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토론/토의는 생각할 수도 없어요. 군중심리를 조장한다는 것은 큰 문제이자 단점이긴 하지만, 쉽게 넘겨서는 안되는 지적들이 군데군데서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한쪽으로 쏠려서는 무작정 한방향으로 치우치지 말고 양쪽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시각이 필요하겠습니다. 귀가 양쪽으로 두개 달린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이런 이런 문제도 있지 않냐’ 하는 생각을 가져주세요. ‘그게 아니야, 틀렸어’ 라는 자세는 결국 더욱더 큰 갈등만 불러일으키게 마련입니다.

끝으로, 피랍된 선교단 분들, 살아돌아오시면 다행이고, 그게 아니라면 (감히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꼭 자신의 신념대로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신앙심이 깊지 않은 분들을 감히 타지로 특히 분쟁지역으로 보내진 않았을 테니 (제발 제 생각이 맞았으면 좋겠군요. 분쟁지역으로 봉사활동 가는 건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불가능할테니까요) 자신의 신앙심의 깊이대로 다 그 분의 뜻이라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국내 교회들은 좀 각성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느 근처로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선교’라는 것이 어디 애 이름입니까, 철저한 사전준비도 필요하겠거니와, 왠만하면 타교도를 개종하려 노력하기 이전에, 무신론자와 자신의 교도들 부터 제대로 설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10 Replies to “종교, 문화 그리고 국가, 그리고 거울”

  1. 선교활동을 계속해서 봉사라고 강변하는 모습에서, 살기 위해 세번 모른다고 대답했던 베드로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모습이 저는 가장 솔직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1. 항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돌려막기에 급급한 현실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의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눈 앞에 닥친 일에만 급급하다간 항상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어요. 우선 지금 상황부터 벗어나고 보자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다들 버렸으면 합니다.

  2. 옳소~! 가지말라는데 꼭 가서는 왜 그러는지.. 물론 선교를 목적으로한 봉사라할지라도 좋은 거 임은 맞는 말이지만 굳이 지금이 중세시대도 아니구 그렇게 까지 해야하는건지…..

    p.s 이상하게 오늘 기분이 좋네… ㅋㅋㅋㅋㅋㅋㅋ 잘 지내라 하하 아.. 행복한 세상이야

    1. 한국 기독교에 대한 시선이 많이 안좋아지는 것 같네. 단지 국내뿐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말이야. 더 큰 문제는 이슬람국가에서의 전반적인 한국인을 향한 눈빛도 안좋아지고 있다는 거야.

  3. 국내 기독교도.. 뭐… 넷상에선 개독교라며 엄청 퍼붓고 있지.. 그나저나. 한명 죽었구먼… 쯔쯔…

    1. 안그래도 출근해서 찬찬히 기사거리들 읽어보는데, 8명 풀려날거라는 말이 있는 와중에 동시에 남자 인질 한명 죽은 것도 있네. 이런저런 뒷얘기가 많지만, 진실은 저 너머에…

  4. 저도 기독교인이지만 이번 사건은 정말 답답한 면이 많은 것 같네요. 오래전에 어느 목사님께서 믿음 안에 행하는 것과 거하는 것에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번 일을 보면서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되는군요. 그리고 말씀하신 거울 이야기도 공감하면서도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연유야 어찌되었든 일단은 피랍된 분들이 무사히 귀환하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1. 사람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판에 원인만을 따지는 것도 그렇긴 하지만, 동시에 터진 뒤에 원인과 과정을 무시한체 무작정 봐주기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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