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의 시대는 갔는가: 천편일률적인 1인 미디어, 다양성은 어디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첫 웹사이트 (1991년초)가 등장한지 이미 16여년이 되어가는 지금, 손에 꼽지도 못할 만큼의 많은 변화가 있었네요. 아마 눈에 쉽게 띄지 않는 것들까지 따지자면 논문 제출해도 될 만한 분량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블로그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Web log 라는 단어에서 시작된 Blog (이하 블로그)는 조금은 전문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죠. 요즘 같이 설치형 블로그가 흔하지 않았던지라 일반인들에겐 더욱더 생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요즘 새로이 C2를 발표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싸이월드도 대중화 되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리라 여겨집니다. 2001년 발표후, 본격적으로 유행화 된 지 이제 약 5년 정도 되었으리라 생각되네요.

이렇게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위주로 인터넷 환경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와중에, 오래전부터 봐왔던 초기 단계의 웹사이트는 서서히 사라져만 갑니다. HTML 태그와 포토샵을 사용하기 위해 끙끙댈 필요 없이 누구나 인터넷에 개인적인 공간 하나쯤은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별다른 노력없이 너무도 손쉽게 할 수 있기에, 오히려 애초에 가졌던 좋은 의미들을 상실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웹사이트 에서 미니홈피, 블로그로

한때 1인 1홈페이지 를 외치며 전국민의 인터넷 계몽 운동을 펼쳤던 것이 엊그제 같은 데, 이제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도달했다죠? 요즘은 버튼 클릭 몇번이면 누구나 자신만의 개인 공간을 마련할 수 있기에, 어디를 둘러봐도 자신만의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소유하고 있지 않은 분이 드문 편입니다. 웹사이트 하나 만들기 위해 밤낮을 끙끙댔던 것은 이제 아련한 추억거리로 밖에 남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덕분에 요즘 느끼는 가장 큰 변화중 하나가 웹사이트의 감소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피와 땀이 담긴 HTML 태그로 빼곡히 짜여진 웹사이트들을 찾기가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웹사이트에 대한 개념도 많이 바뀐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할 정도로 수많은 웹페이지로 구성된 웹사이트는 드문편이고, 점점 간략화되며 단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반드시 HTML 태그를 알아야만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는 장벽이 점점 허물어져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태그를 몰라도, FTP가 뭔지 몰라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블로그와 미니홈피. 관리하기 쉬운 만큼 너무도 천편일률적인지라 자신의 특징을 잘 살려서 나타내야할 공간에서 되려 자신만의 색깔을 잃는 건 아닌지 불안합니다.

다양한 가능성의 틈새에서

요즘 포탈에선 서로 앞을 다투며 자신들만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지만, 정작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것들에서 차별성을 찾기란 점점 힘들어져만 갑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항상 똑같은 디자인에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기에 한 개인의 특징을 잘 살린 공간을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찾기만큼 힘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틀에 박힌 레이아웃과 템플레잇으로는 자신만의 공간을 꾸민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였죠. 돌고 도는 것이 인터넷의 특징이기에, 이뻐보인다 싶은 스킨은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마련이거든요.

자연스레 예전처럼 하나에서 열까지 일일히 색을 맞춰가며 자신의 색깔을 표현하려 노력하던 모습을 찾기란 너무도 힘들어졌습니다. 주어진 것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습관화되어서 그 이상은 활용할 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린 겁니다.

겉포장 vs. 실속

물론 인정합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른 디자인을 만들어내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더욱이 자신만의 스킨을 만들어 쓰지 않는 제가 남을 비난할 자격은 더더욱 없습니다. 스스로 자급자족 하던 시대에나 남과 100% 다른 게 가능했었지, 대량생산 시대인 요즘, 길거리 지나가다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사람과 마주친적이 어디 한두번이겠습니까.

하지만, 같은 옷을 입어도 달라 보이는 경우가 있듯, 겉모습이 같다고 해서 항상 똑같으리라는 법은 없는 것 또한 맞습니다. 더군다나 화려하게 겉치장된 블로그나 미니홈피가 되려 실속은 부족한 경우도 많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꾸밀수 없다고 내용까지 자신의 글로 채우지 않는 경우가 너무 허다하다는 데 있다고 봅니다.

웹사이트/홈페이지 vs. 미니홈피, 블로그: 네 의견도 내 의견이고 내 의견은 더더욱 내 의견이다.

무슨 말이냐 하니,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랩 기능. 이런 단순 스크랩이 불가능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일일히 HTML 태그를 수정해야 하기에 단순한 ‘스크랩하기’ 버튼 누르는 것 이상의 작업이 요구되었습니다. 특히 운영의 어려움을 스스로가 잘 알고, 웹사이트를 항상 새로운 정보로 채워넣는 다는 것 또한 너무도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심전심이라 타인의 글을 스스럼없이 도용하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요즘은 어떠합니까? 눈감고도 스크랩이 가능한 시대이기에 남의 글을 마치 자신의 글인냥 태연스레 올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신만의 공간이란 의미를 어떻게 이해한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마치 자신의 방을 신문 스크랩으로 도배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하는 분들도 더러 보이더군요. 창조(작)의 어려움과 아픔을 이해하시는 분을 찾기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도약을 위한 일보 후퇴

일보가 되었든 이보가 되었든, 더이상은 무작정 앞으로만 나아갈 상황이 아닙니다. 위에서 제기되었던 문제점들이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하룻밤사이에 없어질 문제들이 아니거든요. 남의 글 하나 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인터넷은 더이상 ‘다양한’ 정보가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똑같은 정보가 지속적으로 ‘복사’되는 인쇄소 구실 밖에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명록에 남겨진 방문자의 글 한마디 한마디에 용기를 얻던 시절에서, ‘퍼가요’ 식의 댓글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한명의 목수처럼 마치 인터넷에 자신의 집을 짓는 것 처럼 기초에서 부터 시작해서 하나 둘, 글을 채워나가며 뿌듯해하던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있는 시간 없는 시간 쥐어짜내 쓴 글을 도용당하는 것을 보고 울분을 토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지 않나 싶습니다.

항상 제게 있어서 웹사이트는 인터넷에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는 큰 의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남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공간 말이에요. 그렇기에 요즘 대량생산 모드에 돌입한 각종 블로그와 미니홈피를 보면 옛생각이 안날래야 안날 수가 없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바램은 없습니다. 다만, 소박했지만 따스했고 동시에 아기자기할 수 있었던 이전 인터넷 공간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는 겁니다.

13 Replies to “웹사이트의 시대는 갔는가: 천편일률적인 1인 미디어, 다양성은 어디로?”

  1. 음… 돈되는 것.. 시대성.. 흐름..
    이런 것을 무시할 순 없을 듯 합니다.
    분명.. 블로그가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고..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전용선 인프라 구축이 꽤 잘 된 나라에선 더더욱 잘
    퍼져나가는 것 같네요.
    다만.. 이것도 흐름이 아닌가 봅니다.
    남들 하니 다 하는 그런 것도 있고요.
    싸이가 지금도 좋지만 몇 년 전 정도쯤엔 네이버 등 블로그보다 압도적..
    우리가 미니홈피에 편중되어 있을 때..
    이미 미국이나 외국에선 블로그가 아주 활성화 되어 있었고..
    지금 우린 어떤 구심점이 미니홈피에서 블로그로 변화한 듯 함..
    2000년 전후에 미니홈피가 많이 퍼지지 않던 시절엔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어 쓰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 많이 줄었지만 유지되고 있죠.
    네이버나 이글루스와 달리 태터 같은 설치형 블로그로..
    부분 타협해나가기도 했고..
    어떤것이 주도적인 입장에서 흐름을 이어가느냐의 차이지..
    다양성의 소멸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싸이 시즌2의 최종 모습을 보면 알 듯 한데..
    약간의 다양성 소멸은 있을 듯 합니다만..

  2. 갑자기 메씬저 생각도 나는군요.. ^_^
    과거 ICQ를 정말 많이 했던 기억이..
    그게 MSN으로… 그리고 다시 네이트온으로..
    ICQ는 거의 죽었지만.. 버디나 MSN 등은 유지되고 있는 걸루 봐서도..

    1.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다양성은,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차이점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꾸며나가는 진솔된 공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미니홈피에 사람이 몰리든 블로그에 사람이 몰리든 개인적인 선택의 차이일 뿐이고,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 지가 중요하겠지요. 물론 한쪽으로만 몰리는 모습은 좋지 못하긴 하지만요. 🙂

  3.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확실히 요즘은 뭐랄까 개성이라는 것이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개성이래봤자 미니홈피에서 도토리 이용해서 스킨사고 꾸미고 이런정도랄까.
    스스로 블로그 스킨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우는 좀 괜찮은 경우고요.
    전문적인 지식없이 쉽게 인터넷이나 웹에 접근할 수 있는것은 좋지만 너무 간단해졌다고나 할까요.
    개성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자기만의 공간에 애정을 쏟느냐? 그것도 아닌거같고.
    참 아리송하네요.

    ps) 좋은 글이라서 제 마가린에 발라뒀습니다. ^^;

    1. 어이쿠, 두서 없는 글이라 많이 부족했을 지도 모르는데, 마가린까지! 😛

      요즘 인터넷 공간이 새로이 벽지를 바꾼다는 정도의 느낌 밖에 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 아쉽네요. 크게 노력을 들이지 않다 보니 애착심도 떨어지는 것 같고, 지적해주신 대로 여러모로 아리송 합니다. 🙂

  4. 안녕하세요.
    네이버 ‘1인미디어들의 모임’ 커뮤니티 스탭 시현군이에요 ^^;

    위의 글이 너무나 좋은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카페의 ‘특집 웹 2.0’ 게시판에 이 글을 올려 주실 수 있는지요 ^^?
    퍼갈까 하다가 이렇게 부탁 드립니다 ^^;

    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진다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

    [1인미디어들의 모임 – http://cafe.naver.com/humanmedia%5D

    1. 어디 올릴 정도의 글은 안됩니다만, 🙂
      네이버에는 가입이 되지 않은 상태라, (아니 이미 탈퇴한 뒤인지라) 재가입이 힘든 상황이네요. 해외거주자인 제가 ‘인증’ 받는 게 이렇게 까다로운 줄은 몰랐습니다.
      출처와 저자만 제대로 밝혀주신다면, 따로 올리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5. 아.. 네..
    하긴.. 요즘 펌글이랑 광고/성 관련 글.. 좀 과하죠.. -_ㅜ
    사소한 것이라도 본인이 창작하거나 다른걸 참조하되 재가공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것 같네요.

    1. 아무래도 UCC와 UGC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분명히 잘 알아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정작 저도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네요. 언제 한번 시간나면 정리나… 😀

  6. 언급한 모든것들을 경험하긴 했으나 열정이 없어서인지 그다지 집중해본적은 없는거 같네요. 제가 주인장이 만들던 왠만한 홈피는 다 거쳐온 사람으로서 정말 홈페이지에 많은 힘을 쏟던 주인장을 보며 항상 부럽다는 말을 했던 거 같습니다. 저도 홈피도 만들어 보기두 하구 거의 싸이는 군대를 간 이후에 접하게 되서 하게 되었지만 도토리를 주고 한건 음악이 거의 대부분인거 같네요. 제 자신을 표현하기 보단 그저 연락을 주고 받는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아무튼 주인장의 말에 동의합니다. 예전 주인장의 홈피에서도 여러가지 시도가 있었으나 지금처럼 이렇게 댓글이 많이 달리는 블로그 는 없었던거 같네요. 한편으론 한국적 정서도 한몫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누구나 쉽게 만들수 있기에 하는것도 있지만, 누구나 하기때문에 자기도 해야한다는 강박강념 또한 한몫하지 않나 생각되기도 하네요. 미국에 와서 몇달 살면서 한국은 정말 주위 사람들은 많이 의식하는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지만 그런 점도 가장 다양하다는 인터넷에서 조차 획일성을 강요 당하는 게 한국 사람이 아닌가도 생각드는군요.

    1. 시간의 할애가 힘들다는 것이 아마 많은 사람들의 변명아닌 변명이 될 거 같아. 인스턴트 생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보니, 빨리 빨리 되지 않는다면 회피하게 되거든. 하지만 정작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때의 만족감을 느껴볼 수 있다면, 다들 마다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야. 🙂

  7. 미니홈피 사용자로서 hyomini님 글에 동감합니다. 무엇 하나가 유행한다 싶으면 너도나도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것을 퍼다 나르고, 또 사이트측에서 펌질을 도모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하더군요 (‘광장’에서 인기글을 퍼가면 선물을 준다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자신을 피알한다기 보담 자신의 취향을 피알한다는 편이 맞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네이버, 다음 등 대형포털사이트 중심 블로그에서도 비슷한 성향이 보이긴 했습니다. 이는 블로그나 미니홈피 이용자의 나이와도 관계가 있을 듯 싶네요.

    1. 현 문화를 100% 모두 다 보여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반영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인터넷 문화가 점점 애초의 알록달록하던 빛깔을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었어요. 각자 자신의 개성이기에 뭐라 감히 말하기는 뭐하지만 제각기 모두가 다 같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더이상 애초에 예고되었던 화려한 가면 무도회라고 볼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