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7일 날짜: 밤은 여전히 차디차구나.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하늘,
묘하게 어울리는 그라디언트 빛깔의 밤하늘
한번즈음은 빠져봐도, 흠뻑 젖어봐도 좋을 테지…’
문 밖으로 나서는 발걸음이, 어제와는 다르게 그리 무겁게만 느껴지는 않는다.
별다른 상념없이 무작정 걸음을 옮긴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허황스런 미래를 바라지도 붙잡으려 하지도 않는다.’
상념이란 만들면 만들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법,
아무 생각 없이 시작된 발걸음이었지만,
곧 내 머리속은 여러 생각들로 가득차고 만다.
한켠에 묻어두었던 글들을 꺼내보던 생각이 든다.
이제는 아득한 옛날 같이 느껴지는 예전 일들,
그동안 꺼내선 쉽게 되새겨볼 용기가 없었던 것은
그 당시 열정과 감성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제는 실망감과 후회감의 복합적인 감정이 나를 흔들어 놓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단순하게 특별하지 않은 그런 일들이었는데,
나 자신이 너무나도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 하진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차마 지우지도 못하는 예전 기억들이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지만,
차마 다시 읽어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쉽게 그들을 지워버릴 용기 역시 생기지 않는다.
이미 반은 건너 버린 외나무 다리 위에서,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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