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년…

그동안 넋 놓고 살았다면 살았달까, 현실에 이리저리 치이며 지내다 보니 스스로 온갖 핑곗거리만 늘어놓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간 “계기”만을 찾아 헤매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너무 오래 등한시하게 되었네요. 뭔가를 쓴다는 것 자체가 강점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늘어만 가는 생각의 단편화에 익숙해져 버린 제가 솔직한 심정으론 한심할 따름입니다. 한때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맞춤법 검사기를 통해 문단 하나하나 완성해나가던 시절이 이젠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았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 온전히 남아있달까요. 근데 한편으론 백업 기능이 없어져 버린 티스토리라, 감히 통째로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못 하겠네요.

마지막으로 단순 잡담이 아닌 글을 올렸던 시기가 2011년 8월이네요. 5년 반 동안 정말 조용히 지냈는데, 무슨 바람이 불어 빼꼼 이렇게 얼굴을 내밀게 되었나 모르겠습니다. 아직 봄이 되려면 멀었는데, 가슴 한구석이 붕 뜬 느낌이라 조금씩 생각을 토해내면 차분히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이 있긴 해요. 다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블로그에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작업을 하기엔 약간 생뚱맞기도 합니다. 이 뭔가 앞뒤 맞지 않는 문장의 연속도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제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차라리 일기를 쓰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닙니다. 적당한 양의 글을 종종 썼더라면, 나름 좋은 습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막상 또 연필 또는 볼펜을 손에 들게 되면, 길게 쓸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다이어리니 몰스킨 수첩이니, 간혹 사뒀해뒀던 메모지들은 어느새 책장 한구석으로 치워지게 됩니다. 홀로 하는 소통이 엔간한 노력 없인 힘들다는 것을 매년 깨닫게 되고, 결국 아예 펜을 손에 들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었네요.

각설하고,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올린 건 아닙니다. 스스로 하는 약속을 확실한 증거로 남기기 위해서랄까요. 이 글을 시작으로 본 블로그에서든, 아니면 새로 시작하는 다른 어딘가에서든, 정리한 생각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다시금 했으면 합니다. 그렇게 남긴 글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저도 기분이 배로 좋을 테고, 그렇지 않더라도 정돈된 글을 쓴다는 건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기쁜 일이긴 합니다. 애초에 수필과는 거리가 멀어 글 하나 쓰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게 문제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