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산다는 건 – 7. 신입 공대생, 놀라다

과마다 다르고 학교마다 다릅니다만, 저희 학교에서는 (맥마스터) 1학년때는 과별로 다 뭉쳐둡니다. 예를 들어서 공대생은 전공에 상관없이 다 똑같은 1학년으로 강의를 듣게 된답니다. 결국 1학년때 수백명이 한꺼번에 강의를 듣곤 했습니다. 강의실이 강의실이 아니지요. 거의 공연장 수준입니다. (웃음)

강의실 = 수면실

유티나 욕에 비하면 (특히 유티) 저희는 사실 별거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사실 첫날에는 좀 많이 놀랐어요. 시간표대로 강의실을 찾아다니는데, 막상 들어가보면 이건 뭐 강단은 저어기 밑에 있고, 젤 뒤에서는 교수님 얼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있었거든요. 결국 이렇게 큰 강의실에서는 그냥 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교수님들이 알아차리고 깨우실 것도 아니고 해서 뒤에서 앉아서 자면 딱이었거든요. (웃음)

물론 모든 강의마다 학생이 몰려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섹션이 나뉘어져 있어서, 수백명대신에 수십명씩 나눠져서 강의를 듣게 되는 과목도 있었거든요. 결국 그런 수업은 대놓고 자진 못하고 슬슬 구석에서 잠을 자게 됩니다. (결국 자는 거냣!)

쨍하고 해뜰날

강의 시간표를 받아 보는 순간, 대부분의 신입 공대생들은 기겁을 할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해뜰때부터 저녁 먹을 시간까지 수업 (기본 50분)에 Tutorial (1~2시간)에 Lab (2~3시간)에 여기 저기 뛰어 다녀야 되거든요. 과목수도 학기당 6과목씩 듣다 보니 시험보는 횟수도 꽤나 많아요. 물리와 화학과목은 파이널전까지 시험을 2번 봤었고, 수학 과목들은 파이널전까지 시험을 4번을 보기도 했어요. 진짜 돌아서면 다음 시험이 있는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결국 수업을 들어가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어요. 자신이 있었다기 보다는, 귀차니즘의 압박이랄까요. 어울려서 놀기도 하고, (안들어간 수업을 메꾸기 위해서라도) 공부도 하기도 했는데, 해뜰 때 잠자리에 들어서 해질 때 일어나는 경우도 가끔 있었답니다. 시험의 연속일때는 말 그대로 ‘토나올 정도로 시험만 봤습니다.’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 보면… 신입 공대생활은 시험밖에 기억이 남질 않는 군요. (/머엉) 공대 특유의 이벤트와 학생그룹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생각 나는 건 시험, 시험 그리고 시험 밖에 없어요. 웃긴 건 수학시험의 경우엔 5일에 걸쳐 나눠져 있어서 자신이 보고 싶은 날 볼 수가 있는데, 버전이 여러개로 나눠져 있어요.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먼저 보고 나온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버전을 설명하곤 했었습니다.

참 힘들기도 했지만,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건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들 사회인이라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03/04 한해를 절대 못 잊을 것 같아요. 🙂

6 Replies to “해외에서 산다는 건 – 7. 신입 공대생, 놀라다”

    1. ㅎㅎㅎ 파이널이 하루에 2개만 있어도 죽는 소리 나오는데, 3개가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고 나서는 그냥 포기하고 지냈어요. 😀

  1. 유티는 뭐 시험 골라서 보고 그런 럭셔리(!)는 없었는듯해요..
    그냥 무조건 다 같은날 닭장같은 교실에서 모여서 보고..
    뭐 항상 디퍼(!?)라는 피할수 없는 유혹은 있었지만요…ㅎㅎ

    1. ㅎㅎㅎ 중간 시험이 4개나 되다 보니, 도저히 한 곳에다 몰아놓을 자신이 없었나 보더라구요. 스케쥴도 스케쥴이겠지만;;
      디퍼는.. 많은 사람들에게 크나큰 유혹이라죠. 🙂

  2. 아직까지 한번도 안해본 디퍼. 이유는 간단. make-up exam이 훨~~씬 어려울 수 있음 또는 파이널 망치면 -_- 바로 사망 ㅋㅋㅋㅋ

    1. 하하 그러고 보면 디퍼의 문제점이라면 아무래도 재시험의 난이도가 될 수 있겠네요. 괜시리 나중에 다시 봐야지 했다가 시험이 무쟈게 어렵게 나오면 GG쳐야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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