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성체 쓰지 않고 글 작성하기

간체자 – http://ko.wikipedia.org/wiki/%EA%B0%84%EC%B2%B4%EC%9E%90
정체(번체)자 – http://ko.wikipedia.org/wiki/%EB%B2%88%EC%B2%B4%EC%9E%90

중국어에는 간체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뜻은 동일하면서도 정체와 비교해서 많이 간략된 간체는, 발생하게 된 역사적인 이유야 나름대로 있겠지만, 아무래도 쓰기 편리하기에 어떻게 보면 정체보다 더 대중화되었습니다.

갑자기 왜 간체 이야기가 나오느냐고요? 실은 정체 (일반 한문)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 제가 감히 간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달리 있지 않습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초성체 때문입니다.

초성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중국어 간체가 떠오릅니다. 물론 둘을 동급으로 둘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간단하게 축약되었다는 부분이 비슷해서 생각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군요. 대신 둘이 판이하게 다른 점은 간체는 어느 정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어체이지만, 초성체는 국적이 불분명한 언어로 지적 받고 있습니다.

글에 대한 관심이 저조한 거 같고, 자리만 길게 차지 하는 거 같아서 접어둡니다. 읽으실 분은 밑에 접어둔 부분 살짝 클릭해 주시면 됩니다.

글 접어뒀습니다. 읽으실 분은 클릭해주세요.
초성체란?

초성체 자체는 특별하진 않습니다. 한글이 초성, 중성, 종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에서 초성만을 사용해서 글을 쓰는 것이죠. 예를 들자면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ㅋㅋ 와 ㅎㅎ 가 있습니다. ㅅㄱ, ㅎㅇ 등등 셀 수 없이 많기에 모든 것을 다 나열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네요. 제가 다 알고 있는 것도 아니기에 말입니다.

초성체의 시작

초성체가 어떻게 해서 처음 시작되었는 지는 정확하게는 알길이 없군요. 인터넷 통신 환경이 좋아지면서 시작된 채팅용어에서 파생된 것 같습니다만, 뭐 정확한 출처는 아직 못찾았습니다.

초성체의 장점

초성체의 장점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첫째, 타자로 치기 편하다. 채팅용어라는 것이 항상 그렇습니다. 편리하지 않으면 시작될 이유도 없지요. 영어 채팅용어도 마찬가지입니다. Laugh Out Loud 를 의미하는 LOL 이나 Rolling On the Floor 를 의미하는 rofl 처럼, 앞자를 따서 축약해버리기 때문에 이미 서로가 저런 용어에 익숙한 상태라면, rofl 같은 단어 하나면 바로 의미전달이 됩니다. 워낙 인터넷이 빨라지다 보니, 채팅용어도 그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 길이가 줄어드나 봅니다.

둘째, 딱딱한 문체를 부드럽게 해준다. 솔직히 일일히 문법 다 맞추고, 격식까지 맞춰서 쓰려다 보면 글 내용이 굉장히 딱딱해 집니다. 물론 격식을 맞춰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채팅에서 하는 일상적인 대화내용을 격식을 맞춰서 쓰자니, 밋밋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대화내용을 한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대화내용 하나,
친구A: 그 영화 진짜 재밌어 ㅋㅋ 한번 봐바
친구B: 진짜? 저번처럼 구라면 죽어 ㅋㅋ
친구A: ㅎㅎ 아냐, 진짜야 꼭 봐바

대화내용 둘,
친구A: 그 영화 진짜 재밌어 한번 봐바
친구B: 진짜? 저번처럼 거짓말이면 죽어
친구A: 아냐. 진짜야 꼭 봐바

두 대화 내용에서 전반적인 차이점은 없습니다. 초성체 쓰임새의 여부에 따라서 의미가 전달되고 안되고의 문제점은 없습니다. 대신 초성체가 없는 두번째 대화내용은 겉으로 보기에는 밋밋하고 딱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얼굴을 보지 않는 이상, 문장만 봐서는 이 사람이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웃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 온라인 대화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랄 수가 있습니다. 이메일도 마찬가지이구요.

실제로, 두번째 대화내용에서 친구B의 말은 얼핏 봐서는 살의가 담긴 말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서 첫번째 대화내용에서는 문장 끝부분에 추가된 ㅋㅋ 하나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초성체의 추가는 의미 강조의 역할도 어느 정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초성체는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단 말이죠. 제 글이 단순 비판 글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장점도 간략하게 들어봤습니다. 그럼 이제 슬슬 단점과 문제점으로 들어가 볼까요?

초성체의 문제점

무엇이든 과하면 해가 된다는 것은 다들 아실겁니다. 초성체의 사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하게 지인과의 대화에서 사용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회생활의 표면에 까지 드러난다는 것은 크나큰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설마 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예 과장만은 아닌가 봅니다. 실제로 이력서에까지 초성체를 사용하거나 과도하게 이모티콘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하니 심각한 문제입니다. 누구와 농담따먹기 하는 것도 아니고, 격식을 차릴 때는 제대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과 현실을 혼동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관련이 없지는 않습니다.

의미 파악에서의 문제

초성체의 가장 크나큰 문제점은, 받아들이기 나름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듣는 이나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는 초성체들은 정작 그 말을 쓴 사람은 진짜 순수한 의미로 사용했는 지도 모릅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면,

대화내용 셋,
게시판 글 작성자: 이러이러 하고 저러저러 하기에 고로, 자장면은 맛있습니다.
댓글 작성자 A: 짜장면 맛있습니다. 강추!
댓글 작성자 B: 짜장면이 맛있어요? ㅋㅋㅋㅋ 전 짬뽕에 한표!
댓글 작성자 C: B//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다고 해서 남을 비웃는 건 삼가해주셔야죠.
댓글 작성자 D: C// B님은 그냥 별 뜻 없으신거 같은데요? 짜장면을 비하하신 것도 아니고, C님이 민감하게 받아들으신 듯.
댓글 작성자 E: 짜장면은 개뿔이, 짬뽕이 최곱니다.
댓글 작성자 A: E// 짬뽕이 뭐가 맛있습니까, 국물만 흥건하고 짜장면이 최고라니까요.
댓글 작성자 E: 아니 XX 짬뽕을 욕하다니
댓글 작성자 F: 짜장면이든 짬뽕이든, 다 필요 없습니다. 탕수육이 최곱니다.

댓글 작성자 D 이후로는 그냥 예전에 떠돌던 게시판에서 싸우는 형식에 관련된 유머도 생각나고 해서 그냥 써봤습니다. 여기서 주목하실 부분은 댓글 작성자 C 와 D 에 있습니다.

과연 진짜 C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까요? 아니면, B가 사용한 초성체가 그런 오해를 불러올만한 요지가 다분히 있는 것일까요. 어찌 되었든, B의 의도가 과연 무엇이었는 지는 아마 본인만 알겁니다. 이렇듯 공공장소에서의 초성체 사용은 여러 오해를 일으킬 만한 소지가 다분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초성체를 읽어보자

흔히 쓰는 ㅋㅋㅋ 와 ㅎㅎㅎ 가 있습니다. 이 둘은 과연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1) 크크크? 흐흐흐?
2) 키키키? 히히히?
3) 카카카? 하하하?
4) 케케케? 헤헤헤?

아마 조합을 만들어 내자면 끝도 없을 것 같네요. 이렇듯 초성체는 쓰는 사람,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 또는 발음이 가능하게 됩니다.

더 크나큰 문제는, 약간 억지를 부리자면, 초성체를 쓰다가 갑자기 전혀 안쓰려고 하면, 대체할만한 문체가 없습니다. 평소에 가볍게 쓰던 ㅋㅋ 와 ㅎㅎ 가 없어지니, 문장이 붕 떠버리게 되는 겁니다. 물론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막상 글을 쓰려니 엄청 어색하게 되어버리죠. ㅋㅋ 대신 크크를 쓰자니 음산해 보이고, 키키를 하자니 간사해 보이고, 케케 하자니 또 문제가 있고, 이런 저런 이유로 쓰다가 안쓰려니 안 쓸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애시당초 쓰질 말던가 아니면 신중히 가려쓰는 게 중요합니다. 습관이 되어버리면, 이력서에 초성체를 쓰는 결과가 나오게 되버리니까요.

초성체 없는 세상의 도래?

뿌리 깊히 박혀버린 초성체는 이제 겉잡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초성체를 애시당초 근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힘들어 보이네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성격인데다가, 초성체가 없으면 글을 쓸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아예 없을 것 같진 않거든요.

예를 들어, 오늘부로 모든 블로그에 초성체를 금지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열에 아홉은 블로그를 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이제 깊숙히 우리들의 삶에 박혀버린 초성체, 과연 마냥 부정할 수만 있을까요?

좋은 우리말 놔두고 왜 초성체를 쓰는 지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우리 문화 전체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과연 초성체를 문화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철저하게 배척하고 순우리말을 강요할지는 하루 이틀 문제도 아니고, 저 혼자 고민할 문제도 아니군요.

여담입니다만, 한번은 저희 대학 (캐나다 현지) 언어학 교수님 한분에게 물었습니다. 현재 끊임없이 쏟아지는 온라인상에서의 그리고 현실에 까지 이어지는 무분별한 언어 파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었습니다.

그 분이 답하시길, 온라인상에서 쓰이는 용어는 하나의 언어가 가진 의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신에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 뿐이기에, 학자들이 그리 염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대신에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문화에 따라 변해가는 자신들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나 봅니다. 제 주위에는 온통 초성체니 외계어니 비판하는 시각이 대부분인데 말이에요.

초성체 쓰지 않고 글 작성하기

요즘 들어 되도록이면 본문과 댓글에 초성체를 포함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혹 딱딱하게 들리더라도 말입니다. 우직한 고집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데, 괜스레 나중에 나이 먹고 ㅋㅋ 거리지 않도록 제대로 된 습관 길들이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러하니, 간혹 좀 딱딱하게 들려도 애교로 봐주세요. (응?) 후후.

2 Replies to “초성체 쓰지 않고 글 작성하기”

  1. 간혹 채팅을 하다보면 초성체때문에 오해를 가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위에 예로 말씀하신 ㅋㅋㅋ 의 경우나 -_- 등의 이모티콘 아무의미없이 웃는 표시나 단지 무의미하다는 뜻의(-_-) 사용이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비웃음이나 냉소적인 반응으로 말이죠. 냉소적인의 의미또한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는것이 아니기때문에 이모티콘이 사용되긴 하지만 이 이모티콘 또한 감정의 표현을 완전히 하기엔 모자람이 많습니다. 사람이 감정을 표현할때는 그 사람의 성조, 억양, 표정등 많은 정보를 포함되어야 정확히 알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다 듣고도 100% 보단 추측에 의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모티콘이나 초성체의 문제는 정확히 정의되고 명시되지 않은 의미의 문자의 사용은 상대방에게 오해의 여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보다보니 초성체의 남용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제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게되는군요. 전 나름대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대한 애착과 한글이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지만 언어의 표현력에 있어서는 한글을 따라 올 수 없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군요. 앞으로 초성체를 사용하게 되더라도 조심히 써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1. 영어는 영어 나름대로 애착을 가지고 있고, 한글은 물론 그 다양한 표현력 덕분에 항상,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생겨나지 않았을 까.

      어쨋거나 다들 조심해서 남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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