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아닌 이제는 플랫폼 개발 시대

아이패드는 ‘컴퓨터’가 아니다 – 오마이뉴스
2차 출처 – 미디어 다음

스마트폰 경쟁에서 애플이 크게 치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특이한 하드웨어도 뛰어난 소프트웨어도 아닙니다. 아이폰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인정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질릴 수 있는 하나의 제품에 충실하기 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담을 수 있는 플랫폼의 성공이랄까요. 만약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식사에 비유한다면 밥이나 반찬보다는 식탁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사실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라해도 매일 먹다보면 질릴 수 있지 않겠어요. 또한 햇쌀로 갓 지은 밥이라 한들, 수라상에 올라갈만한 호화로운 반찬이라 할지라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마땅치 않다면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그들만의 밥과 반찬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봐서는 소위 말하는 “멍석 깔아주기”에 더 치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멍석깔기라는 표현은 좋은 쪽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동시에 나쁜 쪽으로도 해석될 수가 있습니다.

좋은 의미에서 보자면, 앱스토어를 통해서 누구나 이윤창출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그리고 실력이 받쳐준다는 전제하에) 큰 투자 없이 앱 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이 그리고 아이패드가 기존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념을 벗어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것은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의 갯수만 봐도 알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아실만한 “there’s an app for that”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플랫폼의 우수성을 잘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나쁜 의미에서 보자면, 애플의 플랫폼은 (사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일 수 있겠습니다만) 갇혀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플랫폼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또는 못한다면)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디어를 수정해야 하거나 아예 포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정 안되면 다른 플랫폼으로 개발하면 되지 않냐고 또는 그렇게 불만이면 플랫폼 자체를 개발하면 되지 않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빈익빈 부익부라고 특정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 그에 맞는 컨텐츠 공급은 플랫폼 수요를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적어도 그렇다고 전 생각합니다) 돈이 많아서 취미로 일을 하지 않는 이상, 군중이 모여 있는 곳에서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죠. 애플이 여타 통신회사들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요. 자신들에게 이윤이 많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은 애플의 (뛰어난) 플랫폼이 사람들을 모으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뛰어난 플랫폼의 존재를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하나의 플랫폼이 독주를 하는 것을 바라지도 않습니다. 적절한 경쟁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낳을 수 있지만, 특정 플랫폼이 시장을 독식할 경우엔 컨텐츠만 늘어나는, 기술적인 면에선 결국 퇴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나올 수가 있지 않겠어요. 특히나 열려 있지 않고, 갇혀 있는 플랫폼은 장기적인 면에서 봤을 때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 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안드로이드와 블랙베리가 나름대로의 컨텐츠 시장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힘들어 보입니다. 대중의 인식이란 쉽게 바꾸기 힘들거든요.

플랫폼의 개발이라… 시작은 모두가 공평하다고 우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애플의 혁신적인 생각을 할때, 여타 회사는 현 기술을 수정하는 데 급급했다는 지적은 맞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잊으시면 안됩니다. 애플의 갇혀있는 플랫폼의 실체를. 하나에서 열까지 플랫폼을 사용함에 있어서 애플과 관련되어 있지 않으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땐 모든 것이 갖춰져 있기에 편리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편리함과 단순함이 대중의 발을 묶는 족쇄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글을 쓰다보니 정리가 되지 않아서 횡설수설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간과해선 안된다. 제 아무리 하드웨어의 스펙이 뛰어날지라도 컨텐츠가 부족하다면 버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기를 파는 것에만 목을 매어서는 앞으로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 같습니다.

사족-
사실 객관적은 글을 써서 분류를 IT 라이프로 두고 싶은데, 주관적인 글이 많이 들어가서 open thought에 분류가 되어야 할지도 모를 글입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아이폰, 안드로이드, 블랙베리 그리고 윈도우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폰을 비교해 보고 싶긴 합니다만… 그게 언제가 될련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