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1일] 첫 발을 내딛으며..

2004년 4월 11일 날씨: 어느정도는 괜찮은 듯한 날씨, 약간은 쌀쌀

오늘 밤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입에 칫솔을 물은 채, 컴퓨터 앞에 앉는다.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듯, 처음 글을 남기는 지금 이 시간이 “매우” 중요할 듯 한데,
막상 자리에 앉으니 특별히 쓸 글은 없고…
매일 쓰게 될 일기기에, 하루 일과를 적기엔 나 자신에게조차 무던히도 지겹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따라서 그날 그날 느낀 점, 특별히 일어난 일들을 중점적으로 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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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한거처럼, 칫솔을 물은 채 뭐 부터 적어 나갈까 고민하고 있는 중,
무심결 떠오른 생각은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불쾌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지금부터 써나가게 될 이 일기는 물론 나의 생각을 외부로 표출하는 곳이 될터이지만,
동시에 나만의 공간이기도 하기에, 약간은 편하게 혼잣말 투로 써 나갈려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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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04 (컴퓨터 언어) 시험을 하루 앞둔 지금,
여느때처럼 매뜌스 지하에 모여 옹기종기 머리 맞부딪혀서 불 켜가며 공부하고 있었다.
다들 많이 걱정하며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보고 했지만,
나라고 특별한 수가 있으려, 평소에 한 것 처럼 하는 수밖에…
대학에서 나의 제 1 목적은 아무래도 많은 여러 경험 쌓기 였으니,
공부는 잘하긴 해야 겠지만 첫번째 목표는 아니었으니까

뭐 사람이라는 게 별 수 있으려나,
10분 공부하고 30분 잡담하는 그런 식이었으니,
특별히 공부를 많이 한 것도 아니었지 아마…

이런 저런 대화 중에, 나온 화제가 과거에 있었던 일이 미래에 끼치는 영향이었다.
물론 정확하게 그 점을 꼬집어서 이야기 나눈 건 아니었지만,
내가 좀 몽상가인가, 말을 비틀고 비틀어서 그런 식으로 엮어나갔지 -_-;;;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물론 새삼스럽게 느낀 건 아니지만
과거에 했던 행동이나 경험했던 사건 이런 저런 요소들이
아마 현재의 내가 있을 수 있게 작용한 것일테지…
그렇다면 과거에 그런 일이 있지 않았다면 현재의 나는 또 다른 장소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과거의 있었던 모든 일들을 부정적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지는 않다.
현재 내가 처해 있는 상황에 나는 대단히 만족해 하고 있기에,
물론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고 뒤떨어지는 곳이 많은 나 이지만,
난 소중하니까 (찰랑) -0-; 물론 농담이고;;

농담삼아 예전에 있었던 일이 지금의 당신을 존재하게 했군요 하며
약간 비틀어진 어감을 섞어 주위에 던져댔지만,
그런 효민식 말투가 그대들에게 불쾌함을 조성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언제나 하곤한다.
겉으론 내색 안하지만 속으론 심지 끝까지 타들어가는 이런 애절한 내 심정을 아는 지…
내가 좀 소심하고, 센서티브해야 말이지… -_-;;;

그렇지만 조금만 고개를 비스듬히 해서 바라보면 이런 생각도 들긴 하는데,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세상이) 현재의 내가 있게 한 것이라면,
난 단지 세상에 놀아 난 것 뿐이지 않은가.
난 세상에서 존재하는 세가지 부류 사람들중,
존재 가치가 없는 사람도 되기 싫지만, 있으나 마나한 사람은 더욱 되기 싫은데.
단지 세상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엔 너무 짧은 인생이지 않은가.’

물론 바꿔서 생각하면 이리 될 수도 있겠지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현재의 내가 있게 한 것이 아니라,
내가 있기에 과거의 일들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느냐’

굉장히 오만한 생각이 아닐수가 없다.
나 자신이야 말로 지구내 수십억 인구중 한명일 뿐인데.
내가 얼마나 잘 났다고 그런 코웃음 칠만한 생각을 하는지.

이 글을 써나가면서도 나 자신에게 의문을 던지는 건,
‘왜 밥 잘 처먹고, 쓰잘데 없는 생각하며 에너지 낭비하냐’
차마 어찌할 수가 없는 게, 난 몽상가니까.
다만 현실을 도피하지 않는 몽상가일 뿐이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이 “현실도피한다” 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극히 그 말은 단순히 표면적일 뿐이다.
음 내가 적으면서도 약간 앞뒤가 맞지 않는 감이 들긴 하지만,
요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뜬 구름 쫓는 이상만을 생각치도 않는,
나는 그런 현실주의적 몽상가이니까..
좀 아이러니할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현실과 몽상은 공존하기 힘든 단어인데…
뭐 어때, 난 나인 걸.

기지개 펴고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샌가 나는 혼자다.
외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둘이 하나가 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같은 하늘 아래 똑같은 공기를 마셔가며 살아가는 우리네지만,
네가 내가 될 수 없고 내가 네가 될 수 없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이 발상에서 자본주의가 시작되지 아마…

잡담은 각설하고.
여전히 수많은 생각이 난무하며 가슴이 요동치지만,
단어라는 것이 상당히 난해해서 이 모든 것들을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다.
내 생각이 표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걸 표현하기엔 내 생각이 너무 넘치지 않나,
혹은 글자라는 개념이 내 생각의 표현을 너무 제한하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완성형 2350개 라는 한글 단어 조차 나에게는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출처 – http://www.google.co.kr/search?q=cache:QNE25qrbwFoJ:cl.snu.ac.kr/class/cl_under0301/lecture/cogsciNLP_Morph.ppt+%ED%95%9C%EA%B8%80+%EC%A1%B0%ED%95%A9%ED%98%95+%EB%8B%A8%EC%96%B4+%EA%B0%AF%EC%88%98&hl=ko&ie=UTF-8)
왜냐면 2350 개라는 한정되어 있는 숫자로 존재하는 단어지만
내 생각은 무한하니까, 아마 단어가 2350개 쪽으로 접근할때 내 생각은 무한대로 근접하지 않을까 싶군;;;

오늘은 여기서 간단하게 마무리 짓고 끝내야 되지 않을 까 싶다.
더 적고는 싶지만, 잠도 자야 셤을 잘 볼 수 있을 테니,
아침에는 꼭 일찍 일어나고프다…
잠에서 깨어나면,
그대들의 목소리가 내가 아직도 살아있음을 일깨워주고,
나의 목마름을 달래 주니까.
뭐에 대한 갈증이냐고? 글쎄, 뭐 차차 이야기 하도록 하지.
아직 시간은 많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