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2일] 쳇바퀴 속에서 오늘도 난..

2004년 4월 12일 날씨: 으슬으슬 쌀쌀, 비 약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하다못해 돈으로 살 수만 있다면
이 한 몸 아끼지 않을텐데 말일세…”
“누구와의 시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누구긴… 자네들과의 시간 말이지.”

마치 흔한 CF 에서나 나올 법한 대화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간혹 생각해보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기에.
언제나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겠냐는 결론으로 끝을 맺곤 했다.
물론 지구 자전 반대방향으로 돌면 시간이 조금이나 벌리진 않겠냐 싶지만,
뭐 그런다고 해서 일생의 1/3 남짓을 잠으로 보내는 인생,
크게 얼마나 달라지겠나.

아침 햇살 아래,
이제는 포근해질 법도 한 차가운 봄 향기 맡으며
마침 반납할 책이 있어 막 샤워하여 젖은 머리 그대로 바깥으로 나섰다.

미소로 시작하는 하루는 언제나 즐거웠던가,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 해보며 걸어가던 중
저만치서 눈에 띄는 커피 내음에 이끌려,
온몸이 카페인을 강력히 요구하는 듯
나도 모르게 살며시 쓴웃음짓게 하는 생각이 있으니…
‘카페인 중독…’
뭐든지 과한건 좋지 않다고 했었지 아마…
하루에 밥도 세끼 먹는데 커피 세잔정도는 약과일테지,
스스로 위안도 해보며 이제는 익숙해진 햇살 걷어내며
한걸음 한걸음… 제자리 걸음 아닌 제자리 걸음 하며
오늘도 쳇바퀴 돌릴 준비를 해보았다.

1D04 셤을 앞둔 체 모두들 극히 긴장하지는 않은 상태,
나또한 다른 시험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는 여유롭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여유가 자만심으로 바뀌지만 않는다면야,
가끔은 흔히 말하는 ‘커피 한잔의 여유’ 처럼
느긋하게 인생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여느 문제와 다름 없이 고민 끝에 어느 정도는 돌파구를 찾은 듯한 느낌에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눈 감으면 놓칠까 희열감 끝까지 유지 하려 애써보지만,
뭐 대 놓고 내색할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언제나 생각하면서 그리고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내가 피해를 받는 건 감수가 가능하지만
남이 피해를 받는 건 쉽게 용납이 되질 않기에
내 얄랑한 자존심 내세우며 또는 단순히 내 기쁨 유지 위해
남에게 피해줄만한 행동은 되도록이면 삼가하고 싶은 걸.

물론 가끔은 나도 모르게 무심결에 이런 저런 말이 튀어나오곤 하는데
그걸 다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는 주위의 배려가
언제나 그렇게 고맙지 않을 수가 없다.

시간은 그것을 보는 자에게 따라 달라진다고 했던가,
언제나 그래왔듯, 바쁠때면 시간은 총알 같이 지나가는 듯 하다.
어느새 해 넘어갈 때가 오면, 자연스레 머리에 떠오르는 건
‘커피 한 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미스 박 역할을 도맡아서
사람수에 맞게 커피를 맞춰 지하로 내려간다.

누구 한 사람에게 특별나게 관심을 더 가지고 싶고,
특출나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건 없기에,
(물론 내가 내색을 하지 않을려고 하는 지는 모르겠다만,
가끔은 이성이 본능을 지배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나 싶고)
누구 한사람만을 위해 산 커피가 아닌,
각자 취향에 맞게 산 커피를 하나씩 건네주고 나면,
나도 모르게 뿌듯해진다고나 할까

아 물론 내가 돈이 많아서 선심 쓰는 것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 모두를 카페인 중독에 걸리게 하고픈 생각은 더더욱 없다
단지 이들에게라면 나 할 수 있는 데 까지 힘껏 모든 걸 건네주고픈 마음에
별다른 사심 없이 행하는 것이니.

책을 읽다 한 소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소유는 가장 악질적인 속박중 하나이다’
아니 가장 악질적인 속박이라고 했는 지도 모르지.
이래나 저래나, 그 글귀가 너무나도 슬프게 들렸다.
글쎄, 누군가를 소유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소유하고픈 본능은 있지 않겠나, 그 대상이 무엇이든…
나 또한 주위 모든 것들을 소유하고픈 마음이 없지는 않겠지
다만 아직은 운 좋게도, 이성이 본능을 지배하고 있기에
그나마 큰 탈 없이 잘 지내고 있지 않나 싶다.

모든 행동에는 원인이 존재하며 동시에 결과가 따르지 않겠는가
내 행동거지 하나 하나도 모두 특별한 연유에서 행해지지는 않는 지,
어떻게 보면 약간 우울해지기도 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겠는 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야누스처럼 나 자신의 이중성격적인 면에 고민도 해본다.

남을 모두 배려하고 살아갈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예의는 지키고 살아가야 하겠지…
나 한 몸 희생해서 두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하겠다.
물론 다른 누구도 (나 자신을 제외하고) 불행해지지 않는 다는 전제하에.
겉다르고 속다르다 하였는데 지금 이 다짐도 실제론 행해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 점이 이중적일지도 모르는 점이다.
나 자신도 챙겨야 하는 마음도 적지 않은 데 감히 남을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내뱉는 내 자신이
가증스럽기 까지도 한 건 비단 내 자신이 나에 대해서 느끼는 것만은 아니리라,
이 글을 읽게될 모든 이가 동감할지도…

하지만 어느 정도는 내 진심일지도 모르겠다.
난 단순한 게임조차 게임으로서 즐기기 힘든 나약한 인간일 뿐이니까,
아는 이에게 이긴다는 것 그 자체가 왜 이렇게 힘든 건지…
누군가의 하나 하나 모든 것을 배려한다는 것이,
가끔은 너무나도 힘이 들때가 많다.
한국 사회의 입시 제도, 교육 제도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일지,
아니면 단순히 내 자신이 속물이라 그런건지 딱히 지금으로선 알 방도가 없지만.

누군가에게 들어있는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거 같다.
한동안 허심탄회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왔던 한국 친구 하나가 끝내는
군대를 가버린 후, 지금은 딱히 대화 상대가 부족한 것만은 사실이다.
고독이란… 선택하는 거라고 말했던가
아쉬운대로 꾹꾹 담고 다니지만, 언제 넘칠지 모를 끓는 냄비 같은 내 심정은
어느 누가 헤아려 줄련지… ‘대화가 필요해’
마음이 애타게 갈망하지만,
누구하나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가 않다.
다들 바삐 뛰어가는 요즘,
단순히 나의 한탄과 몽상을 위해 그들을 붙잡기엔 24시간은 너무나도 짧지 않을까.
끝끝내 머리는 그걸 애써 부정해 버리곤 한다…
‘머리 (이성) 을 이해해주는 사람 보다는…
가슴 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어찌되었든, 누구도 확실하게 단정할 수 없는 미래지만,
‘인간은 완벽해 질 순 없지만,
완벽을 추구 할 수는 있다’ 고 했던가
뭐 언제나 처럼 최선을 다해보는 수 밖에, 별다른 뾰족한 수가 있겠나
        오늘도 돌고 도는 쳇바퀴속에서 열심히 뛰어보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