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3일] 생색내지 않기..

2004년 4월 13일 날씨: 비 치적치적, 쌀쌀 맞은 봄기운

아침에 일어나서 전화 다이얼을 돌리는 나를 보고 있노라면
아침이면 방마다 모닝콜 거는 호텔 직원이 떠오른다.
그들은 24시간 교대로 돌아가며 밤낮을 지새우며 칼날같이 시간을 지키는 것이리라.
나야 뭐 무보수로 좋은 일 하고자 하는 거니
시간이 딱 맞을리 있나 오히려 잊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니.

언젠가 누가 그랬었지,
‘착한 일은 하는 즉시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그 말이 왜 그렇게 가슴에 와 닿았는 지,
나 자신을 뒤돌아 보게 하는 좋은 계기를 마련해 준 천금 같은 한마디였다.

혹시라도 부탁 들어준 후 우쭐대진 않았는 지,
남에게 베푼만큼 바라진 않았는 지
아니 애초에 무엇인가를 바라는 심정으로 상대를 대해왔던 건 아닌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기적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남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왠만하면 삼가고 싶은게 내 심정이니
약간은 이중적일지는 모르지만,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보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은 거 같다.

가끔은…
‘나는 괜찮은 데 너는 어떠냐’ 식의 말투로
상대를 몰아세우는 경우가 적잖게 있는데,
그때마다 매번 상대가 불쾌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는지.. 지금와서 뒤늦은 후회감도 든다.
정작 나는 상대를 배려 하려는 자세가 나만의 기준으로 잡혀있진 않았는 지,
가끔은 아니 항상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봐야 하진 않았는 지,
이미 떠나버린 기차 애타게 불러봐야, 손에 든 차표만 흥건해 지지 않겠나
그 열정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수 밖에.

난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하물며 잘 아는 사람들과의 대화라면 어디든 참여하고픈 심정이니까.
그리 혼잡하지 않은 공간이나, 떠들썩하지만 정신 없이 시끄러운 분위기만 아니라면,
어디든 사람들과 함께 하고프다.
그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반은 부자가 된 것 같으니까

난 가끔은 세세한 것까지 신경쓰며 살아가곤 한다.
누가 뭘 필요로 하진 않는 지, 불편한 점은 없는 지.
나 자신의 불평/불만은 우선은 뒷전인체,
모친이 걱정하시듯 언제나 남의 일에 열중이다.
뭐 손해보며 산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 한명 참아서 10명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뭐 나는 예수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고 알라도 아니기에, 헌신적인 사랑은 힘들겠지만
챙겨주고픈 게 있다면 두 손 두 발 다 걷고 나서게 되는 게
이제는 오히려 그리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다.

좋게 말하면 세심한 성격,
나쁘게 표현하자면 결백증 수준의 집착이
주위 사람을 심히 당혹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기도 하지만,
내 이성이, 내 요동치는 가슴 나아가 본능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들인데,
욕 먹어도 할 건 해야지.
나 잠시 참으면 상대가 그 배로 오랜 기간동안 편해질지도 모르는 일인데.

글을 쓰다보니 마치 자화자찬인거 같아
심히 고민되기도 하지만, 무슨 글을 쓰게 되든 주저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공개 일기로 할 생각도 없었을 테니,
본좌를 욕하려면 당당하게 대 놓고 해도 다 받아드리리다.
그걸로 인해 마음이 편해질 수 만 있다면야,
들으라고 또는 보라고 있는 두 눈, 두 귀, 그 존재의 이유를 행하는 데
뭐 특별히 해가 될 일이 생기겠나.
낮동안 이런 저런 생각 하며 생활하지만,
막상 자기전 글로 옮기자니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심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제 시작이니 곧 차차 나아지겠지만…
뭐 어때 아침이면 시험이 있고 우선은 그것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도 따스한 피 맴도는 한낮 인간에 불과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