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4일] 용두사미..

2004년 4월 14일 날씨: 온 몸을 휘감아 오는 선선한 봄 기운

고사성어중 용두사미란 말이 있다.
용 머리에 뱀 꼬리 란 말인데, 흔히 말하듯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를 일컬는 말일테지.
일관성이라는 게 가끔은…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 하다.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일관성이라든지,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의 일관성이라든지.
시작과 끝이 다르면 대부분 실망하기 마련 아닌가.
모든 이를 대함에 있어 항상 한결 같다면, 식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랬다 저랬다 변덕스런 성격의 소유자 보단 정직하게 보이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나 자신에 대한 의문도 가끔 들곤 한다.
내 행동이 가끔은 너무 실없진 않은 지,
가끔은 너무 엉뚱하거나 진지하진 않은 지.
물론 내 첫인상이 그들에게 어떻게 비춰졌는 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무뚝뚝하고 조용하게 보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듯 하니
내 자신이 용두사미 가 되는 건 아닌가 싶다.

난 내 자신을 한번도 카멜레온과 비유해본 적이 없다.
좋게 말해 늘 살아가는 처세술이라고 되새겨 보긴 하지만,
시시각각 상황에 맞게 변하는 카멜레온과 비슷하진 않은 지 문득 의문을 가져보았다.
여기 저기 이래저래 많은 것을 한꺼번에 행하려다 보니
가끔은 실 없다가도, 가끔은 너무 진지한 그런 엉뚱한 사람이 되진 않았는 지…

물론 실제로 나는 진지한 대화 나누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가볍게 농담으로 넘어 갈 수 있는 내용도 진지하게 다루길 좋아하고,
차마 그게 힘들땐, 혼자서 곰곰히 생각해 보기도 한다.
굉장히 이상적인 생각도 많이 해서,
좋게 말하면 로맨틱하게 바꿔 말하면 어느 정도는 비현실적으로 생각하기도 좋아해서,
아주 진지하게 내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는 데,
그게 가끔은 너무 부담스럽고 심오하게 들리나 보다.
그때마다 내가 말 실수를 하는 건지…
또는 그 진지함을 받아주기엔 다들 너무도 바삐 달려가는 건지…
단순히 내가 너무 터무니 없게 많은 것을 바라는 건지…
이 모든 게 나에겐 가볍게 여기고 넘어 갈 수 없는 어느 정도는 심각한 고민이다.

‘듣기 부담 스러우면 자제를 해야지…’
진심어린 내 심정이다.
나야 진지한 대화를 열어가려 하는 것이지만,
어느 정도는 이기적일 수 있는 내 어리광을 받아줄 만한 사람이
그리 흔하지는 않은 가 보다.
그나마 하나 있던 모국 친구도 군대에 가고,
마치 축제속의 미아 처럼,
갈팡질팡 갸눌 곳을 찾지 못하며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 거 같아,
심히 내 자신이 우울해질때도 있다.

‘자유롭고 싶다’
나도 자유롭고 싶다. 이런저런 속박에 얽매인 채
‘너는 이런 사람이다’ 라는 틀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다.
가끔은 허심탄회한 대화도 나누고 프고, 실없는 농담도 주고 받고…

‘나의 심장은 누구를 위해 뛰며, 내 영혼의 불꽃은 누구를 위해 타오르는 가’

비단 이 글을 통해 소리없는 항의를 하고픈건 절대 아니다.
다만 내 마음의 자유로운 표출일 뿐이고,
단순히 자기전 끄적인 글에 불과하니, 그래서 더욱이 앞뒤가 않맞고,
비몽사몽간의 생각도 간혹 섞여있진 않을까
평소때의 부담감 그리고 압박감등의 무의식적인 표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