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8일] 오늘 같은 밤이면..

2004년 4월 18일 날씨: 마치 여름이라도 된 듯,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거보게, 반복되는 일상만은 아니 잖는 가
매일 밤 이토록 새롭게 느껴지는 걸.’
칠흑 같은 밤, 제법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이었지만
결코 싫지만은 않았다.
바람에 이끌리는 대로,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걸어보기로 했다.
아니 너무나도 기분이 편안해져, 차마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이 행복해 지기 위해 사랑을 하려는 걸까,
그렇지 않다면, 내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사랑을 시작하려는 건가’
이왕 나선 발걸음, 뭔가 하나쯤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억지로 짜맞춰가며 하나 하나 조각 조각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진정 타인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인걸까,
과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나 하나쯤 힘들면 어떤가 하는 생각은 수도 없이 많이 하며 살아가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지나치면 오히려 악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려 하는 가,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생각하려 하는 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생각하는 걸 생각하진 않는 가.’
정처없이 발걸음을 옮긴다, 바람의 영향일까?
오늘은 유독 별다른 상념에 빠져보고픈 생각은 들지 않는다.

‘수없이 스쳐가는 사람들 속에서,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너만은 언제나 그곳에 멈춰있는 거 같은데…’
언제나 처럼, 물론 얼마되진 않았지만,
수양 버들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리 술을 즐기지 않게 된 나이지만, 빈 손이 유독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머리를 풀어 헤친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가지를 바라보며,
마음이 한층 더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좀 더 편안히 눕다 시피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혹시나 나도 모르게 잠에 빠지진 않을까,
순찰 중인 경찰이 행여나 이상하게 여겨 착각하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조바심에 결국 처음 자세 그대로 유지하며
선선한 바람에 온 몸을 맡긴 체 무념무상에 빠져든다.

‘나에겐 과분한 그대들, 언젠가 서로가 맞는 짝을 만나지 않을까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문득 이러다간 중매결혼 밖에 못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무렴 어떤가, 평생 베필 만나 행복하게만 살면 되는 거지.
과정도 중요하지만, 현실이란… 멈춰주지 않기에,
언제나 결과를 눈 앞에 두게 된다.
그에 맞춰 결과가 중시 되는 건 두말할 나위 없지 않겠나.
요즘 들어 왜 이런 생각이 더 드는 건 알 수가 없다.
봄을 타는 건지… 언제나 그래왔었는지,
그냥 그런 시기가 다가온 건지…
혼자 흥얼거리며 바람에… 리듬에… 정신을 빼앗겨선
잠시나마 이성을 배제한체, 본능에 몸을 맡겨본다…

‘산만한 나로선 뭔가 하나에 집중하지 않으면,
쉽게… 고삐 풀린 상념속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리고 죄인 가슴 두드리며 답답해 하지 않으면 안된다.’
요즘 들어 가슴이 탁 막힌 듯 답답한 건,
육체적 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 피로, 스트레스에 전신이 시달려서 그렇지 않나 싶다.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법에 능숙하지 못한 나로선,
한가지에 집중해 있지 않으면 쉽게 정신이 분산되고 만다.
타고난 망상가 체질인가. 몰려오는 생각이 싫지만은 않지만,
별스런 망상에 자책하며 본인을 나무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선한 바람에 온 몸을 맡긴 체, 아무 생각 없이 마치 새 사람이 된 듯,
그렇게 시간을 보내봤으면…’
얼마 안있으면 다가올 여름 방학,
아무 생각 없이 보냈으면… 아니 별다른 근심걱정 없이 보내다 올 작정이다.
새학기가 되면 뭔가 달라지진 않을 까.
매번 한가지에 매달려 있을 수만은 없는 것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