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3일] 로맨티스트..

2004년 4월 23일 날씨: 푸르른 하늘위 부드럽게 떠있는 상쾌한 저 구름

‘언제부터인가… 자칭 이라는 표현을 삼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낮추기 위해서도 그리고 겸손하기 위해서가 아닌,
단순히 뭐랄까 이제는 기장 역할도 지쳐서 일까…
더이상 자기 자신이 기장이 되는 비행기의 승무원 역이 질려서 일까,
텅빈 기내에서 홀로 안내방송하는 내 모습이 쓸쓸하기만 하다.’
절대 뒤돌아 보지 않겠노라고 매번 다짐하는 나 이지만,
언제나 결국 우두커니 서서는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그리고,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힐때면 이제는 더이상 그 벽을 뛰어 넘으려고만 하지 않는다.
언제나 돌아갈 수 있기에… 설혹 그 벽이 한 없이 길게 늘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몇달 몇년이 걸린다 하더라도.
돌아가는 시간동안 다시금 내 자신을 돌이킬 수 있고,
두보 세보 전진을 위해 한보 후퇴할 수도 있으니까.
넘기 위해 뛰는 순간 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빠지게 된거 아닌가.

‘로맨티스트는 일반인과 다를게 없지 않을까,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일상속에서 살아가지 않는가.
다만 그들은 어떤 상황이든 미화하려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상속에서 살아가고, 몽상적인 삶을 즐기는 로맨티스트’
난 나 자신이 로맨티스트라고 칭하지 않는다.
다만 주위의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게 칭하려 하기에 덩달아 그리 된것 뿐이지 않을까.
굳이 나를 로맨티스트라고 하자면, 난 좀 괴팍한 로맨티스트가 아닐까.
세상을 미화하려 하면서도 언제나 고운 시선으로 바라 보지만도 않는다.
도리어 가끔은 세상을 증오하면서 살고 있진 않을까.

‘강한 부정은 긍정을 낳고, 거센 거부는 되려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는가.
순종하면서 살아갈 수도 없지만, 매번 역류하는 삶을 살 수도 없는 노릇.
무던히도 꼬이고 꼬인 인생,
이미 두 눈에만 의존하는 삶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지는 않은 지.’
여러번 쓰디쓴 고배의 잔을 마신 나로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다.
한가지에 열중하지 못하고 쉽게 분산되어버리는 정신은,
이런 나에게 더욱더 크나큰 시련을 안겨주지만, 더이상 내키는 대로 살 수만은 없는 노릇아닌가.
간혹 흐트러지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잡아줄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몸이 허약해지면, 마음또한 허약해지는 법. 심신이 허약해지면…
인간은 자연스레 안식처, 마음의 쉼터를 찾게 마련이다.’
그동안 쉴새 없이 달려오느라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여러모로 많이 힘들었나 보다.
요 며칠새 겉잡을 수 없는 정신 상태덕분에, 완전 미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근 반미치광이 상태에서 그나마 정신을 다 잡을 수 있었던 건,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지 않을까.
지금으로선 볼 수 없지만, 아득하기만 한 한가닥 실날 같은 희망에 몸을 기댄 채,
매번 뒤틀린 정신을 바로 잡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는지.

‘이제껏 잘 참아오지 않았는가, 조금 더 참는 다고 얼마나 더 달라질까.’
끝없는 벼랑끝에 몰려도 다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끝까지 지키고픈 자신감이자 자존심이었고,
내가 유일하게 의지하고 지내며,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정신력의 원동력이었으니.

‘눈을 감으나 잠에서 깨어나나,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혼자이다.
다시금 울적해지는 이 기분을 어찌하리.’
사람에 둘러 쌓여서 사는 생활에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나,
이제는 혼자가 되기가 두려워 진다.
그들의 목소리, 눈빛, 이 모든 것들이 그리워 질때면,
홀로 쓸쓸히 스스로를 감싸며 위로하는 일도 이제는 지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