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일] 5월의 신부

2004년 5월 1일 날씨: 5월의 신부가 될 날으로는 약간은 미흡하지는 않을까

누가 그랬는가,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들푸른 초목과 한층 맑고 푸르러진 하늘 아래, 우윳빛 물결을 옆에 안고선
조용히 선선하게 머릿결을 흩날리는 자연의 숨결 속에 선 5월의 신부.
마침 결혼하는 이웃이 있어 두 사람을 축복하러 집을 나섰다.
비록 많은 대화를 통해 두분 앞길을 축복하진 못했으나,
내 진심이 담긴 마음으로 두 사람 앞으로 함께 할 나날들을 밝혀주리라.
많은 견해가 교차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난 언제나 결혼은 사랑의 연장이라 믿어왔다.
확실히 많은 이가 부정하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아마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이 생각만은 변하지 않을 듯하다.
‘당신이 필요하기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가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이 필요합니다.’ 라는 문귀가 갑자기 떠오른다.
서로간에 바라지 않는 사랑을 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아빠 따라 나선 장보기,
‘여전히 나는 부모님을 아빠, 엄마라 부른다.
결코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며,
설혹 웃어른 앞에서 아버지 어머니라 칭하는 일이 있더라도,
진심은 여전히 아빠, 엄마 쪽에 있지 않을까.’
가게에 필요한 물건 사러 가는 길이기에 장보기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을지도.
나의 눈을 유혹하는 쿠키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Toffee Cookie’
솔직히 지금 와서 되새겨 보자니, English Toffee 였는지
Chocolate Toffee 였는지 잘은 기억나지 않는다.
곧이어 떠오른 상념들…
문득 예전에 본 만화가 생각난다. 단칸 만화였지만 무척이나 인상이 깊었었다.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문귀가, 그대로 인용하자면
‘나는 너의 머릿속에 기억되기 보다,
너의 가슴속에 새겨지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속에 새겨지는 사람이 된다는 게 쉽지는 않을테지.
그만한 노력과 대가가 따르지 않을까.

간혹 지나쳐 가는 무수한 집들,
유리창이 많은 집을 볼때면, 나 자신이 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집이 나를 수많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 같다.
마치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 보다 나를 바라보는 세상의 눈이 더 많은 것 처럼.

5월의 신부가 되느냐 10월의 신랑이 되느냐.
무엇이 더 중요할까. 단지 5 와 10은 숫자를 의미할 뿐인데.
계절 또한 흘러가면 다시 되돌아 오지 않는가.
가장 중요한 건 잊혀지지 못할 가슴에 영원토록 남을 추억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