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9일] 아 미련 많은 그대는

2004년 5월 19일 날씨: 정체불명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미련이 많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미련을 안고 살아간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어딘가에 굴러다니던 주워온 물건들도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예전부터 간직해 왔던 (어떻게 입수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물건이 태반이다)
물건은 말할 나위 없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약간의 편집증이 있는 나로선,
버리지도 못할 물건을 양손에 들다 못해 가슴에 부둥켜 안은 체
언제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이다.
뭐랄까,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하는 나로선,
돌멩이 하나도 살아 숨쉬는 듯하다.
덕분에 여기 저기 갖가지 모양의 자갈들이 즐비하다. -_-;

나는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가져본 적이 없다.
미신 또한 개인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게 마음에 들어서인지,
행운의 증표 등 무언가를 할때면,
행운의 상징으로 명명한(내 마음대로) 어떤것이든 꼭 하나씩 들고다니곤 한다.
예를 들자면, 내가 태어난 해(연도)에 만들어진 동전이라든지,
목걸이 류도 좋은 예가 되겠다.
후훗 그러고 보면, 남모형 (굳이 성명은 밝히지 않겠다) 이 밑바닥에 그림 그린,
커피컵 세개 또한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무언가를 버린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인거 같다.
지운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라.
물질적인 것들이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데,
정신적인 것들은 어떠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붙잡을 수도 없는 기억들 이나 추억들은 어떤 식으로 ‘처분’ 해야 할까.
간직하기엔 이제는 너무나 버거우며, 쉽게 버려지지도 않는 골칫덩어리들.
평생 가슴에 안고 살아가기에는, 이제 더이상 꿈꾸지 않는 나의 마음으로선
너무나도 과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