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29일] 하루살이 인생 = 해의 삶

2004년 5월 29일 날씨: 산책하기 좋은 밤

오늘 같이 날씨 좋은 날이면, 산책을 어찌 안할소냐?
하는 말은 좋다만, 뭐 실은 부른 배를 소화 시키기 위해 출발하게 된 산책이었다.
이제는 약간 배가 부른 달도 구름 한점 없는 저녁 하늘을 화사하게 비추고 있었고,
간혹 날라다니는 날파리떼에 굉장히도 귀찮긴 했지만서도,
저녁 노을 진 은은한 호수 물결도 나에겐 싱그럽기만 했다.
눈에 띄는 날파리떼를 보며, 하루살이 생각을 해보았다.
혼자서 중얼 거린 말은,
신이 나에게 무언가를 질투할 수 있게 허락한다면,
하루살이들을 질투할 지도 모른다고.
그들에겐 내일이 두렵지 않기에,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동경하는 해,
그런 해와 함께 태어나고 죽는 삶은 얼마나 경의로운가.

얼마를 걸었을까, 별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순히 간간히 달 보며 호수 쳐다 보며, 저만치 떨어져 있는 섬 쳐다보며,
거의 정신 없이 걷고 있는데,
부두 아닌 작은 선착장에는 저녁 노을을 낚는 사람들이 서있었다.
자신의 일부를 포획하는 이들마저 아름답게 보이게 만드는 자연의 신비란,
가히 놀랍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 걸었을까, 방향을 틀어 다시 집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느낀 점이 있었다면,
이제껏 달을 바라보며 걸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달을 등지고 걷게 될 것이라는 점.
제일 먼저 생각이 든 점이라면, 뭐랄까
굉장히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달을 이제는 더이상 바라보며 걸을 수 없다는 것,
그것만큼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도 없었기에.
곧 다시 이어지는 생각은,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서도,
더이상 언제 사라질지 모를 그대 뒷모습 바라보며 걷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찾아왔다.
언제나 뒷모습만 바라보며 걸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눈 깜박이면 언제 사라질지 모를 그 사람 모습을 말이다…
후후 물론 함께 나란히 걸을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겠건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