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산다는 건 – 10. 고목나무 틈 속에서 자라나기

오뚝이 아시죠? 밀어도 밀어도 다시 일어서는 지겨운 오뚝이 말입니다.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는 박휘 근성의 대표랄까요. 아무튼 제가 말하고 싶은 오뚝이는 특성보다는 생김새를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밀어도 다시 일어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그 생김새 말예요. 하체가 좀 무거워야 말이죠. (웃음)

사족을 잠시 달자면, 컴플렉스 없는 사람 있을까요. “왕의 남자”였던 이준기도 외모 컴플렉스가 있다니까 (저같이) TV에는 얼굴도 못내밀어 볼만한 마스크를 가진 사람들은 외모에 불만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죠. 뭐 마스크 뿐만이겠습니까. 신체 구성자체에 부족한 부분이 한둘이어야죠. (/먼산)

근데 뭐, 외모에 신경쓰면서 거울 보며 좌절할만한 사춘기 시절은 지났고, 이제는 (포기하고 수긍한 체) 가진대로 살아야지 어쩌겠어 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남자는 능력이지라며 악착같이 돈을 긁어 모을 시기라는 거죠. (웃음)

자 자, 사족은 여기까지. 오뚝이를 언급한 이유가, 서양인 대부분의 기본 신체조건이 오뚝이와 비슷해서 그럽니다. 머리는 작고, 상체와 하체는 커요. 물론 대부분의 오뚝이는 머리하고 상체가 다 작긴 하지만, 요는 ‘머리가 작다’ 라는 겁니다. 머리가 작은 데 어쩌라고? 하는 분이 계실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만, 머리가 작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구요? 시판되는 모자의 일반 S/M 사이즈들은 제 머리에 맞질 않거든요! (모자 사이즈는 보통 S/M 그리고 L/XL로 나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내 머리는 크질 않아! 생각하면서 미디엄이면 맞을테지 싶어서 S/M 사면… 머리에 피가 몰려서 한여름에 햇살이 아니라 혈압 올라서 기절하는 수도 있습니다. /먼산)

머리가 (비정상적이지 않게) 작으면 좋은게 어깨가 넓어 보여요. 운동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건데, 타고난 신체적 조건은 어떻게 한들 고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깨에 넓히고 근육을 붙여도, 가운데 떡하니 붙어 있는 머리 크기가 작아지질 않는 이상, 멋이 나질 않습니다. 절대 아니라구요? (캐나다) 현지 gym (일명 헬스장) 에서 운동하는 현지인 (캐너디언)을 보셨어요? 못봤으면 말을 마세요. (- 달인 버전)

사실 머리만 작으면 말을 안하는 데, 몸이 전체적으로 다들 많이 큽디다. 덕분에 옷 사이즈도 조심해서 사지 않으면 아무래도 삼촌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보여요. 한국에서 옷 (상의) 사이즈가 90, 95, 100, 105 이런 식으로 나올 때, 여긴 XS, S, M, L, XL, XXL, XXXL 이런 식으로 나온답니다. 브랜드 마다 사이즈도 달라서 어떤 곳에서 S 입다가도 다른 데선 M 또는 L 입어야 될때도 있어요.

거기다가 옷 치수는 도대체가 어떤 식으로 재서 만든 건지, 어깨가 맞다 싶으면 허리가 너무 크고, 허리가 맞다 싶으면 어깨가 너무 좁아서, 디자인이 이뻐도 사이즈가 안 맞아서 못입는 경우도 더러 있답니다. 상체, 하체가 모두 크다는 말은 절대 농담이 아니에요!! 온라인 구매는 꿈도 못꾸죠! 입어보질 않고 옷을 산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가 없어요!!!

상의만 말했었는데… 하의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겠죠. 제 키가 177 (또는 5’8”). 어떻게 보면 그냥 평균 신장인데 (물론 요즘 10대 부터는 급속도로 발육이 좋아져서 180 넘기는 건 기본이겠지만요 ;ㅅ;) 여기선 평균 신장에는 한참 못 미치는 사이즈가 되네요. (기장 수선 없이 옷을 입는 건, 바지 밑단이 너덜너덜하게 다 헤지도록 입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이런 고목들 틈 사이에서 살자니, 가끔은 나도 ‘키 컸으면, 키 컸으면, 키 컸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은 웃자고 쓴 글입니다. 대다수가 모두 다 고목나무 같은 건 아니에요. 상대적으로는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비해 신체 사이즈가 큰 것은 DNA 때문에라도 어쩔 수가 없긴 하죠. 다만 이걸 아무 반발없이 납득하고 살자니 답답하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뼈가 다 굳었을 텐데) 몸을 늘릴 수도 없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머리가 조금씩 굵어지면서 알게 된건데, 일반 US브랜드 제품들은 (특히나 상의가) 자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를 찾기가 참 힘들어요. 언급했던 대로, 어깨가 맞으면 허리가 크고, 허리가 맞으면 어깨가 작거든요. 그래서 결국 대책 방안이란, 유럽브랜드 제품들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번 옷을 살때면 통장 구멍나는 소리가 절로 들려요… ㅜㅅㅜ

2 Replies to “해외에서 산다는 건 – 10. 고목나무 틈 속에서 자라나기”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