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통한 의사소통

요즘은 대학교에서 알고 지냈던 형, 동생, 친구들은 대부분 사회인이 되어서 엠에센에서 대화를 나눌 기회도 적습니다. 물론 대낮에 회사에서 접속을 하는 사람이 저 밖에 없는 것 같아서 더욱 힘들기도 해요. 퇴근 후 집에 가서는 제가 사적인 일로 조용히 컴퓨터를 쓰는 편이라서 채팅 같은 건 밤에는 별로 즐기질 않고 있거든요. 뭐 이래 저래 겹쳐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사족은 여기까지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블로그를 운영해보신 그리고 블로그들을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어쩔 수가 없습니다만.) 뭘 말하는 거냐고요? 바로 댓글 말입니다. 유명한 블로그라면 하루에도 수십개에서 수백개가 달리는 것이 댓글인데, 블로거들의 개별적인 운영정책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만 일일히 하나씩 댓글을 다 다시는 분들도 계세요. 꼭 집어서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웃음)

방문자 입장에서는 특히 제 개인적으로는, 댓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단순하게 혼잣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시니 말입니다. 무의미한 (의도가 어찌 되었든) ‘의견 감사합니다’식의 답글이 아니라 좀 더 의사소통 다운 답글이 달리는 경우도 많아서 실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때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댓글과 답글이, 때로는 여러개 이어질 때가 있습니다. 마치 채팅을 하고 있는 것처럼 댓글에 댓글이 이어질 때면, 가끔 생각해봅니다. 과연 어느 쪽이 먼저 그만둘까? 어떤 식으로 마무리 지어질까? 사실 누가 먼저 그만둔다는 말은 반 농담식으로 한 말이고, 댓글의 댓글은 어디까지 이어져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엔 댓글에 댓글이 달리는 순간 그 댓글은 종결이 되어 버립니다. 가끔 한 두명의 다른 방문자들이 추가로 그 댓글에 댓글을 다는 경우는 있어도, 왠만해선 오고 가는 한번의 댓글로 방문자와 글쓴이간의 의사소통은 종료가 된다는 거죠.

과연 어떤 것이 맞는 걸까요? 자주 찾아가는 블로그든, 가끔 방문하는 블로그든, 아니면 아주 처음 방문하는 블로그든, 자신이 댓글을 남기는 것은 단순히 ‘내가 왔다갑네’ 하는 단순히 도장을 찍기 위함인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어필하고 글쓴이의 답변을 요구하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전자라면 댓글을 남긴 장본인은 자신의 댓글에 또다른 댓글이 달리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을 테고, 후자라면 자신의 댓글을 유심히 살펴보겠죠. 누가 댓글을 달아줄까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근데 사실 자신이 원하든 아니했든 댓글에 댓글이 달리는 것은 어떤 정해진 규칙에 의해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다 사람 마음에 달린 거잖아요. 쉽게 말하면 내키는 대로 하는 거죠.

쉽게 생각하면 되는데, 어렵게 생각하니 더욱더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짧은 댓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도 많은데, 그래도 중간에 멈추자니 너무도 많이 뛰어왔고, 애초에 시작을 말자니 댓글을 통한 의사소통이 없어지게 되니 참 진퇴양난입니다. 이래서 트랙백을 활용하라는 걸까요? 그래도 저는 아무 생각 없이 내뱉고 다니는 또는 뿌리고 다니는 댓글과 트랙백은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요즘은 작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댓글에 댓글을 달고 싶을 때면 가끔은 살짝 주저하게 되요. 왠지 괜스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예 관련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낫지 않을 까 싶습니다. 왠지 요즘은 mIRC에서 놀던 때가 그리워져요. /훌쩍

4 Replies to “댓글을 통한 의사소통”

  1. 누구는 그냥 손도장으로, 누구는 단순히 자신의 느낌을 쓰려고, 누구는 답변을 요구하기 위해 댓글을 쓸텐데, “블로그는 이래야 한다”는 법이 없는 것처럼 “댓글도 이래야 한다”는 법도 없겠죠.
    그런데 악플러나 아무 의미 없는 흔적이 아니라면야 내가 뭐라고 했는데 주인장이 뭐라고 했을까 궁금해지지 않을까요? TTML 계열 블로그가 제공하는 댓글 알리미 서비스는 이런 점에서 굉장히 파격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해요.

    1. 그래서 제가 항상 댓글 알리미를 눈여겨 본다죠. 😀

      가끔 댓글에 댓글이 달리면, 제가 다시 또 댓글을 달아야 하는 건가 싶어요. 손은 근질 근질한데, 왠지 도배하는 느낌이 들고 남 일기장에 낚서 하는 거 같아서 슬며시 그만 두는 경우도 많이 있답니다.

  2. 저는 댓글 밑으로 주루룩 댓글 달리는게 넘 좋아요. 저 말고 다른 분이 달아주시는 것도 좋고 하여간 댓글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도 좋아요 운좋게 동접일 때는 끝없이 늘어지는 댓글창이 생기기도 하구요.
    전 좀 집요한 구석이 있어서 꼭 댓글마무리는 제가 합니당 햐 햐 햐…

    1. ㅋㅋㅋ 왠지 레이님 블로그에서 댓글을 달다간 경쟁이 될거 같아요. ‘아니 이 사람이 왜 이렇게 계속 댓글을 다는 거얏!’ 하고 말이죠. 😀 (이거 괜시리 장난기가 발동되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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