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과 포스트잇 사이에서: 블로그, 그 호재와 악재

‘원래’라는 단어는 잘못 해석되고 뜻이 변질되기 쉬우니, 대신에 ‘제가 기억하기로’라는 조금은 소극적이면서 우회적인 태도로 글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기준이 애매모호하긴 하지만) 일반 사용자에게 있어서 인터넷/웹 (이하 웹) 상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때로는 금전으로) 제공받는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돈을 내고 자료를 보거나 받는 사이트가 아닌 경우엔, 현란한 광고로 도배된 (성인) 사이트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결국 웹상에서의 정보는 제공하는 자와 제공받는 자가 확연히 나눠져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정보라는 것은 전문성과 정확성을 띄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는데 일반 사용자들에겐 버거운 일이었거든요. 정보의 가치를 잰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홈페이지라는 단어가 보급화되기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포탈 사이트들에서 무료 웹사이트 계정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하나 둘 개인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홈페이지가 의미하는 그대로 첫페이지(*)만 가진 웹사이트가 많이 생겨났어요. 웹상에서 타인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중 가장 빠른 방법이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 홈페이지란 단어의 원래 의미는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제일 처음 보이는 페이지를 의미합니다. 웹사이트의 홈(첫) 페이지란 말이죠. 많은 분들이 웹사이트를 홈페이지라고 부르시는데, 이젠 원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버린터라 억지로 강요한다고 해서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정보의 가치를 논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없진 않았습니다. 여행가서 찍은 사진을 올려둔 페이지든, 요리법을 올려둔 페이지든 대중성을 띄기엔 개인 웹사이트(홈페이지)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돈벌이도 별로 되질 않았으니, 시간을 투자하긴 꺼려지기도 하겠습니다만 말예요.

돈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인터넷으로 (일반인들이) 돈버는 방법이 많진 않았거든요. 기껏해야 광고배너클릭으로 돈을 버는 정도였을 까요. Cashfiesta 같은 류의 인터넷서핑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기억하시는 분이 얼마나 계실려나요. 한때 자동마우스 프로그램 등으로 자동 클릭하게 만드는 방법도 유명했었죠. 하지만 자신이 쓴 글/정보로 돈을 버는 방법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극히 드물었죠.

요즘은 어떤가요?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합니다. 블로깅 툴도 많이 다양해졌어요. 특히 직접 설치를 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형 블로그도 많습니다. 자신의 입맛대로 꾸밀 수 있는 자유도도 높아졌어요. 광고의 벽도 얇아진 (낮아진) 턱에 애드센스, 애드클릭스와 같은 광고 프로그램을 어디서나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중,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없는 사람이 드물 정도고, 전세계적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블로그를 가지고 있어요. 1인미디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면서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생각과 겪은 경험들을 ‘공유’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같으면 ‘일기장은 일기장에’라는 말이 쉽게 나왔었지만, 이제는 그런 부분도 많이 수그러든 것 같아요. 아주 극단적인 의견이 아니라면, ‘주말에 바다에 놀러갔다 왔어요’ 라는 글에 이제는 아무도 일기장은 일기장에 라는 댓글을 달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참 다행이에요. 누구나 자신만의 의견을 자신있게 말할 (적을) 수 있고,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일석이조 아니겠어요. 거기다가 도움을 받은 사람이 광고 클릭을 통해서 수익까지 제공할 수 있다면 더 좋구요. 상부상조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도 같습니다.

문제는 모든 일에 그렇듯이,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호재로 작용했던 위의 모든 것들이 동시에 악재로도 작용하고 있어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 방향으로 웹이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가슴속에 품고만 있던 생각들이 인터넷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하며,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여타 정보들이 왜곡되기 시작하니 사태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어요.

우선, 우린 웹을 통해서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블로그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연예인 자살사건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고, 웹상에서의 의견 충돌이 현실로까지 이어질 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예견했을 까요. 오프라인 ‘일기장’에나 쓸 것 같은 내용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놓으니, 예상했든 아니했든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고 합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공유되는 정보도 많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돌고 도는 것이 같은 내용이고, 더 큰 문제는 시작은 같지만 끝이 다른 경우가 허다해서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발없는 말이 천리가는 동안 발있는 말은 만리를 가는 세상인데, 말위에 실려있던 내용물들이 사람을 거칠때마다 달라지니 만리를 가는 동안 얼마나 바뀔지는 예상도 할 수 없습니다.

이제 웹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정보의 바다라고 불려지던 인터넷이 (물론 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광고의 시장으로 되어버렸어요. 누구나 광고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하니,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딜 가도 광고를 지나지 않고선 제대로 된 정보를 읽기도 듣기도 힘듭니다. 정보 제공자를 탓하기도 힘든 것이, 돈은 벌어야 되거든요.

말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실제로 쓰고 싶었던 내용은, 과연 블로그에 올려지는 글들은 일기장 수준의 글인지 포스트잇에 써붙이는 노트정도의 글인지 아니면 진짜 참된 ‘정보’인지, 다뤄보고 싶었거든요. 솔직히 얼마나 많은 수의 글들이 진심으로 광고를 달 만한 수준의 글일까 해서 말입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쓴 지금 이 글도 단순히 일기장 수준의 글이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제 블로그에 올릴 글들의 성격도 궁금해지는 군요… 글을 길게 쓰면 항상 내용이 뒤죽박죽되는데 말예요. orz

6 Replies to “일기장과 포스트잇 사이에서: 블로그, 그 호재와 악재”

  1. 일기면 어떻고, 메모면 어떻고, 고귀하고 전문적인 정보면 또 어떤가요. 블로그=광고 도 아닌데요. (아직은 ㅎ)

    1. 🙂 맞습니다. 대신에 스스로에게 맞는 글을 쓰는 것이 좋죠. 많은 주제를 다룬다고 해서 좋은 블로그는 아닌 거 같아요. (저처럼… 훌쩍)

  2. 자기가 원하는 스타일의 글을 얼마나 잘 쓰냐가 중요한게 아닌가 싶네요… ㅎ

    저도 첨엔 막 이것저것 다뤘는데.. 점점 지나다 보니 많이 좁혀지는거같기두 하네요~

    1. 저도 티스토리에서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이것 저것 손을 안 댄게 없었던 거 같아요. 텍스트큐브에서만은 깔끔하게 해보자! 했었는데… 쉽지 않네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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