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훔쳐보기

*영화 내용을 많이 쓰진 않을 거지만, 그래도! 스포일러 경고!

훔쳐보기라, 나는 다크 나이트에서 많이 기억 나는 거라곤:
– 조커의 입연기
– 셀폰을 이용한 소나 시스템?

정도 밖에 없는 데, 다들 조커의 연기에 대해서 칭찬 일색은 물론, 고담시티 뒤에 숨겨진 추악하면서도 혼란스러운 인간의 단면을 많이 이야기 하시더라 이거지. 솔직히 고인이 되어버린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는 분명 수준급임에는 분명했다. 내 기대치가 너무 높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헐리웃 스타배우라는 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안 부끄럽지. 안그런가?

내게 있어서 배트맨은 돈많은 갑부. 그러면서 한편으론 평범한 인간타입 (슈로대냣!) 슈퍼 히어로. 슈퍼맨도 날고 스파이더맨도 (거의) 날라 다닐 때, 온갖 (소위 말하는) 돈지랄을 통해서야만 간접적으로 날고 달릴 수 있는 배트맨. 돈만 있으면 너도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참 나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웃음) 솔직히 배트맨을 까자는 건 아니고, 다들 너무 칭찬 일색이길래, 꼬투리 좀 잡아볼려고 이 생각 저 생각 다해보고 있다.

잠시 딴 길로 살짝 빠져보자면, 어떤 히어로 만화든, 바탕이 된 세계관을 이해하지 않으면 참 받아들여지기 힘든 거 같다. 악당을 죽이지 못하는 히어로. 그것을 악용하는 악당들. 뒤통수 맞기 뻔한 스토리 전개는 뭐랄까 알면서도 빼먹을 수 없는 요소랄까.

확실히 조커는 배트맨의 다른 한면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 그가 밝힌대로 배트맨과 조커는 숙적이면서 동시에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 않을까. 정의감에 사로 잡힌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사람을 죽일 수 없는 (그렇지만 엄청난 고통은 줄 수 있는 그는 새디스트란 말인가?!) 배트맨. “why so serious” 를 외치며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조커. 마치 동전의 양면 마냥, 다르지만 뗄래야 뗄 수 없는 둘.

물론 나는 이 둘이 그리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커는 배트맨이 마음 속 깊이 담고 있는 욕망을 그대로 표출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든다. 같으면서 다른 이 둘은 고담시의 표적이 되고 시민들의 원성을 삼는다. 결말부분에서 고든의 아들이 말한데로, 과연 배트맨은 잘못한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이래나 저래나, 히스 레저의 연기에서 가장 기억에 남던 것은 거의 혀/입 연기였다. 안면 연기니 몸 연기에 포함되는 걸려나. 마치 진짜 입이 찢어진 것 처럼 쩝쩝 거리는 그 연기는… 최고랄까? (난 변탠가?!)

다만 내가 생각하던 조커의 캐릭터와는 살짝 거리가 멀었다. 만화의 영향이 너무 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조커는 장난기 멈치는 그런 캐릭터인데 말이다. 마치 돋보기로 개미를 태워죽이는 아이의 순진함이랄까? 아쉽게도 나는 그런 천진난만함 속에서 나오는 잔인함을 느끼지 못했다.

또 다른 하나는, 셀폰을 사용한 소나 시스템. 이건 뭐 미친거 아냐, 를 계속 외치고 싶은 부분은 홍콩에서 셀폰 (삼성 헵틱 또는 Instinct 인 거 같은데) 을 통해 빌딩 내부를 보고, 동시에 빌딩 전원을 차단시켜 버리는 기술은… 제임스 본드 울고가는 도구라 생각되는 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다.

고담시내의 모든 셀폰을 이용한 감시 시스템! 모건 프리먼이 기겁을 하는 시스템. (삐쳐버렸다) 훔쳐보기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완전 방범 시스템은, 그가 밝힌 대로 한 남자에게 너무나 ‘크진’ 않았을까. 아무튼 여기 저기 둘러보던 중, 이 부분은 잘 언급이 안되던데, 스포일러성이 짙어서 그런걸까? 아님 내가 공돌이 출신이라서 이런 쪽으로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

이래나 저래나, 영화 한편 잘 보긴 했다. 좋은 영화이긴 했지만, 아주 미칠 정도로 좋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데… 뭐 취향 나름이니까.

DVD나 블루레이로 나오면 그때 한번 더 감상기를 써보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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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나이트가 맞는 건가, 다크 나이트가 맞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