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의 글에 약한 나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장문보다는 깨알같이 자잘하게 주르륵 쓰여진 글에 참 약합니다. 아무리 긴 글이라도 흥미를 잃지 않는다면야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읽을 수 있지만, 작게 쓰여졌는 데 내용이 길기까지 하면 읽다가 중도에 포기를 하고 말아요. 가끔씩 블로그나 일반 웹상에 아주 상세하게 잘 쓰여진 글들이 간혹 있는데, 너무 길어서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간혹 생깁니다. 단순히 끈기가 없노라고 단정을 지어버리기엔 따져보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네요.

어려서 부터 책을 참 좋아했습니다.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책을 읽었기도 하구요. 하지만 동시에 생각해보면, 책을 읽은 경우도 많지만, 책을 “봤던”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책을 보는 게 무슨 뜻이냐구요? 만화형식의 책을 봤다는 것이에요. 🙂 만화라고 무작정 반감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실까 모르겠는데, 유익한 학습만화도 많고, 만화라고 언제나 공부에 방해만 되는 것은 아니지 않겠어요.

특히나 어릴 적 ‘책을 손에 잡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 역사만화나 학습만화가 시리즈로 많이 판매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금성출판사에서 꽤나 많은 책을 샀었네요. 🙂 이렇게 책을 손에 들게 되는 것은 좋지만, 너무 만화 스타일에 물들어 버리면 장문의 글을 읽는 것에 취약해지는 것 같아요. 내용을 쉽게 금방 넘기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책 한권을 한페이지 한페이지 진득히 앉아서 보질 못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뭐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시 만화 스타일의 책을 비판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제 자신이 점점 단순한 스타일의 글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서 고민입니다.

어떻게 보면 전반적인 인터넷 문화가 그런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이라는 짧은 단답식의 글문화를 통해서 점점 심플한 글들을 추구하게 되고, 언어까지도 초성체의 등장으로 인해 간략화되고 있구요. 미투데이, 플레이톡 같은 한국식 (라이프) 줄로그 서비스의 등장은 이미 예견되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문의 글을 쓰기 보다는 문단 하나를 넘지 않는 길이의 글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네요.

그래서 그럴까요? 좀처럼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깊게 이해해 보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긴 글은 서로 읽어보질 않을 테고, 짧게 적으려니 감정 섞인 비판성 글 밖에 나오질 않네요. 많은 글이 배출 되는 것은 좋지만, 깊이가 있지 않다면 아무리 많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결국 눈으로 슬쩍 훑어보고 잊혀질 글로 전락하게 될텐데요.

물론 무작정 길기만 해서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만, 길게 쓰다보면 자연스레 생각이 정리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생각나는 대로 짤막하게 적기만 해서는 감정에 끌린 충동적인 성격을 담은 글만 나오게 되더라구요.

일전에도 밝혔지만, 블로그를 통해서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생각 정리와 작문 연습입니다. 문제는 여전히 작문은 너무도 까다롭기만 합니다. 인터넷상에서 볼 수 있는 장문의 글들은 여전히 머리를 긁적이며 반 쯤에서 스크롤바를 내려버리거나 넘겨버립니다. 간단한 것이 좋기는 하지만, 진득히 오래 글 하나를 읽거나 쓰지 못한다면 어디 큰 일 하나 해내겠어요?

베어백관련 긴 장문의 글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정리해봤습니다. 조만간 본 블로그도 방향을 확실히 정해야 할 것 같아요. 이런 저런 생각을 담은 장문의 글이 올라오는 블로그가 될 것인가, 아니면 짤막하지만 임팩트가 강한 글을 위주로 올리게 될련지 말입니다. 어느 방향이든 쉽진 않을 것 같군요. 😛

6 Replies to “장문의 글에 약한 나”

  1. 저도 역시 비슷한 고민이 있지요. 저는 짤막하고 임팩트가 있는 글도 좋지만 장문의 글이라도 흡입력이 강해서 첫문단을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마침표까지 단숨에 읽게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무협지나 게임잡지 작가들이 이런 방면에서는 지존인거 같아요. ^^;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