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 가

살다보면 어느 한 무리나 떼에 종속되기 마련입니다. 어딜 가든 따로 혼자서 행동하는 ‘아웃사이더’역을 자청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한 무리에 소속되어 있는 몸이지 않겠어요. 어느 특정 학교 출신이든, 같은 종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든, 한 민족이든, 하나의 인종에 속해 있는 몸이든 말입니다.

무리를 지어서 행동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뜻이 맞으면 함께할 수 있는 것이고, 옳던 그르던 (어차피 시각과 문화의 차이 아니겠어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립하고 있는 무리와의 충돌도 불사할 수 있는 겁니다. 뭐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합니다. 이해(利害)를 따지는 것은 아니 따질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 본성아닙니까. 득(得)이 하나도 없을 일은 애초에 시작을 하지 않듯, 조금이라도 실(失)이 발생할 만한 일에는 더 큰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지요.

그런데 이 이해관계라는 것이 따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한국인이면서 개신교이고 동시에 네티즌이기도 한 사람이 어느 쪽에 몸을 둬야 하는 지는 정말 냉정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힘든 일이거든요. 국가적인(민족적인) 입지를 생각했을 때와 자신이 담고 있는 종교를 생각했을 때의 가치관은 (당연하게도) 다를 수가 있습니다. 특히 같은 개신교내에서도 입장이 다를 수가 있고, 같은 한국인이면서도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서로가 다른 입장을 표명하는 것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습니다.

다만, 요즘 불만스레 여기는 것이 있다면, 아주 싸잡아서 하나의 무리를 공격하는 것과 자기 얼굴에 침뱉기와 다를바 없는 특정 그룹을 향한 비방입니다. 이건 뭐 쌍시옷이 들어간 글이 판을 치고 있군요. 키워드를 악용한 돈벌이용 낚시성 글들도 많지만, 아주 한 귀를 막고선 자기 의견만 잔뜩 표출하는 글들도 판을 치고 있네요. 이건 뭐 제대로 된 토론/토의 문화 정착은 아예 안드로메다 저멀리로 관광보내 버린 것 같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글 애초에 작성하지도 말라.

오를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발 자신이 차마 뒷감당할 수 없는 생각/의견들은 조용히 저기 뒷산에 올라가서 외치던가 아니면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 발행하지 말아줬으면 합니다. 적어도 이성적인 댓글들에 답변을 하는 성의라도 보이던가요. 뭐 길바닥에 침뱉고 마르기만 기다리면 되는 겁니까? 전봇대에 오줌싸고 냄새와 얼룩이 빗물에 씻겨 사라지기만 기다리면 되는 겁니까? 생각 표출의 자유를 막자는 것은 아닙니다. ‘발행’과 ‘공개’까지 하면서 자신의 의견이 남에게 전달되기를 바랬다면, 오고 가는 의사소통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 싸잡아서 욕이란 욕은 다 해놓고선 나 몰라라 빠져 있으면, 눈쌀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제목과 본문 내용을 봐야 하는 사람들은 어쩌라는 겁니까? 스스로가 지칭했던 ‘산소’가 아까운 사람이 되기를 자청하는 겁니까?

감히 네티즌이라 부르지 말라.

네티즌, 개티즌 거리면서 싸잡아서 비방하는 행위 참 웃음 밖에 안나옵니다. 글을 쓴 필자들은 네티즌 아닙니까? 보자 보자하니, 듣는 네티즌 참 기분 나쁘군요. 무슨 변명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네티즌을 지칭하는 건 아니지 않냐 따위의 변명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이건 완전 길가는 사람들 모두의 뺨을 때린 후, 아 다 때릴려고 한 건 아니고 일부 사람에게만 그럴려고 한 것이었다 라며 변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습니까. 물론 개신교를 모두 다 싸잡아서 비판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개신교가 좀 유별나게 평균적으로 광적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클릭하고 봐 식의 호객행위 삼가라.

뭐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개인의 자유 침해가 될 수도 있겠고, 누구나 의사표현의 자유는 있기 때문에 무작정 하지 말라는 말은 안하겠습니다. 하지만, 정도가 있어요. 메타 블로그에 발행되는 각종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도발적인 제목, 내용과 관계 없는 제목 또는 과장이 섞인 제목이 태반입니다. 책을 표지만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 완전 그대로 적용되는 듯 싶습니다. 각종 도색잡지들이 현란한 표지로 이목을 끌듯, 도발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글들의 대부분이 생산성은 떨어지고 논점이 없습니다. 모든 글이 또박또박 이치에 맞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각종 광고를 노리는 것인지 단순히 관심이 필요한 것인지, 일단 관심부터 끌고 보자는 것 같군요. 넷상에 올리는 글은 단순히 자신의 일기장에 끄적이는 글과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읽혀지기 위함이 주목적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거울 한번 보고 스스로에게 질문 한번 해봅시다. 나는 누구인가? 아니 질풍노도의 시기에나 겪을 수 있을 자아정체성을 확립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뭐 연령대가 그러한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 나 자신이 어떤 무리에 소속되어 있는지, 나아가서 어떤 무리를 대변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한 정치당의 우두머리라는 사람이 논리에도 맞지 않는 궤변을 해대는가 하면, 밑에서는 서로가 잘난양 자신 혼자만의 무리를 구성한체 주위를 비방하고 있으니, 이건 뭐 나라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군요.

아직도 모르셨습니까? 자신이 그렇게 욕하는 상대방이 결국은 자기와 같은 무리라는 것을, 그리고 나아가서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요즘은 다 똑같은 흑백논리식의 글 뿐이라 메타 블로그 구경도 참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올블로그나 이올린이나 모두 다양한 색깔을 잃어가고 있어서 아쉽네요. 네이버나 다음보다 훨씬 다양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점점 더 다루는 주제가 한정되어져 가는 군요. 사건 하나가 터질때마다 시끌 시끌, 금방 끓었다가 금방 식었다가, 완전 냄비 그 자체를 보는 느낌입니다. 하긴 이런 글을 쓰는 저도 딱히 다르진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6 Replies to “무리: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 가”

  1. 여러가지로 공감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여즘 메타 블로그에 가면 정말 흑백논리의 글 천지라, 글을 읽고 답답해지곤 해서 이젠 잘 들어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도 가끔 이런 글을 읽게되서 끊지를 못하고 들어가게 되네요~

  2. 한국사람이네 아직은.. ㅋㅋ 요즘 신세대들이 기존의 세대보다 끼가 많다고들 하지만 사실상 들어내놓고 뭔가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은 잘 못하는 이유중에 하나가 웹상에서의 자기표현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을 조심스레 하고 있다. 한국 사람만큼 남을 의식하는 국민성을 지닌 자국민을 가진 나라는 없을꺼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인터넷 댓글 문화가 서로의 의사를 확인하고 공유하는 장이되기보단 말한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랄까 극히 일부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만의 행동을 보고 싸잡아서 욕하고 비난하기가 일색인 댓글들을 보며 댓글을 달아도 돌아오는건 ‘찌질이’등의 말일뿐… 자기 생각 이외에는 옳지 않다고 보는 시각과, 그 일부분이 어떻해서든 자기도 해당 될수 있단 생각을 안하는 일부 사람들을 보며, 이런 환경에 익숙한 지금의 청소년들이 가까운 미래에도 똑같은 행위를 하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드네. 말이 좀 횡설수설 했지만 안타까운 맘에 글을 남긴다.

    1.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지만, 무작정 뱉고 보자는 식의 글들이 난무하는 것 같아서 큰일이야. 국회를 보면 한숨만 나오고, 아래에서 싸우는 것 봐도 한숨만 나오고 참 고민이군.

  3. 저도 요즘은 올블에 올라오는 글 보면서, 자정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게 아닐가 생각이 들어요. 화풀이같은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멀쩡한 저도 화가 납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가지고 있고요. 블로거들도 사람인데, 학습능력은 있으니 몇몇 키워드 만으로는 오래 못간다는 것쯤은 곧 알게 되겠지요.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피납사태에 대해 하고싶었던 말들이 있었는데, 그게 똑 떨어지는 의견이 아니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생각이라 나중에 조금 적어봐야겠서요. ^ ^;;

    1. 메타 블로그의 열기 주기는 대략 길면 1주일 정도인 것 같습니다. 시끌시끌 하다가도 1주일 후면 금새 다른 쪽으로 우르르 넘어가 버리니까요. 뭐 사람 사는 게 그렇지 않냐고 반문하신다면야 할말은 없습니다. 정작 당한 사람은 죽을 때까지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할지 모르지만, 제 3자는 그렇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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