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 제 3부 회식 문화

더이상 감정 이입도 잘 안되고, 순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도 아니기에 동감할만한 수준의 글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인데, 이왕 시작한 거 아무렇게나 접어버릴 수도 없어서 참 진퇴양난이군요. 그래도 애초에 머릿 속에 담아 두었던 세번째 주제까지는 다뤄보고 결정해야겠습니다.

비단 일본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에 위치하고 있는 기업들은 소속감 그리고 유대감을 굉장히 우선시 하는 편입니다. 입사후 부터는 좋든 싫든 회사라는 대가족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심어지게 되고, 시간이 날때마다 친목 도모를 위한 회식자리가 열리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화기애애한 좋은 분위기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빈번한 회식자리는 일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고 동시에 상사의 직권남용을 통한 강압적인 행동들은 뿌리깊게 박혀버린 악습중 하나입니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무분별한 남용으로 인해 독이 되기도 하는 회식 문화. 과연 어디까지가 옳고 어디부터가 그른 것일까요?

회식 문화

우선 회식, 그 자체는 매우 좋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서 식사를 하며 선후배간의 관계도 돈독히 하고, 여러 사람과 만나서 인간관계도 넓혀나가고 말입니다. 솔직히 처음 입사해서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고집부리며 독불장군 같이 혼자 겉으로만 돈다면, 제아무리 올라간다 한들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관계라는 거 우습게 봐선 참 곤란해요. (더럽겠지만서도) 출세의 지름길은 연줄이라는 것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들고 싶으면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해서 눈에 드는 방법도 있겠지만, 인간미가 풀풀 풍겨나오는 술자리에서 한두잔 주고 받으면서 쌓이는 인간관계도 무시할 수가 없어요. 상사의 마음에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을 심어주는 것도 실력입니다. 회사라는 넓은 어장에 발을 들여놨으면 항상 능동적으로 움직이세요. 가만히 있으면 고기가 낚여 옵니까?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은체 불만을 표출하고 급기야 포기를 해버리는 것은 크나큰 실수입니다.

물론 회식 문화의 단점도 많습니다. 다수결이라는 포장에 가려진 체, 아이러니하게 무시되는 다수의 (부하직원들의) 의견과 지나치게 빈번한 회식자리는 안그래도 피곤한 직장인들에게 무거운 족쇄를 채우는 격입니다. 이러니 자기계발 운운하는 불평이 안나오게 생겼어요. 회사에선 회사일, 퇴근 후엔 개인만의 시간을 가지길 원하는 사람들까지 큰 피해를 받게 되는데다가, 다짜고짜 몰아붙이는 터라 회식자리에 빠질래야 빠질 수가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참석한 회식자리. (가끔씩 돈은 돈대로 회식비로 고스란히 내야하고 말입니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자신이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는 곳도 아닙니다. 상사 손에 끌려서 온 식당에서 상사가 먹고 싶은 음식을 자신도 먹어야 되요. 성추행의 가능성도 빈번하고, (더러운) 상사를 잘못 만나면 심하게 고생하게 됩니다.

이렇듯 장단점이 극과 극을 달리는 회식 문화. 과연 우리는 회식 문화라는 도구를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음식을 만드는 식칼이, 누구 손에 쥐어지냐에 따라 사람을 해하는 흉기가 될 수 있듯, 회식이라는 도구를 바라 볼 때가 아니라, 과연 누가 이 도구를 쥐고 있는지를 그리고 어떤 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를 제대로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회식 문화 자체는 기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싹트기 시작한 기업 문화의 일부분입니다. 문제는 싹이 어디서 자랐냐는 것이 아니라 누가 키웠느냐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린다는 것이에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좋은 쪽으로 가꾸어 나간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악용해서 자신에게만 좋은 쪽으로 사용하다 보면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연출되게 됩니다. 다 같이 밥 먹는 것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다 같이 가볍게 술 한잔 하는 것 누가 싫어하겠습니까? 회식 문화를 욕하기 이전에, 회식을 나쁜 쪽으로 주도하는 주모자 부터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회사에서 소속감을 지니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력서의 한 일부분, 보다 높은 경력으로의 디딤돌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취직해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같은 회사에 남아 있다면, 회사에 대한 애정이나 충성심보다는 무능력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타회사로의 이적때마다 오르는 연봉이 점점 한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에요. 물론 회사에 취직하자마자 바로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연봉을 받고 타회사로 이적할까 하는 궁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것이긴 합니다만 말이에요.

회사라는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서로가 연대감을 가지고 생활한다는 것, 그리고 회사원 하나 하나가 소속감을 마음 속에 지닌체 출근한다는 것은 감히 나무랄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좋은 현상입니다. 이런 일들을 가능케 할 수 있는 회식 문화, 이제는 다시 한번 생각할 때이지 않을까요?

8 Replies to “기업 문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 제 3부 회식 문화”

  1. 근본은 잘못된 음주문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되네요.
    강요하고 그러면 억지로라도 마시고…
    일본이 싫다 일본이 싫다 하면서
    그런 나쁜 문화는 잘도 배워대고.

    들럿다가 그냥 푸념한마디 하고 갑니다.

    1. 음주라는 것 자체는 나쁜 게 아닌데, 그것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게 큰 잘못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다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좋긴 하지만, 너무 밀어붙이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듭니다. 회사자체내에서 나쁜 본보기를 보이는 상사는 알아서 처리를 해버려야 될텐데 말이에요.

  2. 인간관계 형성하는 것도 능력인거죠… 어찌되었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잖습니까? 높은 연봉도 연봉이지만 일단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는 콜 할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만.. 솔직히 한 회사에 몸을 담그고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다보면 이직이라는것도 쉽지만은 않겠네요.
    그렇다면!! 림은 회식 좋은가요? 스테이크 사준다거나 이런식? 하지만 코업학생은 피자로 가겠네…;;;

    1. …질문을 한다는 것이! -_-^

      림은 많은 현지 회사가 그러하듯 회식이라는 개념은 별로 없고, Team Lunch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문화는 잘 발달되어 있어. 팀마다 (팀장의 성격에 많이 달린듯) 많이 다른 편이지만, 자주 팀원이 각자 부담하여 점심식사를 하는 팀이 있는 가 하면,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새로운 팀원이 들어온다거나) 다 같이 식사를 하는 팀도 있지. 물론 특별한 일이 있는 경우엔 Team Building Event로 간주되어서 회사에서 전적으로 식사비를 다 부담하게 되. 대부분의 경우 다수결로 음식점을 정하게 되고, 가서는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적당한 한도내에 시켜 먹을 수 있어. 보통 한사람당 음식값으로만 20불 정도선?

  3. 술 좋은 거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적당히 마시는 한에서요. 무슨 회식이 면접도 아니고 2차 3차 이렇게 끝장나게 마셔대니. 폭탄주 마시는 걸 무슨 호기처럼 여기는 것도 그렇고요.

    게다가 효미니님 말씀처럼 아랫사람에게는 불편하지만, 윗사람들은 한없이 편하니 이게 너무 자주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1. 2차, 3차로 싫다는 사람 마구 끌고가는 건 참 안좋은 현상이에요. 물론 겉으로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는 것이 더 큰 문제긴 합니다만…

      올바른 회사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회사내에 적절한 교육을 통한 상사 관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4. 저는 회식문화는 매우 싫어하고 파티문화는 좋아합니다. 미국에 온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한국기업의 회식문화였지요. 상상하기도 싫은 3차, 4차, 5차들이 많아서요. ㅡㅡ;;
    + 예전에 일하던 곳의 어느 부서에서는 회식을 영화감상과 티타임으로 대신 하던 곳이 있었는데 한 없이 부럽더군요.

    1. 끝없이 이어지는 회식에 지치는 회사원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참 큰일입니다. 당장은 이민외에는 피할 길이 없으니 더 큰일이구요. 그나저나, 영화감상이라… 좋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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