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 제 2부 실적 vs. 경력

대학을 갓 졸업한 이들에게 입사란 새로운 경험이자 또다른 고충의 시작입니다. 졸업을 시작으로 더이상 공부가 끝난 것도 아니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거든요.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돈 문제입니다. 초봉을 크게 기대하지는 못하지만,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요. 대학 4-5년동안 등록금으로 들어간 돈을 생각하면, 특히 그 돈들을 앞으로 갚아 나가야한다고 생각하면 한숨밖에 더 나오겠습니까. 자연스레 실적 위주의 연봉을 바라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경력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 말이에요.

하지만 현실은 확연히 다릅니다. 열심히 일한들 회사내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경우가 극히 드물며, 의욕만 앞서선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산더미거든요. 회사마다 절차가 다르듯, 자신의 위치를 생각하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들이 한두개가 아닐겁니다. 분명히 이 길이 더 효율적이고 옳지만, 회사가 자신에게 가리켜주는 저 길을 따라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리타분해 보이는 이 모든 절차들이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냐고요? 예 받습니다. 스트레스 무지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입사를 한 시각부터는 더이상 개인적인 생각만으로 일을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눈 앞에 있는 상황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더이상 나룻배를 저어가는 나홀로 뱃사공이아니라 회사라는 큰 배 안의 선원이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결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회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데에 점점 익숙해지면, 회사 생활이 점차 편해질겁니다. 물론 이것은 월급쟁이가 되어 순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회사내의 체제를 확실히 이해하고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당장은, 자신의 의견은 표출하되, 받아들여지기 위해 강경하게 밀어부칠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자신의 입지가 좀 더 탄탄해졌을 때 자신의 의견이 수용되길 바라는 것도 늦지 않습니다.

실적 위주 vs. 경력(기간) 위주

솔직히 자신보다 실적이 낮은 사람이 연봉을 더 높게 받는 것은 배알이 뒤틀리는 일중 하나일겁니다. 분명 자신이 좀 더 열심히 일을 해서 결과도 좋은 데, 받는 보수 자체는 주변 사람보다 낮거나 하면, 회사일 할맛도 안나겠지요. 분명 이해합니다.

하지만 과연 진정으로 실적 위주의 (연봉)체제가 옳은 것일까요?

실적이란 것은 거품과도 같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를 그런 거품 말입니다. 과연 자신의 지금 실적이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리라 믿습니까? 언제나 화창한 봄날일 수는 없는 노릇이죠. 뜨는 해는 언젠가는 지게 마련입니다. 잘나갈때 많이 벌어놓자는 생각은 너무나 안이한 생각입니다. 회사내에서 개인의 능력만으로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고려해보면, 실적 위주로 평가받는 것은 크나큰 오판이 될 수가 있습니다.

우선, 실적에 집착하게 되면 진정으로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인지를 잊어버릴 때가 생깁니다. 동료의 성공을 시기하고,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선의의 경쟁보다는 음해공작을 서슴치 않게 되면 어느새 회사내 자신의 입지는 능력있는 사람이 아니라 독불장군 또는 골칫덩어리로 취급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회사측으로선 하나의 썩은 사과가 남은 모든 사과를 상하게 하기 이전에, 잘라내 버리는 것이 최선의 방책일테지요.

그렇다고 경력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딱히 눈에 띄는 실적이 없이 너무나도 평범한 회사원에 대한 대우가, 단순히 오랜기간동안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습니까.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밤새 일한 사원에 비해 하루 하루를 그저 그런 평범한 회사생활을 해온 사원의 대우가 좋다면 과연 어느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그 날 그 날 시간만 채우다보면 자연스레 연봉이 오르는 데 말입니다.

실은 실적과 경력의 구분점이라는 것은 참 애매합니다. 실적이 쌓여서 경력이 되는 것이기에 실적이 없이는 경력도 존재하기 힘들죠. 다만 한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면, 실적은 지금 현재이지만 경력은 과거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현재의 자신을 기준으로 평가가 내려지기 보다는 이제껏 자신이 걸어온 길이 기억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전혀 없을까요? 충전지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처음 구입해서 새로이 쓰는 충전지는 초기에는 항상 100% 재충전이 가능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점점 효율성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단순히 회사의 노예가 될 수 없다고 부르짖는 분들이, 회사가 필요할 때만 자신이 불려지고 정작 필요가 없어진다 싶으면 버려지게 되는 그런 상황을 원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사람의 능력이란 것은 겉으로 표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일례로 팀장으로 뽑힐 사람을 인간성, 결단력과 통솔력에 기준을 두지 않고 단순히 실적에만 기준을 두고 있다면 모든 팀원들이 믿고 따라 올까요? 팀원간의 결속력이 과연 얼마나 유지 될 수 있을까요? 특히 연봉 자체의 기준이 실적에 기반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신보다 연봉이 낮은 사람이 자신의 상사가 된다면 기분이 어떠할지 궁금해지네요.

실적이냐 경력이냐는, 어느 한 쪽이 옳고 그르다고 감히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기업마다 관리 방법이 다른 것이기에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회사내 구축된 기업문화가 어느 방향이 되었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회사가 제시해주고 있다면 어느 정도는 희생을 각오하고 자신을 변화시킬 각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각오로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어요.

자신이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판일 수도 있으며, 실제로 그런 경우가 허다할겁니다. 보이는 대로 판단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상대를 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회사내 사원 모두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타락하거나 무능하진 않습니다. 현실을 좀 더 직시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무엇이 최선인지 그리고 왜 그것이 최선이 될 수 밖에 없는 지 심사숙고 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월급으로 생활비 하랴, 저축하랴, 여기 저기 쓰일 데를 전부 생각하다 보면, 언제 연봉이 오르나 하는 생각밖에 안들 때가 많을 겁니다. 분명히 자신은 열심히 일을 했는 데, 왜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지 하는 식의 고민은 자신만의 착각은 아닌지 제대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항상 Work smart and efficiently, not hard 라는 마인드가 중요할 것 같네요.

추-
이 글 또한 생각 정리가 참 힘듭니다. 뭔가 실타래의 끝을 붙잡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계속 꼬이고 꼬이는 느낌이 드네요. 아무래도 진정한 직장 생활 경험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아니 아예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몇부나 더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쓰다 보면 괜스레 자신이 없어지는 군요. (웃음)

2 Replies to “기업 문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 제 2부 실적 vs. 경력”

  1. 경력과 실적을 골고루 잘 반영할 수 있는 좋은 인사관리 시스템을 가진 회사가 좋은 회사인데 대기업에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1. 면접과정에는 그렇게 신경을 쓰다가도, 막상 입사한 사원들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으니 좀 각성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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