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 vs. 기타 소프트웨어: 승자는 누구?

문득 궁금해집니다. 운영체제와 운영체제내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들을 비교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왜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오냐고 하니, 요즘 비스타가 새로 출시되면서 각종 호환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iTunes 호환성 문제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애플측에서는 정식으로 임시로나마 패치를 공개한 상태입니다만, 정식 버전이 출시될때까지 비스타로의 업글을 보류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서, 호환성 문제는 운영체제 개발자가 해결해야할 부분일까요, 아니면 개별적으로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제외한) 개발자들이 해결해야할 문제일까요?

운영체제의 입장: 너희들은 모두 손님아니냐! 주객전도도 유분수지.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온갖 호환성을 전부 따져보기란 여간 골치아픈 일이 아닙니다. 이미 나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직 개별적으로 개발중이거나 판매되지 않은 물건들은 그쪽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지 않는 이상 알 방법이 없지요.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이 넘치지 않는 이상에는 앞으로 나오는 물건들에 대한 호환성은 따질 방법이 없습니다.

거기에다 이미 시판된 제품에 대한 호환성 해결도 쉽지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 지 알지도 못할 프로그램들을 일일히 테스트하기도 힘들거니와, 개별적으로 전부 고려해주자니 개발자체가 틀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좀 크게 보자면, 운영체제는 집주인 격이고, 그외 소프트웨어들은 집에 놀러온 손님들입니다. 근데 손님 비유 맞춰주기가 어디 쉽습니까? 취향도 제각각이고, 바라는 것은 한도 끝도 없기 마련이라. 집주인은 곧내 두손 두발 들어야 할 상황에까지 도달하게 됩니다. 솔직히 손님이 주인에게 집이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화를 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안그런가요?

그외 소프트웨어의 입장: 세입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악덕 집주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이 둘 모두에게 있어서 운영체제란 하나의 잘 다져진 기반과도 같습니다. 단층집을 지음에 있어서도 튼튼한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듯, 수많은 세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고층빌딩식의 운영체제라면 더더욱 탄탄한 기반이 필요합니다.

이런 와중에 고층 호화 아파트를 꿈꾸며 입주한 이들에게 막상 주어진 것이 부실공사로 언제 무너질지 모를 빌딩이라면 어떠할까요? 임시방편으로 얼기설기한 땜질 투성이인 벽에 자신의 목숨을 맡길 만큼 대담한 분들이 계십니까?

우여곡절끝에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고 생각했던 분들마저 결국엔 쫓겨날 형편이 되었습니다. 집주인이 새단장을 한다고 쫓아내버릴려 하거든요. 세입자들이야 뾰족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자비로 새단장을 해줄테니 제발 머물게 해달라고 집주인에게 간곡한 부탁을 하는 수 밖에요.

운영체제 vs. 기타 소프트웨어: 승자는 누구?

둘 사이 아웅다웅 다투는 것은 그네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항상 제자리 걸음밖에 되지 않거든요.

결국 승자의 손을 들어줄 수 있는 것은 소비자입니다. 누구도 쓰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듯, 운영체제냐 기타 소프트웨어냐 하는 것은 소비자가 결정할 노릇이지, 개발자들이 왈가왈부 할 게 못됩니다. 공짜로 지급해줄 것도, 대신 사줄 것도 아니면서, 언감생심 소비자에게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겠어요.

소비자는 자신에게 무엇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지 스스로 결정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비스타가 우선이면 그외에 소프트웨어가 비스타에 따라와야 할 것이지, 비스타가 맞춰 걸어야 할 의무는 없을터입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자신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며 없어서는 안된다 싶으면 괜히 새로운 운영체제다 하는 사실에 휘둘려서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들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집주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 약간은 안타깝네요. 특히 돈 많고 힘센 집주인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냥 운영체제 없이는 밥벌어먹기 힘든 요즘이라 iTunes 기사도 있고 해서 짤막하게나마 끄적여봤습니다. (먼산) 개인적으로는, 운영체제가 어떤 식으로 개발되든 뭐라 손가락질 하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4 Replies to “운영체제 vs. 기타 소프트웨어: 승자는 누구?”

    1. 소비자는 가운데 끼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경우가 많아서 피해자가 될 확률이 더 높을 것만 같습니다. 둘이서 아웅다웅하다가 소비자한테 조금이라도 득이 될 일이 생기면 좋으련만 되려 불편한 일이 더 많이 생기게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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