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입 규제: 어디까지가 정당한가

요즘 둘러보면 대부분의 ‘한국’ 사이트에서 가입을 원할시 사용자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시작으로 전화번호, 집주소및 다양한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떳떳하게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정당하게 세금을 내며 살아왔다면 솔직히 온라인 웹사이트 가입시 요구받는 사항에 대해 별로 신경 쓸 필요 없을 겁니다. 더군다나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니, 이왕 무료인거 마다할 이유가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대부분의 포탈 사이트에서 밝히는 사용자 약관에 의하면, 개인정보 입력 요구는 전부 개인의 안전을 위함이라고 합니다. 악질적인 사용자를 걸러내고 깨끗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동시에 개개인에 따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필수라는 것이죠. 특히나 개인정보가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음을 강조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란지 추가적인 인증까지 요구하고 있으니,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귀찮긴 하지만서도 한편으론 은근히 기대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애를 쓰는 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 받기를 기대한다는 겁니다.

일례로 N포탈에서는 주민등록 번호 입력을 시작으로 ‘가입인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편리한 방법이라고 밝히는 3가지 인증 수단에는 휴대폰, 유선전화, 그리고 공인인증서가 있네요. 편리하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번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정도로 익명사태가 심각한 건지 아니면 단순히 개인정보를 긁어모으기 위함인지 의문입니다.

문제는 익명성 폐해 방지를 막기 위해 이렇듯 철저하게 개인정보 입력을 요구하는 포탈사이트들에게서 별다른 문제를 발견할 수 없냐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뉴스 기사에 달린 각종 댓글들을 보면 가관입니다. 어떻게 로그인을 해야만이 남길 수 있는 글의 수준이 로그인이 필요 없는 경우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되려 심한 경우가 생기는 지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애시당초 인터넷 익명성에서 오는 폐해를 막기 위해 이중삼중으로 가입을 번거롭게 만들었다는 게, 진정으로 사용자를 위함이었는 지, 가입하는 데 눈이 한번 찌푸려지고, 서비스 사용 하다가도 눈이 다시 한번 더 찌푸려지게 되네요.

여기서 우리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일상 법에도 허점이 있듯, 규제라는 것이 항상 지켜질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입력된 정보의 노출 문제도 문제지만, 입력되는 정보 자체의 진실성을 심각하게 따져본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요?

허위 개인정보 vs. 진짜 개인정보

처음 가입시 요구되는 개인정보를 100% 옳은 내용으로 채워넣는 사람의 수와 어느 정도는 허위로 적어 넣는 사람들과 100% 허위 내용으로 적어넣는 사람들의 비율이 참 궁금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정보가 100% 진실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면 언감생심 누가 ‘악플’을 달고 하겠습니까? 대다수의 ‘가해자’들은 어느 정도는 허위 정보를 채워 넣은 사람들일테죠. 그게 아니라면, 간이 배밖으로 나온 사람일지도 모를 일이군요.

결국 피해보는 사람은 요구받은 대로 순순히 100% 진실된 정보만을 채워넣은 사람들입니다. 이 들은 포탈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넘겨줬을 뿐만이 아니라, 자신은 언제 어디서 방문할지 모를 경찰 때문에 몸을 사려야 할 노릇인 와중에, 다들 익명성을 무기로 자유롭게 활개치고 다니니 분통이 안터질 수가 있습니까.

물론 문제는 ‘100% 진실된 정보’를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타인에게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인터넷: 개인정보 도용

요즘 같이 험한 세상에 눈뜨고 코 베인다는 말을 손쉽게 실감할 수 있는 공간이 인터넷입니다. 오프라인과는 다르게, 자신의 개인정보 관리에 소홀해지기 쉽기에 도용 사건이 너무나도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 인터넷이니까요. 말만 들어 보면 마치 대다수의 인터넷 사용자가 심각한 범죄에 노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개인정보 노출의 시작

실은 개인정보의 직접적인 노출은 극히 드문 편입니다. 지갑을 잃어버린다거나 대놓고 자신의 개인정보를 이마에 붙이고 걸어다니지 않는 이상, 자신의 정보가 타인에 의해 도용될 일은 없을 테죠. 하지만 관리 부주의로 발생하는 노출이 전부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 가입시 요구되는 개인정보 입력 자체도 하나의 노출이 될 수 있거든요. 자의에 의해서든 그렇지 아니하든, 자신의 손을 떠나 입력된 순간부터 이미 노출이 시작된 겁니다.

이런 식으로 입력된 정보들이 어느 순간 타인의 손아귀에 도달하는 것은 솔직히 시간문제입니다. 악질적인 운영자가 금전 취득을 목적으로 팔아 넘길 수도 있는 것이고, 보안이 허술하여 해커에 의해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도난당한다던가 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첫 개인정보 도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가입된 서비스마다 동일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사용하기에 첫 도난은 운 나쁜 경우 자신의 모든 정보를 도난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잖게 있습니다.

정보입력 요구의 정당성

문제점을 따지자면 한두개가 아닐겁니다. 과연 이런 모든 문제점들을 끌어 안고서까지, 개인정보 입력 요구를 견뎌내야 할까요? 이용자 입장에선 선택의 권한이 굉장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서비스를 사용하느냐 안하느냐는 극단적인 결정 밖에 내릴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과연 서비스 사용 자체가 개인정보 입력/공개에 이어지는 공식이 정당할까요? 과연 누가 정당하고 말고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약관동의 vs. 동의버튼클릭

제공자의 입장에서는 약관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문제 발생시 법적으로 책임 회피하는 것이 용이할 뿐만이 아니라 약관 자체로 특정 서비스를 강제화 시킬 수도 있거든요. 이런 와중에 정작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각종 포탈 사이트에서 내거는 서비스 약관을 제대로 읽어보시는 분이 몇분이나 될까요? 가입시 온갖 개인정보를 모두 요구하며 생소한 단어와 애매한 표현으로 항상 탈출구를 만들어 놓는 포탈 사이트들의 약관을 말입니다.

가입자의 입장이 어떠하든, 동의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약관에 묶이는 상태가 됩니다. 차후에 약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홀로 울분을 삼켜야할 경우가 반드시 발생할거라는 말입니다. 남 일 같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될련지는 예견할 수 없는 노릇이죠.

왜 굳이 한국만?: 폐쇠적인 한국 사이트

세계 어느 사이트에서도 가입시 집요하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괜히 요구했다가 사생활 침해로 크게 당할지도 모를 일이거든요. 개인이 자신의 중요한 정보를 남에게 넘기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거니와 사이트측에선 자신들이 관리하기 힘든 중요한 정보를 왜 굳이 떠맡으려 하겠습니까? 왜 하필이면 한국 사이트들만 불편을 감수하면서 까지, 개인정보와 인증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민족성을 믿지 못해서 그러는 겁니까?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파할 정도로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민족성을 믿지 못해서 그러는 걸까요?

많은 포탈과 웹사이트들이 스스로를 폐쇠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국제화 또는 세계화 및 웹의 신기술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자신은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벽 뒤로 몸을 숨긴 체 스스로를 제한시키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자국민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투철한 애국심에서 나온 것인지, 개인정보의 이용을 위한 상업주의인건지, 그냥 단순히 책임 회피를 위한 자기 방어인 것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네요. 복합적일 수도 있겠네요.

이래나 저래나, 이미 일전에 밝힌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전진만을 외칠때가 아닙니다. 고칠 수 있을 때 고쳐야지, 문제의 심각성을 무작정 무시해선 곪을대로 곪은 상처가 크게 한번 터질 때가 있을 겁니다. 곪은 상처가 터지면 얼마나 아픈지는 다들 아시죠? 특히나 지금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시대를 거슬러가는 상황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IT 강국이라고 무작정 좋아할 것이 아니라, 현재 위치를 다시 한번 제대로 살펴 볼 필요가 잇습니다.

2 Replies to “온라인 가입 규제: 어디까지가 정당한가”

  1. 인터넷 댓글의 악영향으로 모든 사이트 실명제까지 도입하려는 정부의 입장과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수한 주민등록번호 제도 까지 국민의 사생활보단 국가 입장에서 관리가 편한 측면에서 생각하려는 게 정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터넷이 굉장히 활발하다는 의미에서는 정보 공유의 속도가 빠르지만 각종 개인정보의 유출로 피해를 보는 경유도 많이 늘어남에 따라 어느쪽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 아닌가 생각도 드네요. 인터넷 실명제 도입으로 100% 모은것이 해결되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또한 대부분의 악플러들은 다수가 아닌 소수에 불과하며 익명성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실명제를 도입한다고 그 행위를 멈출지도 의문입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을 통제 관리 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문제의 분석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해결책의 제시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1. 실명제는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사생활 침해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워야 할 부분이기도 한 것 같아. 참 문제는 많은 데, 마땅한 대책방안은 없으니 골치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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