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서 한국회사에서 일한다는 것

미국이 인종 전시장이라 하지만, 캐나다에도 꽤나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지각색인 문화의 차이점에서 오는 오해도 빈번할 수 밖에 없겠죠.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라는 말이 있듯, 항상 고집스럽게 자신의 문화만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느 정도의 조율을 통해서 조화를 이뤄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들어서 한국 기업들이 캐나다내에 지사를 두고 있는 와중에, 삼성과 LG도 토론토(GTA)쪽에 지사를 두고 있는 걸로 압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삼성과 LG, 과연 캐나다에 이민/유학 와있는 이들에게 좋은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요?

회사내 지인에게 들은 겁니다만, 한국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마치 부모님밑에서 일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부모님의 따스한 배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철저한 상하관계와 고질적인 관습 문제 때문에 그렇게 칭하는 것이랍니다. 왠만하면 한국인 회사에서 일하려는 생각을 갖지 말아라 하는 것이 괜스레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니겠지요.

한국인들은 웃어른에게 대드는 것을 굉장히 큰 실례로 여깁니다. 물론 대든다는 것이 굉장히 상대적인 것이긴 합니다만, 반박하는 것 자체를 좋게 보지 않는 생각이 다분합니다. 거의 무조건 상사가 옳다면 옳은 것이고, 그르다면 그른 것이지요. 아랫사원이 반박한다는 것은 한국에선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이런 좋지 못한 풍습은 해외 지사라고 다를 게 없습니다. 상사에 대한 대우도 좋지만, 틀린 것을 틀리다고 말하지 못하니, 얼마나 서럽겠습니까.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게 예삿일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한 예로, 한국 영사관에서 일하는 이들은 그나라 노동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 노동법을 따른답니다. 한국 노동법이야 두말할 필요 없겠지요. 상사가 요구하면 요구하는 대로 남아서 잔업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어도 상사가 호통치는 것 그대로 다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일하는 도중에 사고라도 발생할 시엔 보상조차 받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무거운 짐을 상사의 요구대로 옮기다 허리를 다치더라도 병원비 조차 못받는 것이 현실이랍니다. 영사관이 5-6시에 닫는다 할지라도 항상 잔업이 요구되고, 아침 8시에서 저녁 8시까지 일을 해도, 잔업수당 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 참 안됐습니다..

여타 기업 해외 지사의 경우엔 단순히 자국인(한국인)만 뽑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들도 뽑기에 회사내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현지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 와중에 한국인의 경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한국어를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영어를 사용할 것이냐 인데요. 특히 한국인 상사를 두고 있는 경우엔 특히나 갈등이 될 부분입니다. 한국어를 사용하자면, 관습에 얽매이게 될테고, 영어를 사용하자니 조금 걸리는 부분이 몇군데 있구요. 직접 일을 해보지는 못했기에 무엇을 강요당하는지 또는 요구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풍문에 의하면 관습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사용하시는 분이 꽤 된답니다. 애시당초 영어로 대화 나누는 것을 습관 들여 놓으면 자연스레 한국식 회사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인 회사 (해외 지사)내에서 일한다는 것이 전혀 부럽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100% 활용하지 못하고, 항상 가로막히고, 스트레스는 쌓여만 가는 게 현실. 수많은 한국인 인재를 잃는 것만 같아서 안타깝네요. 급작스런 변화외에는 방도가 없을까요?

8 Replies to “한국인으로서 한국회사에서 일한다는 것”

  1. …;
    21세기에 이게 진짠가여?
    아직도 이모양임?
    뭔가 경영주는 특단의 조치를 생각해야 될껍니다.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서라도…

    1.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듯, 일반사원은 대기업에겐 체스위의 폰 역할 밖에 안됩니다. 필요할 땐 실컷 부려먹고, 필요가 없어지면 제일 먼저 제거 또는 버려지는 것이 일반사원들이죠. 물론 지금의 위치에 있기위해 극단적인 정책을 많이 써야 했었지만, 이제는 언급하신대로 조금 조율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주: 장기에서의 졸 역할은 체스의 폰 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에, 장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2. 조금 생각이 틀린.. 뭐 나도 회사생활을 안해봐서 이러쿵 저러쿵 하는건 좀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듯….
    한국에서 살아온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는 뭐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하고 외국 기업에 근무해보고 비교하는 입장이 되면 모르겠지만, 요즘은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라고도 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죽으라면 죽는척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니까 아는지 모르겠지만, 한국도 이직하는게 유행이라서 이직을 하게 되면 보통 연봉이 높아지니까 회사 입장에서도 유능한 사원을 관리해야 하니까…. 80~90년대식 상하관계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폰 얘기가 나왔으니 소리지만 폰이라고 항상 죽으라는 법은 없지 않나? (체스 룰을 모르지만) 우리 어릴때는 폰도 상대 편 진영까지 가면 말을 체인지 할 수 있었짢아…….. 게중 하나밖에 거의 안되지만…. 그 말이 될수 있도록 해야지 ^^:;;; 형님!! 요즘 일한다구 쉽지 않다~! ㅋㅋㅋㅋ 메리 크리스마스 되거라

    1. 음, 확실히 상대적인 것이긴 하지. 그래도 불편한 점들이 아예 없어지거나 하는 게 아닌 가봐. (적어도 주위 사람들한테서 듣기론 말이지)

      이직 문제는 아무래도 다른 주제이기도 하니, 다음 기회로 넘기도록 하고, 메리크리스마스! 남은 2006년 마무리 잘 하구 🙂

  3. 알바의 경험으로도 느낄 수 있는 점이죠. 만약 미니멈 웨이지가 $8.25 라면 한국 가게에서 알바 구하면 무조건 시간당 8불이라고 합니다.
    4시간 일하고 휴식? 절대 없습니다. Vacation fee? 주는데 거의 못 봤습니다.
    어른들은 1.5세에게 외국 사고 우리에게 편한것만 배운다고 하지만, 다 똑같지 않습니까..

    1. 돌고 도는 게 인생인지라, 상사에게 구박 받은 사람들 그대로 자신 밑으로 들어오는 부하사원들 구박하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어느 한 선에서 과감히 끊어버리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계속 반복 될 것 같아요.

  4. 미국에서 한국계 회사들을 상대로 헤드헌팅을 잠깐 했었는데 정말 어처구님 없는 경우가 많더군요. 무조건 욕하자는게 아니구요. 미국땅에서 미국서 자라고 공부한 사람들을 고용해 놓고 한국식으로 대우하니 누가 일하려고 합니까. 맨날 채용문제로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못내는 한국계 회사들을 보고 혀를 찼던 기억이 있지요.

    1. 무조건 우대를 원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회사원을 막 부리는 회사도 큰 문제입니다. 경쟁력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24/7 회사원을 마구 굴려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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